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61세(간질환: 약간 뚱뚱한 체격), 48세(간질환: 100k가 넘는 거구), 32세(중증당뇨: 겉 보기 어제의 거구보다 더 커 보이고 머리가 깍두기).

 

2018년 8월27일 일요일 오후8시 인천공항에서 S병원 응급실로 실려 옴. 8월28일 오전0시 20분경 2인실로 입원함(밤12시 이전에 입실하면 병실비용 50%가 추가 된다며 시간여를 참으라는 병원 측의 배려.)

 

61세의 간질환자(간이 나쁘다는 의미이지 거품 무는 뇌전증은 아님)와 하루 밤, 역시 48세 某건설회사 현장소장이라는 간질환자와 하루 밤을 보낸 경험담을 어제‘반전의 기적’의 이라는 제하의 썰을 몇몇 게시판에 공평하게 나누어 실음.

 

기억 하건데 세상에 젤 부러운 게 고참병 제대하던 날 부대정문에서 손 흔들 때, 이런저런 친구 놈들 장가간다고 청첩장 받았을 때, 같이 입원 했다가 먼저 퇴원하는 환자 선후배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후배환자였던 그가 나의 부러움을 한 보따리 선물로 안고 어제 12시 경 퇴원을 했다. (아! 하루 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으라고 했던가? 후배와는 그 사이 돈독한 사이가 되어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고‘반전의 기적’이라는 자신에 관한 썰을 보여주고 함께 키득거릴 만큼 가까워 짐)

 

그가 퇴원하고 두어 시간 흘렀을까? 병원 청소하는 분들이 새로운 시트. 이불. 베개를 들고 들어오고 이어 한 사나이 등장한다. 허~걱! 덩치가 좀 전 퇴원한 후배보다 더 크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겉모습 모습… 반듯하게 모를 낸 깍두기머리에 짙은 호남사투리다. 한 가지 추가 한다면 그 거구의 사나이에게‘오빠 오빠’호칭을 하며 따라온 여인이 벽걸이TV(아시안 게임 중계)를 보고 있는 내게 눈인사는커녕 벽걸이 TV를 쥐고 흔들며“옴마~! 어짜쓰까? 이거이 이러컴 하면 돌아뿐디 안 돈갑디여!”라며 중얼거린다. 아~! 고정된 TV를 오자마자 저희들 방향으로 돌리려 하는 모양이다. TV위치는 저희 침대나 내 침대나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고정이 되어 있건만 그나마도 저희 성질대로 하겠다는 속셈이니 이거저거 따질 거 없는 깍두기 행동대장인 게 순금의 순도만큼이나 정확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부터 나의 정신적 방황과 공황이 시작 되는가 했는데, 찰라(刹那)적 그 순간에 어디선가 사자의 포효 같기도 누군가 가글링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 이건 또 뭐지? 귀를 기우려 소리 나는 방향을 탐색해 본즉 깍두기다. 세상에~ 입실한지 몇 분이 되었다고 그것도 금메달이냐 아니냐를 다투는 일본과의 야구경기를 벽에 두고 눈감은 채 코를 골다니….이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밤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놈은 대낮부터 시작하여 이 시각까지 단 한 순간도 숨을 멈춘 적이 없다, 물론 인간이 숨을 멈추면 죽는다. 그래서 그런지 놈은 들숨 날숨을 몰아 쉴 때마다 단 1초의 멈춤 없이 코를 골고 있다는 얘기다.

 

약아 빠진 년. 입실하자마자 늙은이 TV보는 게 꼴시러워 피차 상의도 없이 돌아가지도 않는 TV를 돌려놓겠다는 그 싸가지 없는 년은 어제 저녁 8시가 넘어 애들 때문이라며 집구석으로 갔다.

 

특이 사항, 그 사이 떡대가 북한산만큼은 안 되도 남산만한 놈 서너 명이 놈을 면회 하고 갔음. 이젠 놈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100% 확신이 감. 작일(昨日) 9시 쯤 놈은 외출(환자복을 입고)을 다녀온 것 같음. 10시가 좀 넘었던가? 놈은 병실로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향하며 내 곁을 지나는데 찌든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남.(이하 설명 생략)

 

담배 냄새는 그렇다 치고 놈의 술 냄새를 맡으며 나는 사색이 되었다. 술을 안 처먹어도 코를 고는데 술까지 처먹고 들어왔으니…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화장실을 다녀 온 놈은 그 자리에 눕더니 순간적으로 천둥의 신(神) 토르 흉내를 냄.

 

잠은 오지 않고(토르의 코골이 때문에) 늦은 밤까지 TV를 봤다. 그 소란 통에도 끄덕끄덕 긍정의 고갯짓을 하며 졸고 있는 마누라가 불쌍하다. 속으로‘나 같은 서방을 만나 엄한 자기가 고생 많구나.’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런데 잠시 눈을 붙였던 모양이다. 옆구리의 통증을 용을 쓰며 참고 정신을 차려본즉 새벽1시반이다.

 

내가 깨려고 깬 게 아니다. 놈의 천둥소리에 놀라 깨었을 뿐이다. 옆을 돌아보니 우리 마누라 그만하면 용하다. 비바람 몰아치는 거친 광야에 천둥번개가 내려치지만 새근새근 자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오히려 왠지 모를 부아가 치민다. 아~! 미치겠네!!! 냅다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래도 놈은 여전히 불심상관이다.

 

팔뚝을 바라보니 나의 분노에 피가 역류했는지 링거주사 호스가 온통 피다. 벨을 누를까 하다 직접 갔다. 그리고 역류하는 피를 수습하고 하소연을 했다. 그 사이 놈의 코골이는 간호사실까지 들려온다. ‘저 소리예요?’, ‘…….’ ‘제가 한 번 깨워 볼게요.’,‘에에이~ 소용없어 3초 이내 또 저럴거야.’

 

마누라는 5분전 이불과 베개를 들고 휴게실로 나갔다. 나도 이 상황의 현장 중계를 마치고 마누라의 뒤를 따르련다.

 

잠깐만……놈은 지금 사지를 큰大로 벌리고 아가리도 쫙 벌린 채 코를 골고 있다. 갑자기 놈의 벌린 아가리에 무엇인가 처박아 넣고 힘껏 누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참아야겠다. 이아침 놈에게 간밤의 얘기를 하고 말을 터 말어? 아들놈보다 어린 깍두기 놈의 우람한 체격이 나를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왜? 어째서 코골이들은 덩치가 남산만 할까? 항의도 못하게…. 현장중계를 마친다.

4 Comments

  1. 🌵미미김

    2018년 8월 31일 at 6:43 오전

    헐! 그 병실 터 가 그럴까요??
    워찌 입장하는 세 ㄴ ㅗ ㅁ? 들 모두 내리 똑같단 말입니까?!
    선생님 퇴원 하실 동안은 ” 도” 아닌 도를 닦는 인내와 아량이 요하게 됐습니다.
    불행 하게도 주위에는 그 사람 자체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옆사람을 혹은 그룹을 불쾌하게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묘한 이들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심호흡 삼세번 깊게 하시고요 너그러이 불쌍히 여기시는게 어떠 신지요…
    힘 내세요!!!
    멀리서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ss8000

      2018년 9월 1일 at 1:07 오후

      그런 거야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더 큰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2. 데레사

    2018년 9월 1일 at 7:46 오전

    ㅎㅎㅎ
    아침부터 배꼽 빠지게 웃습니다.
    남은 아프고 잠 못자 힘들텐데 웃음이
    나와서 미안하지만 병실 풍경을 상상하니
    안 웃을수가 없네요.

    아직 퇴원 못 하셨군요.
    고생 하십니다.

    • ss8000

      2018년 9월 1일 at 1:08 오후

      누님! 시방 웃을 때가 아닙니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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