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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수영장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아줌니’ - 중동 천일야화
수영장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아줌니’

[수영장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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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레인의 교훈


지난 9일 수영장 레인을 2번에서 3번으로 옮겼다. 나의 수영 등급이 올라간 것이다. 지난해 5월 발구르기부터 수영을 시작한 내가 드디어 자유형(크롤영법), 배영, 평영, 접영을 할 줄 아는 새끼 물개가 됐다.


사실 진작에 3번 레인으로 올라가야 했다. 나는 학습 능력이 매우 빨랐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면 가르쳐주는 대로 완수했다. 일주일 3번 수업을 들으면 자유형이든 배영, 평영은 물론 ‘뻐러플라이’라 불리는 접영도 다 해냈다.


하지만 선생님은 계속 반복시켰다. 벽보고 20분 내내 웨이브를 시키지를 않나 수업 내내 판을 잡고 발구르기를 시켰다. 평영 배울 때 웨이브를 하도 많이 시켜서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렇게 올해 8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일주일에 3번씩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계속 반복했다. 30미터 길이의 레인을 반복해서 찍고 돌아오면서 체력을 길렀다. 하다보니 2번 레인에서 나는 지존(至尊)이었다. 박태환이었다. 이쁜 아가씨들이 잘한다고 막 쳐다보는 것 같았다. 수영을 마치고 나갈 때면 고개가 꼿꼿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잘 난 줄 알았다. 선생님이 “회원님, 이제 됐어요. 옆 레인으로 올라가세요”라고 말할 때 난 속으로 ‘음 그럼. 난 그럴만해(I deserve it)’라고 자신만만하며 3번 레인으로 갔다.


넘어간 3번 레인은 딴세상이었다. 들어가자 마자 3번 레인 선생은 “자, 갈 때 자유형 올 때 배영 10바퀴 돕니다”라고 외치고 날 밀어부쳤다. “어푸 어푸 어푸” 나는, 물갈치처럼 날렵하게 물살을 가르는 ‘3번 레인 사람들’의 템포를 마추는데 허둥거렸다. 배영을 하는데 뒤에 오는 아줌마가 쫓아와 날 보챘다. “우웨엑” 난 결국 물까지 먹었다. 잘 나가던 2번 레인의 지존은 3번 레인에선 허접이었다. 다들 어찌나 빠르던지…특히 훨씬 연배 있어뵈는 ‘아줌니’들의 압박은 장난이 아니었다.


후들거리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수영장을 나서다 거울 앞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어디 수영뿐이랴. 2번 레인에서 잘난채 하고 교만하던 내 모습이 비단 수영장에 국한되는 것 같지 않았다.


돌새 노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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