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기적.

죽을병은 아니고중국출장을 갔다가 너무너무 아파 업무도 보지 못하고 이틀 만에 귀국을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구급차에 실려 s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 이런저런 검사(초음파. ct. mri)를 받고 병실을 2인실로 요구했다.

 

다행히 내 요구대로 2인실로 배정을 받고 환부를 부여잡고 환자 운반용 밀차에 실려 들어서니 오밤중이다. 거짓말 안 보태고 귀국 전 중국에서의 이틀은 밤 잠 한 숨 곡기 한 술 먹지 않고 왔으니 한마디로 심신이 파김치다. 배고픈 줄은 모르겠는데 우선 또 불면에 시달린다. 그 정도면 드러눕자마자 잠들 법도 하련만….

 

~! 입원실에 들어서자 환자 선배님(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 방장께서 간병하시는 사모님과 주무시고 계시는데,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인기척도 못 느끼고 그야말로 잠 삼매경(?)에 빠지셨다. 선배님 주무시는데 폐가 될까보아 아픈 몸을 이끌고 조심 또 조심 침대에 누웠는데 주무시는 분 앞에서 입실신고 하느라 못 느꼈던가? 선배님 코골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의 사흘을 못 잤으니 나도 웬만하면 자장가 삼아 잠이 들만도 하겠지만 이건 뭐건설현장용 굴착기 수준의 소음이다. 베개를 양귀에 감싸 안고..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흉내를 내 보았지만 아무소용 없다. 또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아침 6시까지 한 숨을 못 잤다. 그러니까 선배님 기상시간까지 코고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는 얘기다. 다행(?)인 것은 그날은 반지를 끼고 있어 병원용 침대 모서리 철판에 두드려 날카로운 금속성을 내면 잠시 코골이를 멈추는 예의는 갖고 계신 거다.

 

기상을 하자마자 아픈 몸을 이끌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간호사 언니께 사연을 얘기하고 방을 바꿔달라고 하는 것밖엔. 마누라의 부축을 받고 간호사실에 도착한 후 이런저런 설명을 장황하게 하며 하소연을 했더니 내 하소연의 몇 백 분의 1짜리 대답이 돌아온다.‘걱정 마세요 그 환자 분 오늘 퇴원합니다.’이것보다 더 기뿐 소식이 있을까? 문재인이 갑자기 비명횡사를 했다고 해도 이 기쁨에 비기지 못할 것이다.

 

아무튼 선배님 퇴원하실 때 소인의 몸이 이러하니 멀리는 못나간다고 배웅까지 해 드리고 다시 팀장 간호사님께 얘기하고 선배님 이용하시던 자리로 옮겨 달라고 청을 드린 후 전망 좋은 곳으로 이주를 했다.

 

반나절이나 지났을까? 이번엔 후배 부부가 들어온다. 몸무게 108kg 183의 거구 후배다(간호사와 면담할 때 들었음). 워낙 거구라 감히 범접을 못 하겠다. 결국 선배이면서 선배대접도 못 받고 쫄았으니 피차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입실하고 한 시간 쯤갑자기 오느라 아무 준비 없이 왔다며 후배 사모님께선 댁을 다녀오시겠단다(2인실이라 다 들림). 근데 정말 웃기는 후배님이시다. 와이프 나가자마자 무슨 비명인지하는 외마디를 지른 뒤 코를 골며 잠에 빠지신 모양이다.

 

나 이거 재미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 절대 아니다. 후배의 코골이는 내 평생 어디서도 들어 보지 못한 가장 강력한 그야말로 뿌리 깊은 나무가 아니면 모조리 뽑혀나갈 만큼 어마 무시한 코골이였다. 순식간 오전에 퇴원한 선배님이 얼마나 젠틀한 분이었던지 갑자기 그립기조차 했다. 그리고 황천후토 천지신명이시어 방정맞은 이놈을 용서 하소서하는 반성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는 한낮이기 때문에 그나마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일부분 상쇄가 되었지만, 밤이 문제였다. 이 노릇을 어쩌나? 병원에 가면 병이 낫기보다 병 얻어 온다는 선조님들의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절감하는 순간이었다.‘젠틀하신 선배님은 지금 어느 하늘 어디에 계시온지..?? 그립답니다.’

 

드디어 결단코 오지 말아야할 밤은 왔고 더하여 깊어만 가고,,, 나의 기도는 다시 시작된다.‘천지신명 황천후토님께 비나이다. 저 젊은 후배보단 일찍 잠이 들게 하소서 아주 귀하게 쓰실 곳이 있으시면 아예 데려가셔도 할 말이 없나이다.’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빌고 또 빌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기도 덕분일까? 기적은 일어났다. 내가 그 후배 보다 잠이 먼저든 게 아니라, 세상에 그가 코를 골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게 가능한 것인지이런 걸 기적이라고 하지 않나?

 

기적은 그 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만에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내게 마누라가 한마디 한다말 함부로 할 거 아니야! 새벽에 자기가 코를 심하게 골던 걸…’…..정말? 나는 코를 골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후배는 약물에 취했는지 이 시각 아직도 자고 있다. 후배나 나나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6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8월 30일 at 11:23 오전

    지금도 병원입니까?
    글 쓰신것 보면 고비는 넘기신것 같습니다만
    어디가 편찮셨는지요?
    얼른 회복되시기 바랍니다.

    • ss8000

      2018년 8월 30일 at 1:17 오후

      죽지 않고 귀국한 것만으로도 고비를 넘겼습니다.
      일단 담석제거 1차 시술은 마쳤고 담도 2차 시술은 내일이고
      연후 원기를 회복한 후
      배를 째고 담랑을 제거 해야 한답니다.

      지금 병원입니다.
      살만합니다. 빠르면 토욜 아니면 다음 주 월요일 쯤..
      집에 빨리 가고자븐데…

      누님 진심 감사드립니다.

  2. Ryan Chun

    2018년 8월 30일 at 12:38 오후

    오선생의 쾌차하시기를 멀리서나마,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 드립니다!

    • ss8000

      2018년 8월 30일 at 1:22 오후

      천 사장님 황송합니다.
      담석이 끼었는데 배출이 안 되고
      다른 환자와는 달리 담도가 꽉 막혔답니다.
      1차 담즙 빼내기 시술을 어제
      담도의 담석 제거 시술은 내일 연후
      시간을 좀 두고 담랑을 제거해야 한답니다.

      수술에 대한 부담 같은 것은 없습니다.
      위를 잘라낸 경험도 있고… 다만 집을 오래 비워야 한다는 게 좀….

      천 사장님의 기도에 기를 받아 거뜬히 쾌차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3. 🌵미미김

    2018년 8월 31일 at 12:15 오전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 이십니다.. 사무도 못보시고 되돌아 오셨다니 그 아픔이 짐작이 갑니다.
    얼마전에 저의 딸도 밤새도록 통증에 시달리다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간적이 있었던지라 더욱 선생님의 상황이 눈에 그려 집니다.
    아무쪼록 빠른쾌차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 절대 코같으것 안 곯습니다( 우아 하지 못하게시리…ㅎㅎ)”. 제가 저에게 들키기 전까지 말입니다.
    어느날 밤, 제 코 고는 소리에 깜짝놀라 벌떡 일어난 이후론 그동안 남편 코곤다고 오만 싫은소리 했던게 얼마나 무색하고 미안하던지 원… 그나저나 제가 가까운 하늘아래 살고있다면 책 한권 들고 위로의 방문을 꼭 했을텐데… 마음 뿐 인게 죄송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편안한밤 되시기를…
    지금 이곳은 이른아침 입니다.
    감사합니다.

    • ss8000

      2018년 8월 31일 at 1:39 오전

      별고 없으시죠?
      지금 이곳은 정확하게 새벽1 50분입니다.
      평소 세네 시경이면 일어나지만 오늘은 예외입니다.

      또 새로온 환자가 들어왔는데 32세 군요.
      아직 말 한마디 안 붙여 봤습니다.
      어제 낮 올 때부터 코를 고는데,,,,, 이 병실엔 왜 저런 인간들만
      들어오는지… 먼저 보낸 두 사람 보다 더 합니다.

      듣다듣다 결국 12경 일어나 속으로 울화통을 터트리기다가
      간호사실로 갔습니다. 직접 깨우기 보다는 간호사를 통해
      (가령 혈압 또는 체온 기타 간호사 직무와 연결 되는…)
      깨웠습니다.

      소용 없습니다.
      저 이 시각 미칠 거 같습니다.
      사지를 뻗고 아가리를 딱 벌려 코를 고는 놈을 보니
      욕이 절로 나오고 목이라도 조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침부터 이런 얘기를 ㄷ려…
      그러나 안 당해 본 사람은 말을 말아야 합니다.
      보아 하니 저나 나나 비슷한 환자인 것 같은…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주신 책 열심히 읽으며 진정을 시켜 보겠습니다.^^

      미미님이나 저나 양심적 코골이 입니다.
      토끼가 제 방귀에 놀라듯 본인 코골이 소리에 놀라는 사람은 양심적인 거죠.
      제가 그렇답니다. ㅎ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