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포도주가 운다.

조그만 마누라 가게에서 한 달 의료보험비가 50-60만원 씩 나왔다. 수입을 근거로 산정 했을 테니 당연히 내야겠지만, 그렇게 10여 년을 내면서 병원에 간 식구가 아무도 없었다.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일정기간 병원엘 안가면 환급해 주는 그런 제도는 없을까 그랬다.

그러다 2005년 나 자신 위암수술을 받았을 때 의료보험공단을 통해 얼마만큼 혜택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그것도 개인적으로 들어 둔 보험사에서 해결하고 오히려 보상이 남아 큰사위 차(중고) 한 대 사주고 마누라 모피코트 하나 사 입으라고 현금을 주었더니‘가당치도 않다며’ 모피는 고사하고 어디다 쓴 줄 모르겠다는 썰을 푼 게 위블(조선블록)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위암이라는 병력이 있지 않아도 격년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라며 기별이 온다. 그러나 늘 불신을 한다. 뭐…이건 초등학교 때 신체검사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는 형식적이기(아주 오래전 직장생활 할 때 받아 본 결과…)때문이다. 단지 하나 특별하다면‘위 내시경 검진’이랄까? 근데 암이 어디 위암뿐이든가? 차례를 기다리고 밀려드는 검진대상자들 때문에도 어쩔 수 없겠지만, 그놈의 검진이라는 게 문진부터 근성으로 지나간다. 오장육부가 있는데 대장은.. 간은.. 등등은….

대장암만 해도 그렇다. 채변 통에 변을 담아 오란다. 의학 수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나는 우리의 의료수준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우리에게 현대 의학을 전수해 준 미국보다 더 신뢰 하지만,,,,)모르지만 그거 보살펴서 암을 발견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나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

공단에서 검진 받으라는 안내문 대신 4-5년(위암 수술 후)간격으로 자비를 들여 대장과 초음파(간. 복부) 꼭 필요한 부위를 별도로 특진을 요청한다. 이번에도 대장, 위, 초음파, 호흡기 내과를 별도로 특히 대장과 위는 수면 검사를 신청했다.

문제는 대장장암 내시경을 하기위한 장 세정제를 먹고 장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하튼 맛을 표현하기 힘든 세정제를 물과 함께(옛날엔 아예2L 팻트병에 조제를 해서 보내 왔는데 이번엔 약과 용기를 따로 보냄)전날 밤 9시 이후 에 2L 정도 먹고 다시 새벽5시부터 나머지를 다 먹어야 한다.

검진 이틀 전부터 이런저런 음식을 먹지 말라고 안내가 왔기에 아예 이틀 전의 저녁은 굶고 전날도 하루 종일 굶고 당일은 당연히 굶고 예약된 병원으로 갔다. 대장검사는 수면으로밖에 할 수 없어 잠든 사이 혹시라도 남아 있을 찌꺼기 탓에 많이 긴장을 했기 때문에 미리 그렇게 음식 조절을 했던 것인데… 결국 일곱 끼니를 곡기 없이 강행을 하고 검사를 하고 나니 보통 어지러운 게 아니다. 처음엔 공중에 발이 떠 있는 듯 어지럽고 거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골은 패고 어지럼증이 보통이 아니다.

어!? 암튼 위와 대장을 수면내시경으로 끝내고 약간 정신이 들자 안내 간호사가 나만 별도로(마누라랑 같이 했음)부른다. 그리곤“오늘도 꼬박 굶고 내일은 중식까지 죽을 먹고 저녁부터 평소대로의 식사를 하란다. 자그마치 꼬박 아홉 끼를 굶어 라는 것이다. 옛날 어떤 병원은 대장내시경 끝내고 식권도 주던데…..

굶는 게 두렵고 힘든 게 아니라 곡기가 안 들어가니 몸이 축 쳐지고 기운을 못 차리겠다. 그래서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 하려면‘밥 심’이러고 했던 가보다. 밥 심이 없으니 당장 몸살이 온다. 온 몸이 불덩이 같았다. 그 불덩이 몸을 안고 말리는 마누라를 뿌리치고 이곳으로 왔다. 어제 그제 종합감기약을 먹고서야 오늘은 좀 정신이 든다.

그래도 아직 골은 팬다. 학질 걸린 듯 사시나무 떨 듯 했는데… 웬만하다. 그러나 불만이 하나 생겼다. 용종 6개를(4년 전에도 5개를 제거 했다고 했는데…)떼어 냈는데 그 중 하나는 꽤 큰 것이었단다. 마누라도 같이 용종 제거를 했다는데…. 내겐 특별히 검진 결과가 나오기 전 3월2일에 某某한 교수님 에게 가 보란다. 아이고! 이거 대장암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 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용종 떼어낸 날 기준으로 2주 동안 술은 입에도 대지 말란다. 이게 제일 아쉽다. 오늘이 꼭 일주일째다. 포도주가 방싯 방싯 유혹하다 이젠 울기까지 한다. 좀만 기다려 다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3월 1일 at 9:40 오전

    내일 병원에 가시는군요.
    별일 아닐겁니다.

    포도야 썪는것도 아니니 병원 다녀솨서
    실컷 드시와요.

    • ss8000

      2017년 3월 2일 at 3:10 오전

      네, 날이 새면 올라갈 예정입니다.
      뭐…큰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너 좀 교무실로 와!
      하시면 괜히 쫄잖습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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