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의 구천상분(句踐嘗糞)과 과하지욕(誇下之辱)

 

오월 대전에서 참패한 월왕 구천이 오나라에 인질로 갈 때 그의 곁에는 월부인과 재상 범례 양인뿐이었다. 오나라로 압송되어 간 월왕 구천은 상반신을 발가벗고 무릎으로 기어서 오궁 앞에 꿇어 엎드렸고 월부인 또한 남편이 하는 대로 따라했다. 오왕 부차는 월왕 부부를 선왕 합려의 무덤 곁에 석실을 만들어 밤이면 묘지기를 시키고 낮에는 말을 기르게 했던 것이다. 때로는 부차가 행차할 때면 부부가 함께 기꺼이(?)부차의 말구종노릇도 하며 그렇게 세월이 한3년 흘렀을 때 오왕 부차가 병이 나자 구천은 몸소 부차의 똥을 핥아 맛을 보고 부차의 완쾌를 점쳐준다. 이 과정을 고사에서는 구천상분(句踐嘗糞)이라고 한다. 즉, 월왕 구천 똥 맛을 보다. 그 일이 있고3일 후에 구천은 오왕 부차로부터 구금이 해제되어 귀국 길에 오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얘기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는 한참 뒷날의 일이다. 명색 일국의 왕이 적국 왕의 똥을 맛 봐가며 수모를 참았고 종래엔 자신에게 수모를 준 오나라와 그 왕 부차를 멸망시킨 것이다.

 

몇 주 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발끈해 하며 과화지욕(誇下之辱)이라는 문자를 썼지만, 그것은 정말 잘못된 인용이다. 초한(楚漢)쟁패의 명장 한신이 시정잡배의 사타구니 밑을 기어지나간 과하지욕(誇下之辱)은 맛 배기에 불과하다. 초한지를 숙독해 보면 항우와 유방의 쟁패가 아니다. 기실은 한신과 항우의 대결이다. 유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영웅의 쟁패를 관전하다가 어영부영 얌체처럼 어부지리를 얻었을 뿐이다. 시정잡배의 사타구니를 기어 지나 갈 정도로 절박했던 한신이 찾아간 곳은 항우의 진영이었다. 항우는 한신이라는 인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낭중(郎中)이라는 미관말직의 벼슬자리를 주고 박대했다. 한신은 충심을 가지고 여러 계책과 조언을 했지만 항우는 여전히 그를 개 무시하며 수모를 주었던 것이다. 그 수모를 견디고 버틸 때 동남쪽에서 의인이 나타났으니 그가 장량(자방)이었던 것이고 장자방의 따라 유방의 수하로 들어가며 초한쟁패의 시작이며 드디어는 해하(垓下)의 한 판 싸움으로 항우의 전신을 토막 내고 평생의 수모를 갚아 주었던 것이다.

 

인요한 “중진 희생 필요” 김기현 “그간 고생하셨다”…15분만에 회동 끝나

https://www.chosun.com/politics/assembly/2023/12/07/OFYZGM6655F2PP4C34FMWIH4YY/

 

국힘당의 하는 짓이 꼭 미련한 항우 놈이다. 차라리 항우는 그래도 제 손으로 한신을 데려오지는 않았다. 한신 스스로 과하지욕의 굴욕을 참아가며 항우 밑으로 기어든 것이다. 다만 미련한 항우가 인재를 몰라 본 것뿐이다.

 

인요한이 정가에서 어슬렁거린 인물도 아니고 처음부터 지방색을 보면 김기현 패거리와는 어울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싸가지 없는 이준석 같은 놈은 아예 이방인 취급을 하지 않았던가? 초야에 묻혀 허유와 소부처럼 지내던 인물을 억지로 끌어들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으니 이 노릇을 무슨 수로 수습하겠는가?

 

만약 찢명이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고 국힘당에서 팽(烹)당한 인요한을 한신(韓信)급으로 처우를 해 준다면 인요한의 반응은 어떨까?

 

인간이 가장 분노를 느낄 때가 바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능멸(凌蔑) 당할 때 일 것이다. 그것은 그 개인의 자존. 자존감에 생채기가 나는 것이다. 원수의 똥까지 먹어가며 살아남아 다시 원수를 갚겠다는 와신상담의 의지, 비록 당장은 비루하지만 언제고 이 능욕을 반드시 갚겠다는 과하지욕의 다짐을 인요한이 않기만 바라고 이런 인요한의 심정을 역 이용하려는 찢명당의 장자방이 안 나오기만 하늘에 빌고 또 빈다. 특히 인요한이 김종인처럼 좌우를 손바닥 뒤집듯 하지 않기를 부수적으로…

 

다른 놈은 어찌 되든 웃 대가리 한 놈(누라곤…)이 불출마 선언을 한다든가 아니면 인요한 말대로 험지 출마를 선언 했더라면 이번 총선에 150% 성공을 장담 내지 담보할 수 있었을 텐데…

 

덧붙임,

이런 썰을 보면 어떤 분은 비분강개(悲憤慷慨)를 하시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화나는 것은 화나는 것이고 그래도 한 석 이라도 대가리 쪽 수 채워 주는 것은 주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썰을 푸는 것은 비판적 지지라는 바탕에서 푸는 것입니다. 국힘당이나 김기현 등신이 밉다고 윤 정부를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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