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무봉(天衣無縫)과 옥의 티

전하! ~언하~!! 통촉 하시옵소서. 시생(侍生)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온갖 비난과 언어적 구타를 무릅쓰고라도 몇 차례 나누어 전하께 충언을 드리고자 하오니 통촉하시옵소서. 그 첫 날 전하께 먼저 고사 하나를 들려드리겠사옵니다. ~언하~!!

 

아주 오랜 옛날 춘추시대 때 있었던 일이 옵니다.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첫째인 제환공의 부탁으로 제환공의 아들 공자 소를 제나라 임금으로 세우는데 공을 세운 것을 계기로 패자(覇者)의 꿈을 송양공(宋襄公)도 가지게 되었답니다. 제환공이 살아있을 때도 그러했듯 당시 최강국인 남방의 楚나라를 꺾어야 패자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성동격서하는 식으로 송양공은 먼저 초나라의 속국인 鄭나라를 공격했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급보를 받은 초나라는 구원병을 보내 오히려 송나라를 공격해왔습니다. 물밀 듯 밀려오는 초나라의 군사를 보고 장수 한 사람이 송양공에 아뢰기를아군은 군사적으로 열세이니 정면승부 보다 적이 강을 건너 전열을 정비하기 전 공격을 하자며 건의를 하자,송양공 이르기를그것은 정정당당한 싸움이 될 수 없다. 정당히 싸워 이기지 않으면 참다운 패자가 될 수 있겠는가?”라며 여유를 부렸답니다. 드디어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 진용을 갖추고 있을 때, 또 다른 장수가 다시적이 진을 완비하기 전에 치면 혼란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라고 다급하게 권했으나 대인군자(大人君子?)송양공은군자는 사람이 어려울 때 괴롭히지 않는다.”라며 코방귀만 뀌었답니다. 드디어 전투는 벌어졌고 난전 중에 송양공은 그만 넓적다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으며 막 전쟁포로가 될 위기였으나 부하 장졸들의 분투로 간신히 목숨을 구하고 본국으로 달아났습니다. 그 뒤로 송양공은 다리병신이 되었다는 고사이옵니다.

 

뒷날 어떤 시인이 이 대목에 이르러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불휼등증휼초병(不恤騰?恤楚兵):()(?)에겐가혹하게 하고 초군에게만 너그러이 대하다가

녕감상고박허명(寧甘傷股博虛名): 마침내 넓적다리에 부상을 당하고 웃음거리가 되도다.

송양약가칭인의(宋襄若可稱仁義): 송양공처럼 인의(仁義)를 찾다가는

도척문왕양불명(?文王不明): 도적놈과 성인도 구별할 수 없겠네.

 

전하! ~언하~!!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이상은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태동한 전말(顚末)이옵니다. 즉은, 아무런

 

전하! 도시(都是) 알 턱이 없나이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나이다. 어찌하여 전하께옵서는 朴녀나 그 무리들 앞에서는 작아 지나이까? 뿐만 아니옵고 도대체 어찌하여 朴녀의 온갖 행패에 쪽을 쓰지 못하시나이까? 모를래라! 정말 모를래라! 이 나라 민초들이 모르는 두 분만의 비밀이 있는 것이 옵니까? 어떤 원죄라도 저지르신 겁니까? 아니면 지키지 못할 약속 때문에朴녀에게 협박이라도 당하고 계시옵니까?(중략)

 

전하~!전하께오서는 지금 한마디의 식언으로 기를 펴지 못하고 박녀의 온갖 몽니와 꼬장을 옥체(玉體)로 받아내고 계십니다. 이는 마치 꽃뱀의 유혹에 넘어간 사내가 폭로가 두려워 꽃뱀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형상과 다름 아니옵니다. 시생의 경험칙에 의하면 하나의 거짓말은 또 다른 열 가지의 거짓을 불러오는 게 인지상정이옵니다.

 

然이나, 비록 그러한 것들이 명백한 사실일지라도 이 나라 억조창생(億兆蒼生)을 위하고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식언이었다면 차라리 만백성 앞에서 솔직히 털어놓고 천심에 호소하는 것이 정도라고 사료되옵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지금도 늦지 않았사옵니다. 전하께오서 지난 날 권좌에 오르기 위해 朴녀와의 지키지 못할 약속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또 다른 열 가지의 식언(食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만백성 앞에 진솔하게 털어 놓으십시오. 그리하여 백성들이 전하를 믿고 따르는 계기를 만드셔야하옵니다.

 

然이나, 그 어떤 사안이 티끌만큼이라도 진실이 아니라면 전하께오서는 더 이상 송양공의 우()를 범하셔서는 아니되옵니다. 이는 전하 개인의 망신이기 전, 나라의 근간과 기반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중차대한 사건이 옵니다. 이는 지난 날 같으면 새남터에서 능지처참을 당하고 연좌제를 걸어 3족을 멸할, 역모와 진배없는 국사범에 해당하는 사건이 시시각각으로 저질러지고 있사옵니다.

 

전하~! ~~~!!! 통촉하시옵소서. 차제에 전하의 식언을 털어 놓으시든 아니오면 더 이상의 송양지인(宋襄之仁)은 아니되옵니다. 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어리석은 대의명분(大義名分) 때문에 이 나라 억조창생은 삶의 갈피를 잃고 우왕좌왕하다 못해 국론은 갈가리 찢어져 망국(亡國)지경에 이르렀음을 통촉하시옵소서!!!!~~~!!!!

 

BY ss8000 ON 2. 11, 2010(이명박, 전하! ~언 하~! 에서…)

 

사실 나는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위와 같은 형식으로 글을 올렸었다. 그 때가 김대중 정권 시절이었다. 나름 이러저런 국정에 도움(?)이 될 만한 소재를 전하!’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것이나 언제부터인가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그만 두었었다. 위의 글 역시 한 동안 써먹지 않던 형식으로 글을 올렸던 게 아직도 남아 있기에 추억(?)도 살릴 겸 올려 본 것이다.

 

이 나라가 폐하 것이 아니듯, 헌법은 폐하의 것이 아니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6/2020082603844.html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조선 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간언하는 형식의 글이다.

 

먼저 위의 상소문을 읽은 소감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 견우직녀의 직녀가 짜 입은 옷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 옷은 솔기가 없단다. 즉 재봉선(seamless)이 없을 만큼 완벽하다는 의미다. 다른 의미로 시나 글이 꾸밈없이 완전무결하다는 뜻이다.

 

상소문을 끝까지 읽어 본 결과 다른 주석이나 이의를 달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상소문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 해도 아깝지 않은 상소문이다. 그러나 정말 아쉽게도 딱 한 군데 흠 즉, 옥의 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삐샤(陛下: 폐하)’라는 호칭이다. 폐하라는 호칭은 절대 사용할 수 없는 절대 불가용의 단어다. 더구나 삽살개라니…. ‘삐샤!’라는 호칭은 황제나 황후에 대한 공대의 호칭이기 때문이다. 삽살개에게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호칭이다. 굳이 폐하라는 단어를 쓰고 싶으면 북쪽의 존엄 놈께는 해당이 되시겠다. 다만, 전하(殿下)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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