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 나쁜 당나귀 귀.

 

 

[출처: 중앙일보] “국민적 관심사라 보고 받아” 노영민, 백원우 해명 뒤집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645499?cloc=joongang-home-toptype1basic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만이 알고 있는 수사내용, 박 비서관 진술내용이 실시간 보도되고 야당이 대여 공세에 활용하는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부적절한 의도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에도 여권이 문제삼은 “피의사실공표를 들어 검찰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략)

 

기사 내용대로 책장사 노영민이 현 정권 약방의 독초 백원우의 해명을 뒤집은 것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오늘의 주제는“피의사실공표”에 대한 얘기를 화두로 삼아 보자.

 

그 전 우리 모두가 아는 우화(寓話) 두 가지를 먼저 애기해 보자.

 

<그리스 신화>

아폴론의 벌을 받아 길어진 귀를 넓은 수건을 둘러 감추었다는 미다스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다스 왕의 비밀은 왕실 이발사가 갈대숲에 판 구멍에 입을 대고 속삭임으로써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숲에서“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흘러나와 널리 퍼지게 된다.

 

<삼국유사>

신라 제48대 경문왕은 귀가 나귀의 귀처럼 길었다. 왕은 왕관 속에 귀를 숨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으나, 왕관을 만드는 장인(匠人)만은 예외였다. 평생 비밀을 지키던 장인은 죽음이 임박하자 도림사(道林寺)의 대나무 숲에 가서 대나무를 보고 외쳤다. 역시“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곤 했는데 경문왕은 그 소리가 싫어서 대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위의 두 우화에서 당나귀 귀는 지도자의 허물을 뜻하는 것 같다. 즉 아무리 지엄한 왕이라도 자신의 허물은 숨길 수는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고전 특히 궁중의 암투(暗鬪)를 그린 고전에 꼭 한 번씩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싸고 싼 사향도..” 하는 식이다. 요즘‘천리향’이라는 과일도 나오지만 원래 사향(麝香)냄새는 아무리 꼭꼭 싸매도 만리(萬里)까지 퍼진다고 한다. 즉 아무리 비밀을 유지 하려해도 비밀은 새 나간다는 의미가 되시겠다.

 

1972년 6월 대통령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된 미국의 정치적 사건. 이 사건으로 인하여 닉슨정권의 선거방해, 정치헌금의 부정·수뢰·탈세 등이 드러났으며 1974년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하게 되었다.

 

그런데 닉슨의 사임을 끝까지 유도한 인물들이 많겠지만, 특히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와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파헤쳤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위의 얘기를 정리해 보자. “피의사실공표”는 싸고 싼 사향 같은 존재다. 아무리 비밀을 유지하려 해도 밝혀지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에 가장 머리(두뇌) 좋은 부류를 뽑으라면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검사(檢事)와 기자(記者)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많이 써먹지 않지만 민완(敏腕)이라는 단어가 있다. 모든 일을 재치 있고 빠르게 처리하는 솜씨를 두고 이름이다. 지난날 사회적 이슈가 되는 대형사건 사고는 경찰의 공조(共助)로‘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처럼 기자들이 파 헤쳤다. 그래서 그들 앞에는 늘 민완기자라는 수식어가 붙었었다. 즉, 검사와 기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직을 수행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굳이 검사는 사향 보따리 핵심을 풀지 않아도 민완기자들이 풀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피의사실공표”는 죄인(범인)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라“국민의 알 권리”로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애당초 처음부터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라고 백성들에게 알렸으면 흉이 될 게 없었다. 당나귀나 토끼가 그 큰 귀를 움직일 때 가만히 관찰해 보면 좌우로 쫑긋 거린다. 이를테면 안테나도 되고 레이다도 되는 것이다. 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듣고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듣고 난 후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반영(反映)하면 될 것이고 나쁜 것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나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아야 하는 것이다.

 

제 자신의 치부를 무조건 감추려다 종래엔‘당나귀 귀’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당나귀 귀가 아니라 아주 “대가리 나쁜 당나귀 귀”말이다. 그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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