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박근혜와 참외.
요즘은 날씨가 그나마 선선한 관계로 농사짓기에 그리 힘이 안 든다. 오늘도 고추밭에서 100여 kg의 고추를 수확했다. 수확한 고추를 창고에 보관하고 텃밭을 지나오는데 지루한 가을장마(?) 끝에 집 앞 텃밭의 참외넝쿨 사이로 노랗게 잘 익은 실한 참외가 몇 개 달려 있다. 지난 주 쌍둥이 손녀들이 다녀갈 때 끝물이라며 다 딴 줄 알았는데, 용케 숨어(?)있다 이제야 모습을 들어 낸 것이다.
이게 웬 떡! 아닌 참외냐며 조심스럽게 땄는데 마침 담을 그릇을 준비하지 않아 급한 대로 개량한복(근무복) 상의 오지랖에 담다가 그만 제일 실하고 잘 익은 놈이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에그머니! 옴마야! 이 노릇을 어쩐담!!! 아깝고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 그 거 다시 주워 끼워 맞추고 해 봐야 먹을 수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곳에 버리면 다른 작목의 거름도 되고 개 중에는 내년 싹이 나고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 깨지고 박살난 참외가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참외를 오지랖에 담아오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깨진 참외는 박근혜 같다고… 진정 보수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려면 깨진 참외는 다른 용도로 써야 하는 것이다. 참외밭에서 오병규 생각.
꽉꽉 눌러 담으면 1포대에 20여kg이다. 오늘 수확한 거…
참외 잎사귀도 이제 노랗게 물들어 간다. 그래도 이 놈들 덕분에 올 핸 설치도 않은 전자파 참외를 안 먹어 다행이다. 오늘 배달 된 월간조선 9월호 겉 표지 소제목 기사 가운데”‘사드 논란 후…성주참외 과잉생산, 썩혀서 비료 만드느라 20억 써”란다. 이래저래 참외는 버릴 게 없다. 아타깝지만 깨진 참외라도 함부로 버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