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겹(살) 경사(慶事)

삼겹살을 자주 먹지만 가끔 오겹살도 먹는다. 뭐.. 솔직히 크게 다른 맛인가는 모르겠고. 그런데 경사(慶事)를 한꺼번에 맞으면 겹경사 났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이 며칠 사이 겹경사도 三겹경사도 아니 오겹 경사를 맞았다.

 

1 경사.

마누라가 지난 주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작년 대동계에서 내게 마을이장이나 노인 회장을 맡아달라고 마을 분들의 간청이 있었지만 이장은 능력이 안 되고, 노인 회장은 그럴 나이가 안 된다며 고사를 했는데, 워낙 할 사람이 없다며 꼭 맡아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간청이래도 사양 끝에 부녀회장 경력이 있는 마누라를‘노인회 총무’로 앉히며 그 간청을 물렸는데, 총무 자리가 단순히 심부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노인대학 입학’조건이 붙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한 달에 두 번인가 강의(?)를 듣고 틈틈이 학점을 이수한 결과 지난주‘졸업장’을 받아 온 것이다. 비록 학사증은 없지만 우리 부부 중 대학졸업자가 생겼으니 어찌 경사가 아니겠는가. 마누라 축하해~!^^

 

2 경사

큰 손녀는 캐나다 밴쿠버에 쌍둥이 손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다. 큰 손녀가 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간다. 그 아이가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기 위해 얼마 전 5개교의 입학사정관 인터뷰가 있었던 모양이다. 내 견해를 좀 섞자면 미국은 가지 말고 기왕 캐나다에서 공부를 했으니 캐나다 대학을 갔으면… 그런데 아쉽게도 캐나다는 학교 수가 그리 많지 않아 경쟁률이 높다는 것. 그러나 어쨌든 캐나다의 최고 대학인 토론토 대학과 밴쿠버 소재의 대학 그리고 뉴욕 소재의 두 군데에서 장학금을 지급할 수도 있으니 지원하라며 호평을 받았단다. 잘하면 손녀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니 이 또한 경사가 아니겠는가?

 

3 경사

근 20년 전 이혼하고 온갖 궂은일을 하며 살아가던 둘째 여동생. 때로는 피라밋인지 뭔지 다단계 상품을 내게 팔아 처먹으며 골 때리던 망할 것. 그래도 이혼녀로서 어찌어찌 혼자 잘살아 온 것 같다. 얼마 전 이런저런 소식 전화를 주고받는데(사실 나와는 별로 살가운 사이는 아니고…)제 올케인 마누라에게 틀러 놓더라는 것이다. 오해 저도 열심 일해서 내년 초 쯤 대학졸업하게 되었다고 자랑을 하더란 것이다. 아니!? 걔가 무슨 대학을…??? “주담대”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단다. 아이고~!내일은 아니지만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졸업식하는 그때는 경축해 주어야겠다.

 

4 경사

언젠가도 얘기 했지만 모든 재산의 명의는 마누라 앞으로 되어 있고 오로지 천등산 박달재 초막만 내 명의다. 대신 매월 마누라로부터 용돈 50만원 설. 추석. 생일은 별도로 50만원. 3남매로부터 각30만원 더하여 그 아이들도 용돈과는 별도로 마누라처럼…

 

며칠 전 조닷컴에 은퇴후 전원생활 어렵다고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반론문을 쓰려다가 개인 사정이 따로 있는 것으로 치부하고 말았지만, 내 경우 마누라나 아이들로부터 용돈을 받아도 돈을 쓸 일이 별로 없다. 하다못해 생활비. 병원비. 차량유지비(유류) 전반에 걸쳐 마누라가 부담하니 더욱 돈 쓸 일이 없다. 굳이 쓴다면 마을 지인들과 외식 막걸리 파티 가끔 생선회를 떠다가 마을회관에 보내는 것. 연말연시에 대동계나 부녀회에 기십만 원씩 기부. 찬조하는 것 외에는…더구나 매일 마시는 와인도 마누라가 부담해 주니 정말 돈 쓸 일이 없다.

 

붙어만 다오. 손녀 넷 다른 건 몰라도 교육비는 책임 져 주겠다고 장담했는데, 큰 소녀가 첫 번째 해당된다. 마누라로부터 받는 월급 아이들로부터 받는 용돈 쓸 데 없으니 교육보험 적금 등으로…이 달15일면 큰 손녀 입학금과 첫해 월사금 대략 5~6만 불 예상된단다. 붙어만 다오. 그 거 내가 책임진다. 15년을 넘게 부었더니 찾아가란다. 이 어찌 또 경사가 아니리오.

 

마지막 경사.

호사다마가 좋은 일은 겹친다고 하지 않든가? 난 뭐.. 정부로부터 지원이나 또는 땡전 한 닢 연금이라는 게 없다. 오로지 마누라 손만 쳐다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지만 은퇴 후 마누라로부터(월100만을 받다가 마누라도 사업을 접으며 50만원으로 삭감합의) 받는 월급도 쓸 데가 별로 없으니 건강보험을 들었다. 치매. 혈압 계통… 사실 이런 보험을 들게된 것도 위암수술 이후에 들었던 것인데 15년을 만기로 무배당이고 많지 않은 환급금이지만 300만 가까이.. 이런 엄동설한 겉보리 흉년에 300만 원이 어딘가? 이게 마지막 경사다.

 

차카게 살자!

조급해 하지 말고 여유롭게 살자!

그리하면 겹경사 반드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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