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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平和에 대한 이란의 ‘혼네’ - 중동 천일야화
平和에 대한 이란의 ‘혼네’
平和에 대한 이란의 ‘혼네’


서울 사직단 인근에 아랍식 차(茶)와 요깃거리를 파는 카페가 있다. 디즈니 만화 ‘알라딘’에 나올법한 아치형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머리 위로 서까래가 보인다. 한옥 느낌이다. 아랍 같으면서 한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한국의 아랍 유학생이나 아랍 여행·체류 경험이 있는 한국인이 자주 찾는다.


얼마 전 이 카페에서 중동 국가들의 외교관과 유학생 등이 모였다. 요르단 학생, 이란 외교관, 한국 공무원·통역원 등이 어우러져 함께 식사를 했다. 분위기가 꽤 화기애애했는데 주한(駐韓) 이스라엘 대사관의 직원 한 명이 들어오면서 썰렁해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가 적대적인 것을 아는 참석자들이 이란 외교관과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간에 무슨 말다툼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닐까 지레 겁먹고 말문을 닫은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직원은 굳은 표정으로 이란 외교관에게 등을 돌리고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란 외교관은 달랐다. 그는 “허허허” 크게 웃음 소리를 내며 “반갑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스라엘 직원은 이를 받지 않고 그대로 카페를 나가버렸다. 이란 외교관은 “나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내가 나가겠다”고 큰 소리로 말하며 일어났다가 앉기를 반복하면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주위 사람이 말리자 그는 오른손을 가슴팍에 얹히며 예의를 표하고 마지못하다는 듯 “알겠다”면서 의자에 앉았다.


그는 식사를 마치자 기자에게 집 근처까지 차를 태워주겠다면서 함께 나가자고 했다. “알겠다”고 말하고 그의 차를 타고 가는데 낮은 목소리로 “아까 그 이스라엘 직원은 정확히 누구냐” “무슨 말을 하고 나간 것이냐”며 물어왔다. 카페에서 태연해 보이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대사관 관계자와 맞닥뜨린 순간이 꽤 당황이 되고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이란 외교관은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과 달리 의도적으로 속내를 상대편에서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주한 이란대사관의 한국 직원이 쓴 책 ‘오! 이런, 이란’에도 이란은 그 언어조차 “안개처럼 모호하다”고 표현된다. 이란 상인에게 물건 가격을 물으면 “거벨리 나더레(당신에 비하면 이건 아무 가치가 없다)”라는 수사(修辭)를 쓰며 상대방이 먼저 가격을 말하도록 한다고 한다. 먼저 ‘협상 카드’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란은 옛적부터 아랍·튀르크·몽골의 침입에 시달렸고 종교도 이슬람의 소수인 시아파였기 때문에 진의(眞意)를 숨기는 문화가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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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단 앞 아랍 카페 ‘카사 자밀라’


최근 미국이 이런 이란과 핵협상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어느 모로 보나 협상의 우위는 경제제재를 가하는 미국이 쥐고 있는데 이란은 “핵 개발은 오직 평화적 목적일 뿐이고, 핵 주권은 침해받을 수 없다”는 교과서적인 말을 반복하며 되레 큰소리쳤다. 여기서  ‘평화’라는 개념은 과연 무슨 뜻일까. 이란의 ‘혼네(本音·겉과 다른 속마음을 일컫는 일본 특유의 표현)’는 핵무기 보유를 통한 ‘평화’를 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일이다. 결국 지난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막판 협상은 이란의 핵 의혹에 드리워진 베일을 벗기지 못하고 내년 7월 1일로 협상 기한이 연기됐다. 국제사회 일각과 미 의회에선 “이란이 핵개발을 할 시간을 또 벌었다”면서 회의론을 내놓고 있다.


돌새 노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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