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을 위한 변명.

발기발기 해체 된 재벌들.

엊그제 都下(도하) 신문과 방송은 80년대 재계7위의 기업집단을 이끌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던‘양정모 전 국제그룹회장’이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기사를 대문짝만 하게 싣고 떠들었습니다. 한마디로 7위의 거대기업집단이 당시 정권과 껄끄럽게 지내다 괘씸죄에 몰려’부실기업 정리 및 산업합리화’를 명분으로 전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 뒤 단1주일 만에 공중분해 되었던 것입니다. 그 사건으로 제 개인적으로는 계열기업이었던‘국제상사’에서 내국신용장(LOCAL)을 공급받고 수출했던 상품에 대한 수출대전을 떼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뒤 재계3위의‘대우그룹’이 발기발기 찢어져 해체되고 맙니다. 두 기업이 방만한 경영 또는 부실경영의 책임이 없지 않았습니다마는, 당시 어떤 경우에라도 모든 재벌들의 경영마인드나 정서가 대동소이 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은행돈 끌어들여 은행보다 더 고리로 하청기업에 돈 장사하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하청기업을 먹어치우며 문어발식으로 기업집단을 키워가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던 것인데 유독 두 재벌기업이 정권에 밉보이다 괘씸죄에 걸려 발기발기 찢어져 해체된 것입니다.

 

굶주린 이리떼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월간조선3월호에‘최순영 전 신동아그룹회장10년 만의 격정토로’라는 제하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신동아그룹이 해체된 당시 상황을 피를 토하듯 赤裸裸(적나라)히 토로한 것입니다.“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측 핵심인사가 찾아와‘최소한1992년 김영삼 후보에게 준 돈 이상을 달라’”는 등의 요구와 압력을 시작으로 괴롭혔으나 그에 제대로 부응하지 않자“그들은 굶주린 이리떼처럼 달려들어20조 원짜리 회사를 뜯어 먹었다”는 悔恨(회한)서린 토로였습니다. 재미난(?)것은 그런 격정의 토로가 기사화 된 뒤, 여느 사건 같으면 거론된 대상자들이 발끈하여 명예훼손이나 기타의 반응이 있음직함에도 묵묵부답 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월간조선4월에는“그들은 왜 나를 고소하지 않는가”라는 기사가 다시 올랐습니다. 최순영 전회장이 지칭한‘굶주린 이리떼들’이 그런 불명예스런 호칭을 받고도 잠잠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寧交我負天下人,休交天下人不我(영교아부천하인,휴교천하인부아)

오늘도 삼국지 한 토막을 소개할까 합니다. ‘여백사(呂伯奢)’라는 인물이 잠시 등장합니다. 조조의 부친 조숭(曹嵩)과는 결의형제를 맺은 둘도 없는 막역지우였습니다.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기 위해 그의 처소로 갔으나 칼을 뽑는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 바람에 동탁이 침상에 누워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짓이냐고 호통을 치자 엉겁결에 보검을 바치러 왔노라고 검을 바치고 그 길로 고향을 향해 도망치다가 중모 땅에 이르러 그곳의 현령인 진궁(陣宮)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지만, 오히려 진궁의 도움으로 풀려나며 그와 함께 달아나다 부친의 결의형제인 呂佰奢(여백사)의 집으로 찾아듭니다. 막역지우의 자식인 조조가 쫓기는 몸이 되어 자신의 집을 찾아왔지만, 마침 집에는 손님을 대접할 마땅한 술이 없어, 여백사는 식솔들에게 적당히 자란 돼지를 잡을 것을 명하고, 스스로 좋은 술을 구하러 외출한 사이, 돼지를 잡기위해 칼 가는 소리와 식솔들의 주고받는 얘기에 의심을 품은 조조는 여백사의 명에 의하여 식솔들이 자신들을 죽이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여백사의 식솔을 모조리 죽이고 장원을 빠져나오다 술을 사오는 여백사를 만나, 아무 내용도 모르는 그 마저 잔인하게 죽여버립니다. 이 꼴을 본 진궁이 깜짝놀라며“죄 없는 사람인 줄 알면서 일부러 죽인다는 것은 커다란 불의를 범하는 짓이요”라고 꾸짖자, 조조는 태연히“寧交我負天下人,休交天下人不我(영교아부천하인,휴교천하인부아)즉, 차라리 나를 보고 천하 사람을 저버리라고 할지언정, 나는 천하사람이 나를 저버리 게 할 수는 없소.”라고 했던 것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박연차 회장을 위한 변명.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이 변호사와의 면담에서”요즘 절해고도(絶海孤島)에 떨어져서 울타리 속에 갇혀있는데 가시가 나를 자꾸 찌르는 꿈을 꾼다”면서 울먹였다고 합니다. 이어서”나는10대 재벌도 아니고, 30대 재벌도 아니며 보잘 것 없는 피라미나 모기 수준인데 대포를 맞은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일 것입니다. 비록 태광산업이 잘나가는 기업이기는 하지만 위에 나열한 여타의 재벌기업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피라미나 모기 수준임에 틀림없습니다. 너무 부풀려진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단지 그가 이토록 부풀려지고 대포를 맞은 경위는 빨갱이 정권의 후원자였다는‘괘씸함’은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의 사업연고지가 빨갱이 정권 수장과 같은 동향입니다. 더구나 그 빨갱이 정권이 태동하기 전부터 봉하대군이라는 노건평과 필연이든 악연이든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미 이런저런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인연이 맺어진 가운데 봉하대군의 제안이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겠느냐 이겁니다. 80년대 90년대 발기발기 찢어지고 해체된 거대 그룹집단의 예가 그렇듯, 괘씸죄로 낙인 찍히고 걸려들면 결코 오래지 않은 시간 심지어 1주일 만에 공중분해 돼버리는 것입니다. 더구나 국가적 차원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재벌그룹도“굶주린 이리떼들”을 만나면 순식간에 뼈다귀도 못추리는 참상이라면‘태광실업’은 再考(재고)나 三考(삼고) 따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개인적으로“박연차 태광실업회장”을 변명해 주고 싶은 것입니다.

 

박연차 회장의 마지막 그리고 탁월한 선택.

‘양정모 전 국제그룹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이의 억울함을 나라법이 밝혀 주었지만, 결국 재기하지 못하고 그 억울함만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우의 김우중 회장 역시 해외로 도피까지 하여 권토중래를 도모했지만, 결국 영어의 몸이 되고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초라한 노인네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이 10년 만의 격정적토로를 해보지만 달 보고 짖는 개 같은 입장입니다. 어떤 놈이든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천년만년 뒤를 봐 줄 것처럼 호언장담 합니다마는 權不十年(권불십년)이라, 천년만년 가는 권력이 있을 리 없고,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된 지난 권력들은 오히려 지난 날 자신의 주머니노릇 하던 기업가들을 궁지에 몰아넣기만 하는 겁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사건이 끝난 뒤 사건의 주체는 탱자탱자 잘 처먹으며 호의호식에 빠져 있지만, 주머니 또는 지갑 노릇을 한 기업가는 알거지가 되고 맙니다. 박 회장 스스로 표현하기를“”나는 10대 재벌도 아니고, 30대 재벌도 아니며 보잘 것 없는 피라미나 모기 수준인데 대포를 맞은 것이다.”라고 했다면, 현 정권이 어쩌면”見蚊拔劍(견문발검)즉 모기 보고 칼을 뽑았거나, 牛刀割鷄(우도할계)즉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우를 범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어떤 것이 되었건 박연차 회장은 검찰의 조사에 한낱 감추는 것 없이 성실히 임해야 할 것입니다. 요는 박 회장을 이용한 놈들은 박 회장을 보호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놈들은 박 회장을 더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이는 박 회장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기왕지사 그럴 바에는 조조의 지혜를 배우라는 것입니다.“寧交我負天下人,休交天下人不我(영교아부천하인,휴교천하인부아)즉, 차라리 나를 보고 천하 사람을 저버리라고 할지언정, 나는 천하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다.”는…..그리하여 지금까지 지켜온 기업이라도 또 가족이라도 지키라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어쩌면 이 사회의 정치권의 더러운 魔手(마수)를 폭로하여 갱생의 길로 안내하는 왕도요 첩경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박연차 회장의 마지막 그리고 탁월한 선택”이길 바랍니다.

 

BY ss8000 ON 3. 31, 2009(박연차 회장을 위한 변명에서….)

 

‘노무현 후원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별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31/2020013102653.html

 

위의 본문을 작성할 때나 오늘이나 그에 대한 심정은 똑 같다.

대저 인간이 친구 하나 잘못 만나면 만년을 이렇게 비참하게

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권양숙이나 문재인이 고인의

문상을 할지? 어쨌든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고인이지만

삼가 옷깃을 여미고 명복을 빌어 본다. 극락왕생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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