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TV로 본 영화.

내가 이런 썰을 풀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 TV가 맛이 갔는지 옛날 8mm영화 보듯 비가 마구 내린다. ‘TV를 갈아야지…..’ 어쨌든 날을 잡아 xx마트에 들려 마음에 드는 TV를 계약하고 배송 일을 정한 뒤 매장에서 아들놈에게 전화를 했다. “임마! TV샀다”

 

TV사러가기 며칠 전 아들놈에게 먼저 전화를 했었다.(물론 농담조로…)“얌마! 지 애비 TV가 가물거리는데 하나 사주면 어디 덧 나냐?”, “ㅎㅎ….(계면쩍은 웃음으로..), 다음에 사 드릴게요.”, “다음? 70먹은 노인네에게 다음이 어디 있고 내일이 어디 있어…알았어! 임마!”(미리 밝혔지만 아들놈과는 이 정도의 농담은 주고받는다. 父子有親이라지 않든가? 가끔 의도적으로 이런 전화를 한다. 가령 내 중고차를 팔 때도 아들놈에게 약간 더 받아낸다든가…그러나 언제나 한결같이 덧붙이는 말“단 돈 천 원이라도 숙영(며느리)이랑 상의해야 한다.” 라고….)

 

그렇게 아들놈에게 전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벨이 울린다. 며느리다. “아버님~!(날아갈 듯…)”, “오~! 왜? 어쩐 일이냐?”, “아버님~!(여전히 날아갈 듯..)TV제가 사 드릴게요!”,“에에이~! 아니다. 농담도 못하냐?(정색을 하며…)나도 그만한 돈은 있다”, “아녜요! 아녜요! 아버님 그래서가 아니고 어쨌든 TV 저희가 사드릴게요!(나 보다 더 정색을 하며…).

 

아무리 자식(며느리) 사이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다. 그기에 우리 며느리 곁들여‘값은 상관없으니 제일 마음에 드시는 것으로 하세요.’라고 첨언까지 한다. 시아비 된 입장에 며느리에게 결례를 해서 쓰겠는가? 3분의1은 왔을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결제 취소와 함께 진열 되어있는 TV중 제일 크고 비싼 거로 고른 뒤 며느리와 담당자를 연결해 주고 수속을 마쳤다. 다음 날 주문한 TV는 거실에 놓여졌다. 물경 75인치. 맛이 간 TV도 55인치짜리라 적지 않았지만 이건 거의 영화관 수준이다. 배송기사가 돌아가고 먼저 며느리에게 비로소 니 덕분에 거실에 어울리는 TV를 장만하고 잘 보겠다는 전화를 했다. ‘내가 며느리 하나는 정말 잘 들였다’는 인사와 함께 그리고 저 놈으로 영화를 보면 어떨까? 공짜 영화를 한 편 때리기로 하고 검색에 나서 처음 고른 영화가…..영화명‘300’이다. 왕 레오니다스와 300명의 스파르타군은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맞서기 위해 출정을 한다. 영화 내용과 평을 하자는 게 아니다.

 

적군 100만 명과 3만이나 3천도 아닌 300명. 상상이 가는 대결인가? 한마디로 죽겠다고 색을 쓴 거지 만용(蠻勇)의 도가 넘었다. 물론, 때론 만용(蠻勇)이 통할 때가 있다. 술 처먹고 파출소에 기어들어가 형편없는 공권력을 아작 낼 때. 그러나 그것도 인권을 중시하는 대한미국에나 통할 얘기고, 전쟁엔 만용이 안 통한다. 무모하고 시건방진 레오니다스와 만용사(蠻勇士?) 300은 몇 차례의 국지전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원래부터 상상도 안 되는 상대에게 덤빈 것이다.

 

스파르타라는 도시국가는 본시 폐쇄적인 사회체제다. 또한 엄격한 군사교육으로 육성된 강력한 군대 등으로 유명하지만 그게 바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워낙 폐쇄적이었기에 자신들밖에 몰랐던 것이다. 워낙 엄격히 통제 되었기에 자신들이 가장 힘 센 줄 알았던 것이다. 그들은 7세부터 군사훈련을 강행시켰다. 어쩌다 불구가 태어나면 죽이거나 버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결정적 패인은 꼽추로 태어나 버려진 인물이 스파르타군의 아킬레스건을 알려주고 몰살당하며 전쟁의 막은 내리는 것이다.

 

이상은 선민주의(選民主義)다. 강하고 잘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중국에 처음 도착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잘 살지 못하는 나라에 거지나 부랑아가 보이지 않았다. 말인 즉 그런 부류는 사회주의의 적이라 지방으로 소개 시킨다는 것이었다. 북한 특히 평양시내에 거지가 있다는 소리 들어 보았는가? 놈들이 인민들을 세뇌시킬 때 가장 많이 써 먹는 얘기가 ‘남쪽은 거지와 부랑아가 득실거린다.’탈북자들의 증언이 하나같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평양은 선민주의에 의한 도시국가일 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평양이라는 글자가 머릿속에 연상되며 때론 자막을 노치기도 했다. 불구자는 평양에 살 수 없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유치원 때부터 군사교육을 시킨다. 얼마나 폐쇄적이고 엄격한 군사교육이며 놈들이 자랑하는 군대인가? 한마디로 스파르타식이 아니라 그곳이 현대판 스파르타이다.

 

현대판 스파르타는 지구촌의 최 강군이고 자들을 당할 어떤 군대도 없다며 출정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스파르타군의 무모함과 똥돼지의 무모함이 겹쳐지며 머릿속에 맴돈다. 저 놈들 디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 하는…..

   (화면이 하도 커 이쪽에서 저쪽까지 눈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한 사흘 적응하느라 애 먹었다 ㅋㅋㅋ..). DSC00296

6 Comments

  1. 비사벌

    2018년 8월 1일 at 1:27 오후

    오선생님 새TV축하드립니다. 며느리 이쁘시겠어요.
    더운데 건강조심하시고 잘 보내세요

    • ss8000

      2018년 8월 1일 at 2:24 오후

      어떤 인연인지 그런 멋스런 아이가 며느리가 됐습니다.
      솔직히 복 받았습니다. 착하고 내핍생활을 철저히 하고…
      아들놈 얘기가 있습니다.

      숙영(며느리)이는 푼 돈에 목숨 걸고
      큰 돈 쓰는 건 안 아끼는 이상한 애라며,,,,
      애비 들어라고 하는 소린지…
      애매모호한 얘기를하더군요.

      안 따져 물었습니다. 큭.

      요즘 새벽 다섯 시 반에 밭에 나가 2-3시간 일하고
      들어오면 하루 종일 에어컨 팡팡 털고 자다깨다 합니다. ㅎㅎㅎ…
      천국입니다.

      원장님이나 과로 마소서.
      아무리 한자를 고쳐야 한다지만
      아생(我生) 연후에 환자치료 입니다.

  2. 데레사

    2018년 8월 1일 at 8:54 오후

    축하 합니다.
    잔치 한번 하시지요. 한더위 가시거든.
    나 테레비 얻었다 하고요. ㅎ
    암튼 예쁜 며느리입니다.

    • ss8000

      2018년 8월 2일 at 12:41 오후

      네. ㅎㅎㅎ…
      누님께서 원하신다면… 하고 말고요. ㅎㅎㅎ..

  3. 미미김

    2018년 8월 3일 at 1:12 오전

    ?이건 분명한 “자랑질” 인데 왜 밉지가않죠?? ㅎㅎㅎ
    더운날 시원하게 등멱한 기분이 들게하는 글 이십니다.
    덕분에 저까지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잔치 하실때 저도 꼭 초대받고 싶은데… 하,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ss8000

      2018년 8월 3일 at 5:49 오전

      ㅎㅎㅎ…우째 하다보니 자랑질이 되고 말았지만,
      사실 의도한 바는 아닙니다.

      다만 며늘 아이가 항공소저(航空小姐: 비행기 승무원) 출신이라
      싹싹하고 밝고 착한 아이입니다(TV를 사 줘서 그런 건 아니고 진짜로..)
      늙으막에 복 받은 거지요. 뭐….

      계신 곳도 몹시 덥겠지요?
      지구촌이 그렇다니….

      항상 건강에 유념 하시고 건안 하십시오.
      그래야 계속 좋은 말씀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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