산골일기: 장모님은 아무도 못 말려.

좀 지난 얘기다. 그러니까 김장을 담그던 날이다. 어쨌든 김장행사의 주최(체)는 아내이고 연출 감독 또한 아내일 수밖에 없다. 이제 하는 얘기지만 금년 김장은 지원군이 많았다. 며느리 그리고 며느리의 언니(아들의 처형) 그리고 아들. 매년 겪고 개최되는 행사지만 생애처음 지원군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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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엔 쪽파 농사도 정말 잘 됐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내가 무채를 썰거나 갈고 파와 생강도 다듬고 했겠지만 금년엔 든든한 지원군 덕분에 꼭 맡아서 해야 할 일정부분의 작업에서 열외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평년 보다 식구가 많으니 무채는 아들이 기타 소소한 일거리는 며느리와 사돈 아기씨(호주 교폰데 아직 미혼이다. 그래서 사돈 아기씨라고 호칭하고 있다)가 아내를 보필했기 때문에 수월하고 차질 없는 행사가 무난히 진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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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도 장모님에게 거의 다 뺏기다시피 하고…. 내 김치용은 어제 따로 한 단 사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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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겨우 확보한 배추와 오늘 세 망을 다시 사왔다.

 

 

아무리 열외의 행운을 누렸지만 그저 놀고먹는 건 내 사전에 없고 또 취향도 아니다. 뭐라도 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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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내 김치를 위해 오늘 저녁 온단다. 그래서 내가 미리 저려 놓았다.

 

나이가 들수록 신 음식을 잘 못 먹겠다. 김치가 조금만 시어도 젓가락이 잘 안 간다. 그런데 유일하게 시면 실수록 맛나게 먹는 게 있으니 파김치다. 올핸 쪽파 농사도 제법 잘되어 파김치를 많이 담구라는 부탁을 아내에게 해 두었다. 지원군이 많은 관계로 뒷방 늙은이 취급당하기 싫어 김장용 그리고 파김치용 쪽파 다듬기를 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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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도 잘 까서 가지런히 준비 해 두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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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 다섯 단도 깔끔하게 닦아 두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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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 무청도 깨끗이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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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은 아예 갈아 둔 것을 2k 사서 냉장고에 보관 중이고 갓도 깨끗하게 다듬었고 다만,

생강을 까야 하는데 허리가 끊어 질듯 하다.그래서 오늘 작업은 마쳐야 겠다.

 

무엇하나 쉬운 게 있겠는가마는, 그런데 사실 파 다듬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 기에다 양이 보통 아니다. 김장을 열심히 담그는 장소를 피해 한가한 곳으로 가기 위해 파 뽑아 리어카에 싣고 위채로 가는 중 장모님과 딱 마주쳤다.

 

장모님: “그게 뭐여!?”

: “쪽 판 대요!”

장모님: 으~음! 심심한데 잘 됐구먼, 내가 좀 까 줄 테니 이리 가져와요!

: 아이! 그냥 두세요! 제가할께요!

장모님: 아! 글쎄! 내가 좀 까 준다니께….(정색을 하고 말씀 하신다)

: 그럼…..(하도 진지하게 나오시니 어쩌겠나…그리고 두세 단 분량 쯤?“

장모님: 좀 더 가져와요!(그러고 보니 장모님도 쪽 파가 필요하실 것 같다 그래서…)

: (아까 분량보다 더 많이 드리며…) 이건 다듬어서 엄니 드세요,

장모님: 그럴까? 고마워요!(그런데 교통경찰이 음주단속 하듯 더더더…)

 

그렇게 장모님께 파를 맡기고 나머지를 잘 다듬어 김장용 김치 속으로 사용하고 김장이 거의 완성 되가는 즈음에 파김치를 버무려 넣기 위해 장모님에게로 갔다.

 

: 장모님! 아까 파 드린 거 다 됐어요? 파김치 버무리려고 하는데….

장모님: 파 좀 더 없어?

: (나는 파를 더 다듬어 주시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아유! 그만 하세요! 그것도 많은데….

장모님: 아니…생각해 보니 나도 파김치 좀 만들어야 겠어…

; ……(이런! 또 당했네,)

결론은 아까 다듬어 주신다면 더더더를 외친 파는 전부 장모님이 하시겠다는 말씀이다. 도리도 없고 방법도 없다. 그 많은 파 그대로 빼앗겼다. 그냥 혼자 하는 건대 괜히 힘 좀 덜겠다고……첨부터 잔머리 굴린 내 잘 못이다.

 

 

 

덧붙임,

내가 경멸하는 부류 중 하나가 식탐 많은 사람이다. 특히 식당에 함께 간 일행 중 누군가 세팅해 놓은 반찬을 마구 집어 먹는 사람. 왜 못 참을까? 또 달라면 주겠지만 나는 식당 주인에게 괜히 미안하다. 마치 내가 다 먹어치우고 더 달라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 장모님 그런 것 같다. 어째서 먹을거리에 저토록 욕심을 내시는지…..혹자는 치매 끼가 있으면 그런 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마누라 전언에 의하면 젊은 시절부터 그랬단다. 저렇게 많이 만들고 그러곤 나중에 버리고 하신단다. 치매가 아니라 성격이란다.

 

1 Comment

  1. 비사벌

    2016년 11월 14일 at 1:57 오후

    오선생님 댓글 달아도 금방 지워집니다.조선일보에서 장난치느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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