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과 자백(自白).

솔직히 제게는 아프리카에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말이 아들이지 손자뻘 되는 늦둥이 아들입니다. 어느 날 몹시 취해 귀가한 날 술김에 저는 그 아이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내 몰래 그 아이를 자식으로 만들었으니 불륜이기도 합니다.

 

그날은 정말 많이 취한 날이었습니다. 통음을 하고 자정이 넘어 귀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TV를 켰답니다. 첫 화면에 비참한 모습의 화면이 보이는 겁니다. 다 죽어가는 할아버지 곁을 슬픈 눈으로 지키는 어린 소년이 보였습니다. 술기운이었던지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저 아이에게 얼마간의 보탬이라도 주자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 프로는 어떤 사회단체의 기부모금 다큐였습니다.

 

사실 저는 10여 년 이상을‘UNICEF’에 매월 정액을 후원해 왔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기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얼마 뒤 후원을 끊고 2~3년 지내 왔었습니다. 후원이라는 게 그렇더군요. 하다가 않으니 괜히 죄짓는 것 같았답니다. 후원한 금액 없이 잘 살아왔는데… 그 금액만큼 통장에 쌓이는 것도 아니면서…늘 그렇게 자책하는 가운데 대취한 그날 그만 피부색깔도 다른 아프리카 어린 소년의 슬픈 눈동자에 빠져버리고 불륜을 저지르며 자식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제가 더 나쁜 것은 제 불륜으로 끝난 게 아니고 그 후 며칠 뒤 저희 가정을 말없이 지켜온 아내를 닦달하여 또 다른 아프리카 소녀를 딸로 만들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저희 부부는 각각의 불륜으로 아프리카 소년소녀 가장의 부모(조부모)가 되었답니다.(하략)

 

글머리의 아프리카 소년 소녀 얘기는 자랑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난 불륜(?)의 아들을 만들면서도 비록 피부색이나 그야말로 배달민족도 아닌 아이들을 보며 역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다가 결코 많지 않은 금액일망정 매월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해 두고 있는 것이다.

 

BY ss8000 ON 5. 4, 2019(페친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 에서….)

 

원래 스스로 불효막심한 놈인 줄은 알고 있지만, 난 부모 두 분이 돌아가셨을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울었어야 하는데 그 놈의 빌어먹을 눈물이 도대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참… 이상도 하지? 그런데 요즘은 tv 연속극을 보거나 무슨 다큐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민식이 부모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고 정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늙어가니 여성 홀몬이 증가해서 그런가?

 

아무튼 지난 주 그날도 그랬다. 저녁 뉴스를 보며 나는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냥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꺼이꺼이 격하게 울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었다. 그거 참…주책없게…바로 아래 기사를 tv뉴스로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 굶는 사람 어딨나” 경찰 울린 장발장 父子에 일어난 기적

https://news.joins.com/article/23657140?cloc=joongang-article-realtimerecommend

 

어쨌든 그는 현행범이었다. 그것도 아들과 공범으로 특수절도죄를 범한 현행범. 그에게는 범행현장에 데리고 있던 아들 뿐 아니라 또 다른 어린 아들과 병든 노모가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한마디로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무능력한 가장인 것이다.

 

욕을 먹어도 싼 그런 그에게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눈물만큼 많은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암울하고 비참한 삶을 살면서도 그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려는 의지에 나는 감동했고, 달려온 경찰 앞에서 부들부들 떨어가며 철없는 아들과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용서를 비는 과정이 너무 애틋했기에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우리가 근간 벌어지고 있는 조국 (개인)사태나 유재수. 백원우 사태를 비롯한 권력 및 국정농단에 연루된 자들을 미워하고 끝까지 그 여죄를 밝혀내고 처벌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사건의 개념이나 격이 다르긴 하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자신들의 범행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문재인이 직접 단 한마디라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면 저들이 물에 빠진 생쥐 신세가 되어 저토록 궁지에 몰렸을까?

 

현대판 장발장이 구차한 삶의 의지만 있지 자신의 과오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에게 온정의 손길은 없었을 것이다. 현행범이나 다름 아닌 놈들이 정치적 삶만 유지하려는 개만도 못한 꼼수로 사과는커녕 독 오른 독사대가리를 하고 국민들을 개돼지 취급하고 우롱하기에 더욱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요즘 굶는 사람 어딨나’경찰 울린 장발장”이다. 그런데 니들은 너무“마이 처묵었다 아이가?”그만 처먹고 검찰을 울리고 나아가 국민에게 감동 줄 뭐 … 그런 자백 같은 거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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