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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경북 점촌 외가에 갔더니 할머니께서는 “아이고” - 중동 천일야화
경북 점촌 외가에 갔더니 할머니께서는 “아이고”

할머니의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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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토요일 아침 눈을 떴다. 미숫가루를 하나 타먹고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경북 점촌으로 향했다. 외가에 가기 위해서다.
외가엔 부모님과 숱하게 가봤다. 하지만 홀로 내 차를 몰고 가기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운전하는 내내 군침이 돌았다. 외할머니가 손수 차려주실 하얀 쌀밥, 짭조름하면서 또각또닥 씹히는 맛이 일품인 무말랭이, 짭짤하면서 고소한 향이 감도는 깻잎, 그리고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감도는 고돌베기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뱃속이 요동쳤다.
열시반 목적지에 도착했다. 남루하지만 내 평생 변함없이 점촌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외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포도나무, 석류나무, 모과나무가 날 반긴다.

“할머니~손주 왔어요” 갓 태어난 날 한동안 돌봐주신 외할머니. 아버지가 영국에서 유학하실 때 서울에 있는 나와 동생을 챙겨주신 나의 할머니. 근데 이제 어느덧 그 어린이가 제법 커서 할머니를 찾아왔다. 담벼락에 손을 올려놓으니 옛 생각이 ‘파르르르’ 지나간다.
“아이고~석조 왔냐”
방에 누워계시다 부랴부랴 일어나신 할머니가 내 손을 꼬옥 잡아 주셨다. 난 두 팔로 할머니를 껴안았다.
순간 운전하는 내내 머리 속에 가득했던 ‘할머니의 밥상’이 사라졌다. 대신 눈물이 찢어진 내 눈가를 가득 메웠다. ‘이젠 내가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밥을 차려줘야 한다’ 내가 내 자신에게 말했다.
한방오리탕집에 갔다. 크게 한턱 쐈다. 외할아버지 사무실에 들려 외할아버지도 모시고 외삼촌까지 해서 4명이서 포식을 했다. 돌아오는 길 점촌은 장날이었다. 차를 잠시 세우고 할머니 신발을 하나 사드렸다. 생각해보니 할머니에게 선물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이날 왜케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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