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오늘도 개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항상 비몽사몽 잠결에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는가 하면 잠에서 깨어날수록 개 짖는 소리가 확실하게 들려온다. 얼마 전‘견폐성의 변천사’라는 썰에도 언급했지만 개 한 마리가 짖을 때도 있지만 대개가 일견폐형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즉, 한 마리의 개가 짖으면 다른 많은 개가 따라 짖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부화뇌동인 것이다. 모는 개들이 그 대열에 참가하지 않으면 낙오가 되는 것처럼 무조건 따라 짖는 것이다.

 

나는 가끔 느끼지만 평화와 개 짖는 소리는 동일(同一)선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든 산골이든 한 밤 중에 개 가 짖으면 고요와 적막이 깨지는 것이다. 그러나 소란하고 부대끼는 한낮 만물이 생동할 때 개가 짖으면 뉘 집 개가 짖는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 말은 평화로울 때(생동감 넘치는) 개가 짖으면 크게 들리지도 영향도 없지만, 사위가 고요할 때(폭풍전야 같은) 짖는 개소리는 공명(共鳴)이 되어 더욱 시끄럽게 들리는 것이다. 결국 평화가 깨지는 것이다.

 

개가 짖을 때를 두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개 짖는 소리에 깨어나 짜증이 났지만, 개 짖는 방향 쪽으로 귀를 기우려 보니‘이 반장 형님’네 쪽이다. 같은 산골이지만 그 양반 집은 뒤가 바로 천등산 줄기다. 따라서 산짐승이 자주 내려온다. 개 짖는 소리 뒤로 ‘꺽꺽’거리며 짝을 찾는 고라니 우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 왔다.

 

이런 경우 만만하다는 의미의 짖음이다. 고라니가 아무리 덩치가 커도 성구(成狗)의 적이 못 된다. 혼자서 그야말로 개gr을 하며 짖는 바람에 나는 잠에 깬 것이다. 개 한 마리가 산골의 평화를 깬 것이다. 조사는 안 해 봤지만 이 시각 내 혼자만 잠에서 깼을까? 말은 않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개가 짖는 또 다른 이유 한 가지는 두려움에 빠져 있을 때 더욱 세차게 짖는다. 개 짖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두려움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더 미친 듯 짖는다. 이럴 땐 개가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주인에게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구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도시에서야 그런 모습 또는 광경을 잘 볼 수 없지만, 모든 개에게는 공공의 적이 있다. 오토바이 타고 공무 수행하는 집배원과 트럭을 몰고 다니며 이런저런 상품을 파는 이동판매원의 스피커 소리다. 멀리서 요란하게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잠시 후 우리 집 콩이도 짖고 뒤 이어 최공네 양천이라는 개도 짖기 시작한다. 온 마을의 개들이 한낮의 평화를 깨트리고 짖어 댄다. 그리고 1~2분 뒤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나 이동판매차량의 스피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우편물이 있는 경우 집배원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 콩이는 거의 미쳐 날뛰는 것이다.

 

마지막 개가 짖는 이유는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울 건너 J네 똥개는 밤낮으로 짖는다. 도대체 왜 그리 짖는지 까닭을 모르겠다. 위에 예시했지만 어떤 개는 만만함을 넘어 오만해서 짖고 어떤 개는 두려움에 구원의 목소리로 짖는 등 뚜렷한 이유가 있지만, J네 집구석(밤낮으로 짖기에 하도 약이 올라,,,,)개는 울다가(개가 진짜 운다) 짖다가 별의 별 개수작을 다 부린다. 이런 경우 정말 미치고 환장한다. 이럴 땐 짖는 개새끼 보다 주인 J라는 놈이 더 얄밉다. 그래서 어떨 땐 쥐약 묻힌 고기라도 한 덩이 몰래 던져주고 싶다.(솔직하게…)

 

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그리고 문재인 3자회동이 DMZ에서 있었다. 말 그대로 지상파를 비롯한 종편은 하루 종일 그에 관한 방송을 한 모양이지만 나는 관심도 시청도 하지 않았다.

 

평화? 언필칭 평화를 위한 만남이라지만 언제 전쟁일어 났었나? 가끔 북쪽 개가 짖을 때 있지만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에서 그 정도의 소란은 평화 아닌가? 핵미사일? 그거 날릴 수 있을까? 미친개가 정말 단 한 방이라도 날리는 날 그날로 지구 공멸인데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아쉬울 건 없잖아? 나만 죽고 너만 사는 것도 아닌데…. 관심병 걸린 개가 짖는 것이다.

 

그냥 무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웃 집 삽살개가 덩달아 짖고 있는 것이다. 두렵다는 것이다. 평화를 가져와야 한단다. 관심 병 걸린 개가 짖을 땐 오히려 치지도외(置之度外), 수수방관(袖手傍觀), 오불관언(吾不關焉)해야만 평화가 옴에도 마치 공공의 적이 가까이 오고 있다며 미친 듯 짖는 것이다. 그로인해 고요와 적막이라는 평화가 깨지고 있음을…..삽살개만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위기설이 제기됐던 미국과 이란 관계가 마침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드디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의 원유시설·선박 피습에 이어 마침내 미군 무인기가 이란의 공격을 받자 대규모 보복공격을 추진하다가 중도에 취소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미국의 만만함을 넘어 오만함을 알아야 한다.

 

소리만 요란하게 짖었지 결국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참 나쁜 관례만 만든 것이다. 당장 물어뜯을 듯 짖어대지만 결코 물지 않는다는, 관심 병에 걸린 개와 삽살개에게 나쁜 학습만 가르친 것이다.

 

정말 무는 개는 물어뜯을 상대가 근거리까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사정권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단 한 번에 물어뜯는 것이다. 개가 세 마리 모이건 여섯 마리 모이 건 개 소리만 요란할 뿐, 그래서 짖는 개는 결코 물지 않는다. 그게 또한 평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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