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궤(犒饋)와 개자식들의 숟가락

 

 

삼국지나 열국지 등등 중국고전을 읽다보며 가끔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호궤(犒饋)라는 단어다. 공성(攻城)에 성공했거나 국지전(局地戰) 또는 전쟁에 승리를 했을 때‘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크게 호궤했다’라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호궤라는 단어를 찾아보니‘군사에게 음식을 주어 위로하는 것. 곧 술과 음식으로써 군사(軍士)를 향궤(餉饋: 군사들이 먹을 양식 즉 군량)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중국의 고전에는 단순히 음식을 주어 위로하는 것만의 표현은 아니다.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크게 호궤했다’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음식 이외에 또 다른 상급(賞給)이 있는 게 분명하다.

 

객고(客苦)라는 말이 있다. 요즘이야 매매춘방지법이니 뭐니 세상이 달라져 그렇지만 우리 젊은 시절만 하더라도 모모한 업무로 지방출장을 가서 숙소를 정하면 다음 할 일은 소위 객고 푸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숙박업소는 그 대상과 커넥션이 되어 있어 짐도 정리하기 전‘불러 드려요?’ 나 같이 순진한 놈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몰랐었다.

 

초한지에서 항우는 우미인을 항상 대동하고 다녔다. 그리고 전투나 전쟁에서 지친 몸을 군막(軍幕) 안에서 풀곤 했었다. 이 또한 일종의 객고가 아닐까? 그런데 역시 항우는 뛰어난 지도자가 틀림없다. 전쟁에 이기면(늘 이겼지만…)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크게 호궤하기 전, 군사들이 노략질을 하도록 방치한다. 그 노략질 중에는 여인네들을 겁간(劫姦)하는 것도 묵인 하는 대목이 여러 차례 나온다.(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등에서 우리의 여인네들이 겁간 당하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훗날 일제강점기‘정신대’에게는 군표라는 것을 주었다니 개선(改善)된 호궤인가?)

 

가끔 뛰어난 국제적 스포츠 스타가 원정 길 또는 큰 시합을 앞두고 현지 여성이나 대동한 애인과 시합 전날 섹스를 했다며 대서특필 또는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다 시합에라도 지면 간밤에 무리(?)를 했다거나 아니면 아예 범법자나 파렴치한으로 매도를 한다. 그 역시 일종의 셀프 호궤일 텐데.(섹스 후의 시합 또는 경기가 어떤 지장을 주는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단다. 오히려 어떤 주장은 스트레스도 풀고.. 유리한 해석을 내 놓는다.) 각설하고….

 

호궤, 어가(御駕)를 수행하는 장병에게는 주정소(晝停所) 또는 호조에서 1인당 2전(戔) 7푼씩(分)을 지급하였는데, 조선 숙종 10년(1684)부터는 어영청(御營廳)에서 전담함. 영조 35년(1759)에는 임금이 돈화문(敦化門)에 임석하여 장병들에게 급식한 예가 있으며, 정조 2년(1778)에는 임금이 무예를 사열한 다음 모화관(慕華館)에서 급식한 예가 있음. 이후에는 급식하는 대신에 병조 주관하에 대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규례로 정함.[만기요람 군정편 권제2 금위영 배호 호궤] 위와 같이 음식(飮食) 대신 금전을 주는 것을 건호궤(乾犒饋)라고 한다.

 

우한코로나 퇴치를 위해 의료진들은 목숨을 걸고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쟁터라는 게 별거인가?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험지(險地)면 전쟁터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적에게 패해 사경을 헤매는 아군을 구하기 위한 방어(防禦)군이 의료진을 포함한 방역(防疫)단이다. 호란(胡亂)이니 왜란(倭亂)이니 아니면 625 동란은 눈에 보이는 적이지만, 현재 우리의 방어군은 보이지 않는 적과 악전고투(惡戰苦鬪)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저토록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음에도 병참(兵站)지원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물자도 부족한 방어군은 한마디로 참혹(慘酷)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목숨을 돌보지 않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투를 벌인 결과 당장은 안심할 수 없지만 전황(戰況)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양이다. 하루 빨리 이 전쟁이 종식 되었으면…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개자식들!!

아직도 이곳저곳에서 방어군이 적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쓰러지며 고군분투 하고 있는 가운데 지도자라는 개자식들이 벌써부터 공로 상(床)을 향해 숟가락 들고 덤비고 있다. 그것도 휘황찬란한 금수저를 들고… 마치 저희들의 진두지휘로 전쟁을 이기기나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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