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씨 죽음에 대한 소고(小考)

아무리 미운 원수라도 그 죽음 앞에 숙연(肅然)해지고 조의(弔意)를 표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사람의 도리라 하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별세(別世)를 했단다. 진심으로 명복(冥福)을 빌어본다. 이제 사바세계의 홍진(紅塵)과 무관한 곳으로 가셨으니 그곳에서 평안히 영면(永眠)하시기를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빌어본다.

 

나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가, 거래처에서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보내준 차량의 운전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내가 차에 오르자마자우 라오반!(나를 지칭하는..)한국의 전 총통(중국인은 대통령을 이렇게 호칭한다)노무현이 죽은 걸 아느냐?’라고 그가 말 했을 때, 나는 처음 요즘 노무현 대통령 비리수사를 두고 정치적 사망을 표현하는 줄만 알고, 얼렁뚱땅 얼버무리는데, 그가 다시그게 아니고 노무현이 오늘 아침에 자살을 했다TV뉴스를 좀 전에 보고 나왔다며 정색을 하기에, 그래도 믿지 못하고 거래처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로 뛰어 오르다시피 하며 컴을 켜고 검색한 후에야 그 친구의 말이 농담이 아닌 사실인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솔직히 그렇게 미워했는데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망연자실함이 다가왔다. 오늘 중국인을 만날 때마다 하루 종일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얘기만 나눈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 자세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자세히 검색해 보니 모든 매체가 특히 보수언론들 마저도 그 양반의 죽음에 대한 미화(美化)작업에 몰두한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죽음 앞에 숙연해지고 조의를 표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수사(修辭)를 총동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생을 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난 이점에 대해 솔직히 거부감을 넘어 닭살이 돋고 속까지 메슥거린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정을 저질렀을 때, 누구나가 한 번 쯤 공감했을김동길 교수의 옳은 소리를 새삼 비하하며 패대기치기까지 한다. 특히 내가 의아 해하고 언짢은 부분은 그의 죽음에 대한 표현이다.

 

원래 고대로부터 죽음에 대한 표현은 등급(?)이 있었다. 먼저 황제나 천자의 죽음을 붕()이라하고, 제후나 임금의 죽음 뒤에는 훙(), 고관대작의 죽음은 졸()그리고 일반 서민의 죽음은 사()또는 망(), 역적이나 패륜아의 죽음은 폐()라고 했던 것이다. 오늘날에 이르러 지난날처럼 세분화 되지 않았으나, 그래도 유명 인사가 죽었을 때는 서거(逝去)라고 표현하지만, 이건 어디까지 천수(天壽)를 누린 자연사나 피치 못할 병사(病死)에 붙이는 수식 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서거가 아닌 자살(自殺)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이 또한 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분께 좀 소흘 하다고 생각 된다면 자결(自決) 또는 自盡(자진) 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어제까지 철천지원수처럼 다루던 온갖 매체들이 서거(逝去)라는 죽음에 대한 극존칭(?)을 붙이는 것은 예우가 아닌 아첨(阿諂)이라 할 것이다. 그래도 가신 양반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다면 별세(別世)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옳은 표현법 일 것이다. 도를 지나친 표현으로 아첨꾼이 되는 것은 오히려 망자에 대한 결례가 아닐까?

 

BY ss8000 ON 5. 23, 2009

 

덧붙임,

오늘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9주기로 알고 있다.

세월이 유수 같다더니벌써 그님이 자결(自決) 하신 지가 9.

오늘도 봉하마을엔 곡성이 가득하겠지만,

그런 슬픔을 가져온 지난 세월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며 오로지 정치적 박해니 보복이니 하며 절치부심(切齒腐心)할 것이다.

그 점을 누가 어떻게 말리겠는가마는…..

 

다만 문제는 그 이가 살아생전 행해 왔던 정치. 경제. 군사. 남북관계 등 전반에 걸친 국정과 사회상들이 촌() 치도 틀리지 않게 재연(再燃)되고 있다. 이제 또 어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2 Comments

  1. Ryan Chun

    2018년 5월 24일 at 11:23 오전

    오선생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과거를 반면교사로 교훈을 얻지못하는 어리석음에 통탄할 따름이지요.

    • ss8000

      2018년 5월 24일 at 1:35 오후

      천 사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가끔 주시던 소식이 끊겨 어디라도 불편 하신 줄 알았습니다.
      졸 썰이지만 가끔씩 보고 계시다는 신호나 남겨 주시면
      힘이 나겠습니다. ㅎㅎㅎ…

      항상 건강 하시고 행복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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