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귀국길 대박(1부)

20여 년 전 뉴욕으로 보따리장사를 하러 갔을 때다. 그저 그런 성과를 거둔 채 귀국길 케네디공항의 김포 행 국적기 K항공 탑승구 앞이다. 초조하고 좌불안석인 내 주위를 아까부터 웬 사나이가 빙빙 돌거나 힐끗 거린다. ‘저 놈이 왜 저러나? 혹시 북괴 공작원?’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납치하거나 뭐 어찌할 건더기가 없다. 그래도 내심 은근히 불안하긴 했다.

드디어 탑승방송과 탑승구역(zone) 안내를 받은 승객들이 줄을 서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갑자기 뒤에서“저~! 선생님! 잠간만…”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아까부터 내 주위를 탐색하던 그 자가 아닌가. 요즘 젊은 아이들 말로 하면 그 자리에서‘심쿵’.

그러나 태연을 가장하고“무슨 일이시오?”퉁명스런 나의 질문과는 달리 상냥한 어조로“저~어~! 다름이 아니오라…”라며 죄송하고 송구한 나머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아~! 왜 그러시는데…?”여전히 퉁명한 말투를 자르며“선생님! 저는 K항공 뉴욕지사 J과장입니다.”라며 명함을 한 장 내미는데 과연 그렇다.“그래서요?”, “선생님! 죄송하지만 다음 비행기 좀 타실 수 있겠습니까?”이게 웬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아니? 다음 비행기라니…??”

그 당시를 다 설명할 수는 없고 대충 요약하면, 그날 승객이 완전매진(만석)이었다는 것과 그 승객을 다 수용하다 보니 화물이 오버했다는 것 그런 가운데 정말 급히 귀국을 해야 하는 승객이 있는데 누구의 양보도 받을 수 없는데 마침 나를 발견(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인 놈이었던 모양이다.)했지만 차마 운을 떼지 못하다가 개찰이 시작되며 어쩔 수 없이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반대급부를 묻기도 전에 먼저 실토를 하는 것이었다.

다음 비행기는 아홉 시간 후에 뜬다(지금도 그런가는 모르겠고…)는 것과 그 시간 동안 라운지(비즈니스級 이상 내지 일정수준의 마일리지 확보 승객만 이용하는…)를 이용하는 특전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과 그에 따른 마일리지(일반석의 두 배, 당시로는 조금만 보태면 동남아 정도는 왕복 다녀 올 수 있는..)를 준다는 조건을 제시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고 많은 특전이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홉 시간을 무엇으로 때우느냐 이거였다. 그런데 솔직히 그 때만 하더라도 나는 그‘라운지’라는 걸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구조로 이루어 진 줄도 모르는 때였다.

그러나 나는 싸구려처럼 더 이상 생각 하고말고‘그럼 그럽시다.’라는 답을 하고 말았다. 나는 당시 하루에 담배 두 갑도 모자라는 체인스모커였었다. 내가 아까부터 케네디공항에서 초조하고 좌불안석이었던 것은 담배를 피우지 못해 생긴 금단현상이었다.

J과장이 이런저런 특혜(?)조건을 마치마자 내가 그에게 던진 돌 직구는“라운지 안에서 담배는 필 수 있는 거요?”라는 질문과“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당연하지요! 그 뿐만 아니라 고급양주도(당시 시바스리갈12년산도 아쉬울 때…)얼마든지 있고 잠도 주무실 수 있습니다.”라는 J과장의 자신에 찬 대답에 의심이나 주저할 사이도 없이‘그럼 그럽시다.’그만큼 담배가 마렵거나 고픈 절박한 상태였고 심지어 당시엔 적군에 잡혀 고문을 받을 시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으나‘담배 한 피우게 할 테니…’라고 회유해도 넘어 갈 수밖에 없었던 처지였다.

생전 처음 입장한 라운지는 한마디로 눈알이 돌아갔다. 이름도(시바스리갈 밖엔…)모를 양주들이 빽빽이 진열이 되어 있고 마치 피트니스 클럽에나 온 듯 할만큼 여러 종류의 헬스기구가 비치되어 있고 침대는 아니지만 널찍한 소파와 또 다른 휴식 공간 등, 난생 처음 접하는 화려한 공간에서 간단한 식사와 함께 먹고, 마시고, 피우고, 취하고… 드디어 골아 떨어져 잠을 깨우는데 곧 탑승 시간이란다.

지금도 그런가는 모르겠는데….비즈니스 좌석의 안락함은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다. 비행기 구조에 따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종도 있으니까. 비즈니스級 승객에겐 또 다른 특전이 있다. 기내식부터 다르다. 상전대접을 받은 다음 모자라는 부분은‘리필’을 요청해도 되지만 웬만한 것들은 셀프서비스가 가능하다. 목적지에 가까워 오면 선물을 꼭 하나 마련한다. K마크가 새겨진 넥타이나 여성용 스카프(내 경우가 그랬다는 것이지 지금도 그렇다는 건 아니다)를 고를 수 있다. 나는 마누라를 위해 스카프를 골랐지만….어쨌든 9시간의 시차를 두고 귀국 했지만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아마도 두 번 다시 누릴 수 없는 그런 행운을 누린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조건이나 특혜보다 가장 신나는 특혜는 비즈니스석은 끽연을 허용하던 시절이었다.(결국 당시엔 돈 있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구조 였다.)

 

그런데 이번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비행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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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를 출발한 귀국 비행기는 알라스카를 향해 힘차게 나른다. 히끗히끗 보이는 부분이 록키산맥이고 만년설의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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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산인지는 모르겠고 록키산맥 중의 어쩌면 로키산 일 수도…. 만년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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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청하려고 red wine을 청했다. 한 병 마셨는데 기별이 없다. 그래서 요비링을 누르고 승무원을 불러’one more  pls!’ 또 한 병을 갖다 준다. (내가 이번에 이용한 비행기는’AIR CANADA’였다. 우리의 A항공과 제휴가 되어 식사도 서비스도 많이 신경을 쓴다.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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