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께 드리는 충언(5탄)

제목: 대통령의 법리(法理)와 도리(道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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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임금 때의 일이다. 국고(國庫)에서 은을 훔친 혐의자가 잡혀 들어왔다. 포도청에서 아무리 조져도 고백을 않는지라 그의 열두 살 난 아들을 잡아와서 조진 것이다. 겁에 질린 아이는 결국 아비가 연관된 사건의 전말을 이실직고하며, 포도청에 잡혀가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초지종을 고백 말라는 제 어머니의 다짐까지 자백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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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사건을 두고 법리(法理)를 주장하는 포도대장과 도리(道理)를 우선하는 형조판서 사이에 일대 논쟁이 벌어져 끝이나질 않았다. 이에 인조임금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여 정치철학을 피력했으니,“국고의 벽을 뚫고 훔치는 것은 작은 일이나(其事之小),아들을 다그쳐 아비를 고발케 한 것은 강상(綱常:삼강과 오상 즉, 사람이 지켜야할 근본적 도리)을 어지럽혔으니 큰일(其事之大)에 해당 된다”하며 도리론(道理論)에 힘을 실어주고 손을 들어주었다. 여기서 도리라는 것은 법보다는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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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헌제는 동귀비(董貴妃)를 끔찍이도 아꼈다. 동귀비에게는 동승이라는 오라비가 있었다. 당시 조조는 황제가 안중에 없을 만큼 제 마음대로 국권을 농단하고 있었다. 동승은 어떻게든 조조를 죽이고 국권을 바로 세우려고 유비를 비롯한 여러 대신들과 거사를 모의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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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에게는 진경동 이라는 가노(家奴)와 운영(雲英)이라는 애첩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달 밝은 밤 진경동과 운영이 거시기를 찐하게 하다가 동승에게 걸렸다. 동승이 당장 두 연놈을 물고 내려했으나, 부인의 만류로 몽둥이찜질만 하고 냉방에 가두었는데 놈은 그 밤에 탈출하여 조조의 부중으로 달려가 동승이 유비 등과 조조를 죽이려 모의를 한다며 밀고를 하여 동승의 전 가족을 몰살시킨 일이 있었다. 사건을 마무리한 후 조조의 뒤 처리였다. 조조는 진경동과 운영을 불러서 상급을 주는 대신 주인을 배반한 어긋난 도리(道理)론을 앞세워 처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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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비슷한 얘기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역시 인조임금 때의 일이다. 이미 소개한 위의 사건이 있은 후 나라에 반란을 꾀하는 대역사건이 고발되었다. 사건의 고발 자는 어떤 고을의 아전이었고, 고발 대상은 자신의 매제였다. 사실이 아전은 자신의 누이동생의 부탁을 받고 한 짓인데, 이 대역사건을 상주 받은 인조임금은 노발대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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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아무리 미천한 계집년 이기로 어찌 제 남편을 고발 할 수 있겠는가 하고 통탄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계집은 포상을 받기는커녕 강상을 범한 죄로 잡혀 들어갔다. 국가의 대역죄를 고발했지만 인간의 도리를 어긴 죄를 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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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답답하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우병우’라는 이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존재일까?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보면 아무리 감싸주고 싶어도‘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대목인데. 대통령은 오히려 그를 두둔하고 심지어‘굳세어라 병우야!’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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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우병우’라는 인물이 어떤 자 또는 단체로부터 참소를 당했다고 치더라도 대통령의 초지일관 하는 태도를 보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세상에 드러난 우병우의 비리(?)를 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는 모습이 과연 합당하고 옳은 것인지 회의가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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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문고리’라는 단어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의 호가호위를 탓해야 할지 아니면 문고리의 전횡과 국권농단을 고발한 자를 탓해야할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변명하는 것이 옳은 건지 그른 건지? 퉁퉁 털어 어떤 것이 기사지대(其事之大)인지 기사지소(其事之小)인지? 나아가 무엇이 법리(法理)이고 도리(道理)인지 헷갈리는 현금이다. 어쨌거나 공명정대한 법리와 인간적 도리도 지키며 명명백백히 밝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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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상을 외눈으로 보는 인물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날뛰는 것 같아 해 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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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5일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대통령들의 ‘죄와 벌’, 그리고 국가의 미래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2/08/05/JBSZD77NVFF3HCCUJE5MNI6ESY/

 

위 칼럼에 가장 눈에 뜨이는 대목에 이르기를….<<<소위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된 38국 중 순수 대통령제는 단 3국뿐이다. 세계에 90곳이 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있는데 단 3곳만이 선진국인 것이다. 어디인가? 미국, 한국, 그리고 멕시코다. 이 중 미국과 한국만 확실한 선진국이고 멕시코는 간신히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왜 유독 한국과 미국, 두 나라만이 당당한 선진국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두 나라가 가진 하나의 공통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대통령의 과오(過誤)에 대한 무관용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74년 현직 대통령이 거짓말 한 번 했다고 아예 쫓아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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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처럼 위의 썰과 같은 국정농단(? 국정농단이라기 보다는 법치(法治)가 아닌 지나친 내 사람 감싸기…)에 의한 탄핵으로 정치생명은 물론 실형까지 살아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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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얘기하면 지루할 거 같아 우선 위 칼럼의 일독(一讀)을 권하며 칼럼의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 되어 있다.<<<윤석열 정부의 가장 우선적 과제는 무엇인가. 심하게 쫙 갈라진 국민을 다시 통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 역사가 가르치는 바를 따라야 한다. 바로, 대통령들의 죄와 벌을 확실히 따지는 것이다. 이것이 나라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 당연히 이 원칙은 전() 대통령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자신에게도 똑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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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충언을 드리고 싶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무엇으로 대통령이 되었을까를 상기하시기 바란다. 즉 공정. 정의. 평등 이 세 단어를 각인(刻印)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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