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를 걱정하는 지도자들.

가만히 생각해 보면‘비겁함’과 ‘두려움’은 한 통속이다. 비겁하니까 두려워하는 것이고 두려워하면 비겁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업은 기울고 있는데 부도를 안 내려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고, 그 고민으로 거래은행의 지점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친지를 포함한 나를 아는 지인 모두가 피해자였다. 단 돈 일 원이라도 끌어 쓰기 위해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을까. 다행히 얼마라도 빌려 줄 수 있는 입장이라면 몰라도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친. 지인을 원수 취급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것들이 모두 훗날에 일어날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 때문에 겁을 먹고 비겁해 졌던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부도가 난 후였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부도를 막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치지 말 것을…하는 후회가 밀려 왔다. 차라리 그랬더라면 나의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더하여 때론 협박(脅迫)에 가까운 애소(哀訴)나 읍소(泣訴)로 인한 피해자는 줄일 수 있었을 텐데…하는 후회 말이다.

 

그리고 경제사범이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됐을 때 언제 어디서 불심검문에 걸려 잡혀들까? 시간 시간이 그리고 매일 매일이 불안하고 초조했었다. 그러든 어느 날 문득 그래! 내려놓자! 내가 살고 나를 살리기 위해, 두려움과 비겁함과 욕심 따위를 내려놓기로 마음먹은 게 자수(自首)였다. 언제까지 비굴할 것이며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까.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니 자수하면 죽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하여 광명 찾자!”라는 표어는 간첩에게만 해당 되는 게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자 신세가 된 이 세상의 모든 범법자들에게만 해당 되는 게 아니다. 자수를 하고 조서를 꾸미고 유치장의 철문이 닫힐 때, 살았다는 느낌 그리고 평화로움. 살인범이나 흉악범 하다못해 파렴치범들이 수사망이 좁혀지고 검거 됐을 때 하는 얘기가“이제 마음이 편합니다.”라고 할 때의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갔다.

 

저 아래 어떤 노 선배님의‘문재인의 두려움’이라는 제하의 글 중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명박은 야당보다 더 자기를 괴롭혔던 박근혜에게 정권을 넘겨주기 위해 노심초사했었다.” 이 문구 하나가 그 글의 핵심이고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이명박 뿐이겠는가? 이 나라 정치가 개판이 되고 최고 지도자들이 개처럼 행동하게 된 것은 10.26시해사건 이후부터다.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은 민주화운동(?) 소란(騷亂)속에 친구인 노태우에게 권력을 선양(禪讓)하며 장기집권의 폐해를 피하자며 권력의 유한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오히려 그 제도가 최고지도자나 그 패거리들의 조급증을 불러오며 그 조급증이 권력의 오(誤). 남용(濫用)과 비리(非理)를 부추기는 원인제공을 한 것이다. 즉 자신들의 비리나 부정을 감추기 위해 5년 임기가 끝나는 훗날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째서 상도동계니 동교동계니 하는 파벌이 생겨나고 또 그 속에서 친. 반이라는 계파가 생겨나 대가리 깨지고 코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지? 또 보수 진보로 갈라져 국정(國政)은 뒷전이고 자신과 패거리들의 권력 챙기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권력의 농단 나아가 국정농단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파행이 저질러지는지…

 

5년의 임기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선정(善政)을 베푸는 게 아니라 오로지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권력을 이용하여 5년 동안 저질러 질 부정부패 비리를 숨기기 위한 노력이 정적(政敵)제거이고, 그 방법이 곧‘적폐청산’이라는 이름만 아름다운 독재(獨裁) 수단인 것이다.

 

며칠 전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칼럼“거짓 대사 된 2년 전 文대통령 취임사”의 한 대목을 전재(轉載)해 보자.

 

<<<오는 10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이다. 그날 취임사를 다시 읽어 봤더니 한마디로 거짓의 향연이다. 지키려 했는데 못 지켰는지 처음부터 생각이 없었는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주요 내용이 거짓이 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 후 일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적폐 청산으로 사회 곳곳에서 인민재판과 같은 행태가 벌어졌고 수사받은 전(前) 정권 인사만 110명이 넘는다. 징역형 합계가 130년을 넘겼다. 4명이 자살했고, 1명은 모든 국가기관의 공격을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2017년 5월 10일은 조선시대 사화(士禍)에 버금가는 잔인한 정치 보복이 대거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하략)>>>

 

문재인은 어째서 지키지도 못할 거짓의 향연을 벌였을까? 이미 장황하게 썰을 풀었지만, 한마디로 집약시키면 문재인은 취임하는 날부터‘두려움’을 가졌고 그 두려움이 5년 후를 걱정한 것이다.

 

충언(忠言) 하노니, 5년 후를 왜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걱정하나? 내려 놔라!! “자수하여 광명 찾자!” 자수(自首) 후의 그 평온함을 당신들은 모른다. 유치장이나 구치소의 철창문이 닫힌 후에 안도(安堵)하면 그 때는 이미 늦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으로 굳이 부엉이 바위가 아니더라도 고층의 아파트에 오르기 싫으면 말이다.

 

하긴 이 모든 것들이 문재인에게만 해당 되겠는가? 5년 후를 걱정하지 않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도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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