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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 통치약’ 알카에다

알카에다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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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돌새 노석조 stonebird@chosun.com

리비아 미 대사 살해 사건, 시리아 내전의 반군 간 갈등, 런던 칼부림 테러, 케냐 쇼핑몰 테러…

지난 1년간 알카에다와 연계됐다고 알려진 이들이 저지른 테러들의 나열이다. 첫번째 사건은 ‘안사르 알샤리아(또는 앗샤리아)’, 두번째는 ‘자브하트 알누스라’와 ‘리하 알타우히드’, 세번째는 급진 이슬람주의 성향의 한 남성, 네번째는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또는 앗샤바브)’가 주체들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이들이 모두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언론도 마찬가지로 테러의 배후 또는 주동자로 알카에다를 지목했다. 런던 칼부림 사건의 경우는 용의자가 알카에다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진 않았지만, 이들이 발간한 잡지를 보고 테러를 꾀하게 됐다고 했다. 각 사건마다 범행 동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어찌됐든 알카에다가 제일 큰 문제라는 식이었다.

알카에다는 ‘알카에다주의(Al Qaedaism)’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강한 사상적 힘을 키워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 점에서 알카에다가 주창하고 있는 ‘이슬람 지하드(이슬람을 따르지 않은 세력에 대한 투쟁 또는 전쟁)’을 추종하는 ‘안사르 알샤리아’, ‘자브하트 알누스라’ 등 모두 알카에다와 연관됐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슬람 지하드’식 테러를 분석할 때 단순히 “알카에다 때문이야”라는 시각으로 접근했다간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 최근에 벌어진 ‘케냐 쇼핑몰 사건’이 알카에다의 음모라고 전해져 보다 실제적인 범행 배경이 소홀해졌다. 앗샤바브가 알카에다와 한통속이라는 일부 서방 전문가들의 해석이 손쉽게 사용됐기 때문이다.

앗샤바는 기본적으로 알카에다와 거의 무관한 단체였다. 소말리아의 반정부 세력이었다. 지난 2006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병력을 파병해 반군을 소탕했다. 앗샤브는 이 반군에서 떨어져나와 독자 노선을 걸으며 더욱 강경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과정에서 근접한 예멘 등지의 알카에다 세력이 군사 지원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카에다가 최근 자주 쓰이는 ‘연계된’ 단체인 것은 맞지만 기본적인 투쟁 동기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지난 21일 앗샤바브가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을 공격한 것도 자신들의 영역에 케냐군이 침공하고 미국의 드론(drone·무인기)의 공격에 대한 복수전이었다.

알카에다는 현재 실체가 있기보다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장사하며 요즘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알카에다란 이름이 이제는 ‘브랜드’라고도 한다.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에 ‘알카에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떨까. 손쉽게 가져다 쓰는 알카에다 배후설 보도가 오히려 브랜드 ‘알카에다’를 홍보해줘 이들에게 유익이 된다는 인상이다.

지난 24일 오전 한국 이슬람정치 전문가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님과 세미나 수업을 했다. 도중 “알카에다가 테러 분석가들의 만병 통치약(panacea)처럼 애용되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이같은 생각이 들었다. 당장 기사를 쓸 때 알카에다를 분별력없이 헤프게 써온 나 자신이 뜨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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