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妄覺)의 동물들

니체의‘도덕의 계보’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인간은 본성상 망각하는 동물인 것이다. 망각은 결코 이성능력의 부족이나 타성력이 아니라, 삶에 필요하고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그것이 의식 이전에 발생하는 욕구나 충동들의 모순과 대립의 과정들에 대한 정보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프로이트가 억압(Verdrängung)이라는 단어로 말했던 것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을 밀어내어 정신적 질서와 안정을 찾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 장치에 의해 인간은 행복감과 건강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자연적이고도 동물적인 망각의 힘은 ‘의지의 기억’에 의해 제거된다

 

한 때‘조적조(曺敵曺) 즉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물론 아직도 가끔 그 유행어가 유효(?)한 때도 있다. 이를테면 조국 자신이 저지르거나 급조한 행동 또는 언어들이 타인을 지적 또는 타매(唾罵)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이미 조국 스스로가 행했고 발설한 것들이라 부메랑이 되어 조국 낯짝이나 정신세계를 후벼 파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결국 니체가 주장하는 망각의 동물에 충실한 행위인 것이다.

 

<<<이재명 “얼마나 더 죽어야 바뀌나”…전여옥 “진짜 소름 돋는다”>>>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11/13/KSSV7TVJMBGUFM2I4QET45LK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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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의왕 오봉역에서 철로 작업 중 코레일 직원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얼마나 더 죽어야 바뀌겠느냐”고 하며 피해자의 유족이 한 커뮤니티에 올린 “생일을 맞아 집에 온다던 오빠가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절규에 마음이 저리고 아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말 이런 사고가 명색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화자찬하는 문명사회의 나라인가 자괴감이 들기는 한다. 도대체 이따위 후진국형 사건이 언제쯤이면 없어질까? 솔직히 한심하기는 하다.

 

그러나 일국의 거대 야당 대표라는 자가 있는 감성 없는 감성 몽땅 동원하여 절절하다고까지 하는 것은 다분히 현재 처한 자신의 위기감을 희석시켜 보겠다는 얄팍하고 간교한 잔머리 굴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이토록 한 희생자를 두고 절절했다는 자가 자신이 성남시장 재직시절 판교신도시 유스페이스 광장에서 한 걸그룹의 공연을 진행하던 중 일부 관중들이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환풍구 위에 올라가 붕괴되며 전원이 추락하는 참사가 일어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상을 입었던 사고에 대해서는 반성이나 언급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벌어진 이태원 참사와 비교하면 그때 이재명은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그만두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아마 이것도 망각의 동물이라는 이름을 스스로에 적용한 게 아닐까?

 

이재명은 비단 이것만 아니다. 자신과 정치적 내지 정무적으로 동고동락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 등 이 대표 관련 사건 등 대장동 사태로 얽힌 인물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하지 않았던가. 한마디로 인간의 탈을 쓰고 저토록 악랄할 수는 없는 것이다. 편리 위주의 악랄하고도 선택적 망각의 동물이 아닐 수 없다.

 

한동훈 모욕죄 고소한 황운하, 지난해엔 ‘모욕죄 폐지 법안’ 냈다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11/12/BRNAWRZHPJFE7HL3LXIXIJBW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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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더 웃기는 망각의 동물이 있다. 지난 월초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과 이태원 참사의 원인에 대해 농담 따먹기를 하던 황운하가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마약 단속으로 이태원 현장에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한 장관이 마약 (수사) 인력을 안 줄이려고 마약의 실태를 좀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한 장관이“김씨나 황 의원과 같은 ‘직업적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국회에서 증언했었다.

 

이에 황운하가 발끈하며 반응하기를“한 장관의 발언은 현행범으로 체포 되어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라며 “즉각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근데 정말‘웃픈’ 사실은 황운하가 지난해 4월 형법상 모욕죄를 삭제하자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위에 언급한 조국이나 이재명 같은 경우는 그래도 세월이 한참 흘러갔거나 시간이 좀 지난 망각증(?)이지만 황운하는 금년 4월 아직 따끈따끈한 경우인 것이다.

 

어쨌거나 시간과 세월의 장단(長短)을 떠나 도대체 국민의 대표라며 언필칭 아가리만 벌렸다 하면‘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자들이 저토록 망각 증세가 위중하니 누굴 믿고 의지하며 국민 노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래저래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한심하니 정작은 국민이 망각의 동물이 되는 게 편할 것 같고 차라리 노인 병원이나 요양원에 계시는 치매 환자들이 젤 편한 국민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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