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과 식탐 그리고 섭생(攝生)

 

갓 결혼하고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기 시작하고 얼마 뒤였다. 사실 그 전에야 연애하는 기간이었고 식사는 늘 매식(買食)을 했으니 나의 그런 버릇이 있는 줄 몰랐었다.

 

부모님 슬하에서 숙식을 할 때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아침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나 자신 워낙 꼴통이라 밥상머리에 앉아 있으면 아버지는 특별히 내게 정신훈화교육을 하셨다. 다 나 잘 되라고 하시는 말씀이지만 좋게 들릴 리 만무했고 어느 때부터인가 아침을 거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장가를 갔고 살림을 났는데 아내는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오면 아내의 성의를 생각하고 나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그리고 아내는 수발을 들고 뒤 늦게 밥상을 마주하고 몇 차례 수저를 들었는가 하면 나는 이미 식사를 끝내고 아직도 식사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뭐 해!? 밥상 치우지 않고!?”라며 가부장적 명령을 했던 모양이다.

 

사실 내게 그런 습관(버릇)이 있는 줄 크게 깨닫지 못했었다. 어느 날인가 아내와 소소한 일로 국지전(局地戰)격으로 부부싸움을 하다가 결국 625당시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 전투만큼 크게 확전된 날, 그야말로 소소해서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습관이나 버릇 따위까지 새 색시인 아내가 눈물로 호소하는 말이‘나는 아직 밥을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밥 다 먹었다고…’어쩌고 하며 대 드는데, 가만히 생각해본 즉 정황상 할 말이 없어 깊이 사과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버릇이라는 게 어디 쉽게 고쳐지던가? 나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 그런 망언이 튀어 나올 때마다 아내는‘또또또..’라는 식으로 나를 일깨워 주곤 했었다.

 

이젠 나이도 먹고 세상도 바뀌었고, 젊은 시절의 가부장적 태도는 언감생심… 오히려 엄처시하(嚴妻侍下)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알고 살아가지만, 지난시절의 서러움(?)을 아내는 아직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제 아들며느리가 새집을 사서 입주하고 그동안 미루어 왔던 집들이를 했다. 옛날50~60년대 구석기 시대에 비교할 수 없지만, 아내와 내 슬하의 직계식구를 다 불러 모으면 열둘의 대식구다. 상이 차려지고 이런저런 찬들이 놓여 질 때 나는 무심결에“어디 식당에라도 가면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입에 맞는 반찬을 다 먹어치우고 또 달라는 사람이 젤 싫더라.”그리고 덧붙이기를 “그래서 나는 식탐(食貪)많은 사람이 젤 싫어!”라고 했는데 나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내는“자기도 식탐이 많아!”라는 것이었다. 아들딸 며느리사위 그리고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손녀들 앞에서 아내의 폭탄발언을 듣자마자 나는 순식간은 고사하고 찰나(刹那)적으로 얼굴이 벌게지고 호흡이 가빠오며 머리꼭데기로 피가 역류함을 느끼고 그곳이 어떤 좌중인지 생각지도 않고 아내에게“뭐 얏! 이 여편네가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벌컥 성질을 내고 고함을 쳤던 것이다. 아이들의 만류로 확전은 안 됐지만 아무튼 이곳에서 뜯어간 쌈 채소에 삼겹살 딱 두 점 그리고 소고기 등심 역시 딱 두 쌈만 먹고 안주 없는 술만 들이 킨 후유증이 오늘 아침 게시판을 거를 만큼 작취미성이었던 것이다.

 

나는 사실 안 먹는 게 많다. 남들이 다 좋다는 개고기, 장어, 미꾸라지… 아니다. 민물고기는 아예 입에도 안 대고 바닷고기도 오징어, 문어, 패류 따위 외에는 안 먹는다. 특히 젓갈이 한 톨이라도 들어간 음식은 귀신같이 잡아내고 안 먹는다. 육류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것도 한우니 스테이크니 하지만 삼겹살을 가장 맛나게 먹을 뿐 먹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더욱이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내 사전에 없다. 밥도 반 공기에 된장이나 김치만 있으면 오케이다. 그런 나를 40여 년 간 같이 살아온 아내의 입에서‘식탐’이 있다고 만방에 선포를 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성질이 났겠는가. 그것도 어제….

 

이해찬 “한국당, 국회 선별 복귀? 편식은 건강에 해로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4/2019062401068.html

 

편식과 건강을 말하기 전, 섭생(攝生)이라는 말이 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여 오래 살기를 꾀하는 것 또는 병이 낫게 조리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혹은 양생(養生)이라고도 한다.

 

내 경우를 보면 입에 도저히 맞지 않는 것은 먹을 수가 없다. 몸에 좋다고 억지로 입안으로 구겨 넣었다가는 배탈이 나거나 그 자리에서 토하기도 한다. 입맛이 그리고 몸이 원치 않는 것이다. 때론 전혀 새로운 음식이 내 입에 맞기도 몸이 부르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은 편식이 아니다. 오히려 원하거나 원치 않는 것을 가려 먹고 그것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을 두고 자연섭생(自然攝生)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권 국정 다스리는 꼬락서니야 말로 식탐(食貪)하는 게 아닌가? 이게 국민들의 정서건강이나 생활건강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가리지 않고 무조건 아가리에 처넣고 와구와구 처먹는 꼬락서니의 식탐 말이다. 과연 이 정책이 입맛에 맞는지 아니면 입에는 쓰나 몸에는 보신이 되는 것인지 정도는 헤아려야 하는 거 아닌가?

 

삽살개와 해골 입맛에 맞는 것이라면 무조건 국민들 입에 맞을 것이라는 그런 편견과 오만은 어디서 나온 발상인가? 식탐이 많아 마구잡이로 아가리에 처넣는 게 몸에 좋은 것인지 그래도 몸에 좋은 것을 선별해서 섭생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국민에게 의사를 물어 보기는 했는가? 수권정당과 문재인 정권의 하는 짓은 식탐을 마치 보양식이나 건강식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이곳 산골에 두 개의 부음이 떴다. 그 하나는 7~8년 나와 함께 했던 방울이의 죽음과 다른 하나는 아랫마을 용술이네 똥개가 들고양이 퇴치용 농약을 먹고 죽었다는 부음이다. 개를 풀어 놓고 기른 용술이도 문제지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농약을 처먹고 d진, 식탐 많은 똥개가 제명을 단축시킨 것이다. 식탐 많은 삽살개라고 이런 변을 당하지 말라는 법 없다.

 

덧붙임,

어제 아내는 내게 여러 차례 잘못 했다고 사과를 했다. 다만 나 자신도 인정을 하는 것은,,,, 나의 식사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5분이다. 아내나 가족들과 외식을 해도 나 혼자 빨리 먹고 일어나거나 밖으로 나와 담배(옛날에…)를 피거나 또는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있다. 그거 나쁜 버릇이라고,.,, 남들 보기에 허겁지겁 빨리 먹는 것도 식탐으로 보인다고….

 

삽살개와 해골이야 말로 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으로만 탕, 찌개, 구이, 찜…..등등. 3년 동안 그것밖에 해 처먹은 게 또 있는가? 그것도 허겁지겁…..미친x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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