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폐성(犬吠聲)의 변천사.

 

산골의 적막함으로 때론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아직 개구리나 악머구리가 합창할 때도 아니고 또 풀벌레 역시 목청을 돋울 시기는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밤이면 참으로 외람된 얘기지만 아무리 촌부(村夫)라도 나라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더러는 있다.

 

10리는 떨어진 38국도를 야간 주행하는 대형화물차의 소리가 또는 빨리 가지 않는 앞 차를 가로지르기 위해 기어변속을 하고 가속페달을 밟는 굉음이 간간이 들려오는 것 외에는 사위가 고요할 때 멀리서(아마도 아랫말 쪽에서..)개 짖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기 시작하면 점진적으로 개 짖는 소리는 더 크게 가까이 들려온다.

 

견폐성(犬吠聲), 유식한 양반들이 개(짖는)소리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산골이라지만 70여 호가 사는 꽤 큰 산마을이다. 웬만한 가정마다 개 한 마리는 기른다. 다 알 수도 알 필요도 없고, 우리 집을 기준으로 J네는 황색 발바리를 그 윗집 이장네는 거세(去勢)한 양몰이 개 보더콜리, 울 건너 반장형님네는 잡견 서너 마리(종 불문), 우리 집 진돗개(흑구)와 코카 스파니엘(며칠 전 별세), 옆 집 정씨네 진돗개 백구, 윗집 최공네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등등.

 

아련히 들려오던 개 소리를 듣다보면 개들이 무질서하게 마구 짖는 것 같지만 그게 순서와 나와바리(구역)가 따로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랫말 쪽은 워낙 멀어 어떤 종의 개가 짖는지 모르지만, J네의 발바리는 앙칼지게 짖고, 이장네 보더콜리는 덩치도 크지만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천등산 중턱에 부딪쳐 공명(共鳴)되어 들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산이 무너질 것 같이 요란하고, 그 소리에 놀란 반장형님네 잡견 놈들은 그야말로 보더콜리가 왜 짖는지도 모르고 따라서 악을 쓰고, 그 다음 우리 집의 콩이(진돗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품위 있게 짖으면 나는 놈(사실은 계집이지만…)의 엘레강스한 짖음에 이불 속에서 미소를 머금고, 잠시 후 최공네 코카 스프니엘의 좀은 방정맞은 짖음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을 알 수 있다. 한 밤중에 개가 짖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 길을 걷던가 아니면 길 잃은 멧돼지가 마을로 내려왔거나 더 정확하게는 고라니나 노루가 텃밭의 부드러운 채소를 뜯으러 내려온 것이다. 발바리가 앙칼지게 짖고 잠시 후 이장네 보더 콜리가 짖으면 J네 집을 통과한 것이고, 보더 콜리가 짖은 후 우리 집 개가 짖으면 우리 집 경계에 놈들이 온 것이다. 즉, 개들마다 저들이 지키는 구역을 나누고 분담해서 경비(?)를 하는 것이다.

 

내 말이, 비록 개들이지만 무질서하게 그리고 마구 짖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놈(년)들 나름에도 정확한 팩트(멧돼지나 고라니가 마을로 내려 왔을 때)에 의해 각자의 다른 목소리로 자신들의 구역에서만 짖는 것이지 함부로 짖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확실한 것은 개들은 제 목소리를 절대 변형시켜서 짖지 않는 다는 것이다. J네 발바리에서 최공네 코카스파니엘까지 똑 같은 개소리를 내지 짖고 난 다음 시치미를 안 땐다는 점이다. 더 하여 남의 나와바리까지 오지랖 넓게 덤비거나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개들마저도….

 

<<<, 6·10 기념사서 좋은 말 쓰는 것도 민주주의한국당 겨냥?>>>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민주주의는 대화로 시작돼 대화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좋은 말을 골라 사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미덕”이라고 말했다.

 

참, 이럴 땐 대통령님께 어떻게 진언을 드려야 하나? 그렇담 예를 하나 들어 보자.

 

<<<20161129우리에게 대통령은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5차 촛불집회일인 26일 “한 사람의 촛불을 보태 박근혜를 끌어내리자”며 박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덧붙여, 문 전 대표는 “군대 안가고, 세금 안내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방산비리하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국정을 사사롭게 운영하고, 국가권력을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아온, 경제와 안보를 망쳐온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리자”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군대 안가고, 세금 안내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방산비리하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국정을 사사롭게 운영하고, 국가권력을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아온, 경제와 안보를 망쳐온”놈(년)들만 골라서 장관이나 주요직에 임명한 놈은 누구던가?

 

더하여 일국의 대통령을‘끌어내리자’라고 표현한 놈은 누구였던가? 그럼에도 어떤 목사님이 대통령‘하야(下野)’를 주장하자 국보법위반과 내란선동죄를 적용한다고 악악거린 놈들은 또 누구던가?

 

일견폐형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이라는 말이 있다. 즉, 한 마리의 개가 무엇을 보고 짖으면 다른 많은 개가 모두 소리만 듣고 따라 짖는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무언가 한마디 하면 의미도 모르고 여러 사람이 이것을 사실(事實)인 양 떠들어 대는 것을 이름이다.

 

이 반장님네 잡견은 개울 건너있는 있는 놈들이 짖어야할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장네 개가 짖기만 하면 부화뇌동하며 따라 짖는 현상이 바로 일견폐형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인 것이다.

 

일견폐형(一犬吠形)이든 백견폐성(百犬吠聲)이든 개 짖는 소리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발바리가 보더콜리 소리를 내서도 우리 흑구가 최공네 코카 스파니엘 소리를 내도 안 되는 것이다.

 

삽살개가 짖으면 그 눈에 대통령도 안 보이고 무지막지 끌어내려도 정의고, 목사님이 예의와 범절을 다해‘하야’라는 표현을 했다고 금방이라도 된장 바를 듯 덤비는 세상. 아무리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도 개 짖는 소리마저 형편에 따라 변하는 것은 참으로 거시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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