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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가 원술과 쟁패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전쟁이 오래 끈다. 군량미는 거의 바닥이 나고, 이래저래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때 문득 조조가 자신의 무릎을 친다. 당시 진중엔 군량미를 다루는 왕후라는 미관말직의 관리가 있었다. 갑자기 조조가 사람을 보내‘너 나 좀 보자’ 급히 달려 온 왕후가 아뢴다.‘무슨 일이 시온지요?’,‘내가 너에게 급하게 물건 하나를 빌려야하겠다.’그리고 조조는 왕후에게‘네가 죄 없음을 안다만 너의 머리(모가지)를 빌려 군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하노라’왕후는 기가 막혔지만 더 기가 막히는 사실은 스스로 가부간의 결정도 내리기 전 조조는 도부수를 불러 왕후의 목을 잘라 진문 앞에 효수하며‘이 놈이 군량미를 삥땅 처먹은 도둑놈이라 군법을 시행했으니 그리 알라!’ 그렇게 군심을 진압한 뒤 이어서‘만약 사흘 안에 적을 섬멸하지 못하면 너희들도 모두 군법을 시행하여 모조리 목을 베리라!’하루가 안 가서 조조 군은 원술 군을 격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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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시대의 오기(吳起)는 손자와 더불어 가장 명망 높은 전략가요 장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대소전투를 벌여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명장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을 미워하는 세력이 많았다. 그래서 그랬던지 국적세탁을 자주 했다. 원적은 위(衛)나라에서 또 다른 위(魏), 제(齊), 노(), 초(楚)등으로 본적 내지는 주소지를 자주 옮겨 다녔다. 워낙 전쟁을 잘하는 관계로 스카웃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오기도 젊은 시절 써 주는 데가 별로 없었다. 그가 노나라의 장수로 있을 때 제나라가 쳐들어왔다. 그러나 왕은 총사령관으로서의 지휘권을 주지 않는다. 즉 전작권을 부여 않는다. 오기의 부인이 제나라 재상의 딸이기 때문에 결국 제나라는 오기의 처가나라다. 그런데 어느 날 오기는 자신의 부인을 부른다. 그리고 부인에게 말한다.‘여보 마누라! 내가 마누라에게 급히 빌릴 물건이 하나 있소’아내가 그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자시고할 틈도 없이 오기는 칼을 뽑아 제 아내의 목을 잘라 왕에게 바친다. 오기의 그 행동은 왕을 감복 시키고 드디어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큰 공을 세운다. 구장살처(救將殺妻)라는 말은 이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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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기라는 인물이 있었다. 북괴’최고경제통’이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2005년 당 계획재정부장에 기용되면서 박봉주 당시 총리와 함께 김정일의‘양대 경제브레인’으로 활약했고, 2007년 박봉주가 순천 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된 이후로는 홀로 김정일의 경제정책을 보좌했다. 그는2007∼2009년 3년 간 경제관료 중에는 유일하게 김정일의 공개 활동 수행‘톱10’에 들 정도로 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웠다. 2009년 북괴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제5차 화폐개혁을 했었다. 급격히 민심이 흉흉해지자 화폐개혁을 주도한 노동당계획재정부장 박남기를 전격해임하고 구속한 뒤 두 달 만에 총살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민심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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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심의’ 앞둔 이준석 “손절이 웬 말, 익절이지”
이 보시게 준석군!
자네는 아직 나이 어려 잘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 보니 말 일세 정말 억울한 경우도 많이 당했다네. ‘나는 아닌데..내가 아닌데..’하며 하소연도 해 보았지만 때론 사람으로서 모가지 달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 하찮은 인간의 모가지가 남을 위해서 아니 대중을 위해 쓰임새가 있을 때가 있네. 위의 고사(古事)들이 그렇고 북괴의 박남기가 그랬다네. 찾아보면 우리 속에도 그런 사례는 수두룩할 걸세. 이를테면 그 옛날 새남터에서 망나니의 칼날 아래 목이 달아난 사람들이 모두 죄지은 사람은 아닐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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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군!!
사람들은 위와 같은 사례를 두고 억울하다거나 원통하다고 하네. 결국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은 죄도 없이 달고 다니던 모가지가 땅에 떨어질 때 기분은 죽은 사람이야 느끼지 못하겠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섬뜩함과 함께 죄스러움도 느끼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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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군!!
마속이 제갈량에 의해 목이 달아난 것을 두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고 하네만, 반면 한신이 한고조 유방에 의해 목이 달아난 경우를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고들 하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의 죽음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 국가에 헌신하다가 죽은 것은 틀림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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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군!!
손절이니 익절이니 말을 하네만, 자네 말대로 손절이 아닌 익절인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즉 읍참마속이든 토사구팽이든 모가지 잘리는 자에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억울하고 통분스럽지만 이번 문제는 자네가 크게 양보 하시게. 그것이 국가와 국민 그리고 당에 보탬이 된다면 자네의 목은 그야말로 크게 가치가 있는, 나아가 애국의 길일 것이네.
준석군!!
그리고 끝으로 가장 의미 있는 속내를 말하겠네. 자네 말대로 20일이면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았던가?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위 고사의 왕후는 자신의 목을 희생시켜 사흘 만에 적을 깨부수고 승리를 자져왔네. 자네의 능력이라면 20일까지 갈 이유나 필요도 없네. 자네의 그것이면 내일부터라도 지지율은 오를 걸세. 자네의 희생이 반드시 나라와 백성과 대통령과 당을 구하고도 남을 걸세. 감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