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장미의 계절.
피란지의 집 뜰에는 계절을 달리하는 꽃이 늘 피어있었다. 그런 꽃을 피우는 이가 바로 막내 고모였다. 막내 고모에 대한 추억은 별로 좋은 게 없다. 어린 나이었음에도 막내고모가 엄마에게 대하는, 나중에 철들고 나서 알게 된‘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바로 그거였다.
한 쪽 팔 없는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열두 식구의 살림을 혼자 했다. 그 팔로 시부모 봉양에 허약한 남편 그리고 줄줄이 알사탕으로 낳은 7남매를 더하여 시집 안 간 막내 고모까지….그 팔로 살림을 하고 그 팔로 텃밭을 가꾸어도 손 하나 까딱 않았던 고모로만 기억이 된다.
그런 막내고모가 정말 좋았던 것은 미리 밝혔지만 집안의 앞뒤로 화단을 가꾸며 봄. 여름. 가을 꽃을 피워 내는 것이었다. 그런 고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는 지금도 꽃을 무척 좋아한다. 그것은 어쩌면 고모를 좋아한 게 아니라 꽃에 대한 향수 같은 게 아닐까?
이른 봄엔 꽃 잔디로 집안을 꾸몄다.
꽃잔디가 질 즈음이면 영산홍이 뒤 따라 집안을 장식한다.
이즈음엔 서울 집도 화사하게 밝아진다. 비록 옛 주인이시던 막일꾼 선배님 내외 분이 다져 놓은 것이지만….
지금 이곳 천등산 기슭 우리집엔 온통 장미로 덮여 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꽃을 좋아 한다는 것 보단 추억 더듬기를 좋아 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고모가 가꾸던 그 꽃밭의 추억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