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The called constructor method for WP_Widget is deprecated since version 4.3.0! Use
__construct()
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아랍의 봄 3년 후 이집트 - 중동 천일야화
아랍의 봄 3년 후 이집트

아랍의 봄 3년 후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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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피라미드, 고대 신전으로 익히 알려졌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일어난 뒤로는 독재 정권으로부터의 엑소더스(exodus)를 하는 나라로서 전 세계에 비춰졌다. 2012년 민주 선거로 대통령을 새로 뽑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대통령은 실정을 거듭하며 1년만에 군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로 축출됐다. 이를 두고 누구는 군사 쿠데타라고 하고 누구는 ‘아랍의 봄’때와 같은 또하나의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년간 이런 길을 걸온 이집트의 정세가 요즘도 여전히 안정되지 않고 있다. 군부 주도의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의 무력 공격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종교간 갈등도 노골화하고 있다.

군부가 반이슬람주의를 표방하면서 자연스레 이집트 기독교인은 친군부 세력으로 분류가 됐다. 이에 정치성을 띤 이슬람 세력은 기독교인에 대해서도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는 안정을 찾고 있다.” 카이로 쇼브라에 거주하는 이집트인에게 최근 근황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군부를 지지한다. 이집트는 오는 대통령 선거를 차근히 준비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과 리비아에서 넘어온 ‘테러리스트’때문에 약간의 소동이 일어나고 있을뿐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의 희망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충분히 이렇게 주장할 수 있을 만큼 현 군부 주도의 정부는 이집트는 장악, 자신들의 구상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문제는 민주화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현 임시정부가 ‘국가 안정’을 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자신들에 동조하지 않는 세력을 바퀴벌레잡듯 제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집트 수사당국이 알자지라 방송의 카이로 특파원들이 대거 체포해 기소한 사건이다.

당국은 이들이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아 국가 보안에 해를 가했다며 이들의 사무실까지 폐쇄시켰다. 한 때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먹으려 한다고 의심까지 받을 정도로 경제적 지원을 막대하게 해준 카타르의 관영매체 기자들까지 이렇게 잡아넣은 것이다. 현지 매체 기자들은 두말할 것 없다. 미국 유명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에 비견되던 이집트 최고의 정치 풍자 코미디언 바셈 요세프도 요즘엔 군 출신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후보에 대해선 쉽사리 언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판 파라오’라고 비판하며 ‘아랍의 봄’에 밀려 퇴진한 무바라크의 시대보다 더한 언론통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에 NGO를 세워 활동하는 기자 출신 네덜란드인 한 명을 안다. 나는 2008년 한 해 그 네덜란드인이 세운 NGO에서 일을 했다. 이 네덜란드인은 항상 일관되게 이집트 내 종교분쟁이 우려할 만하지 않다고 해왔다. 당시 일어나는 종교분쟁의 주된 이유가 단순한 경제적 이권다툼때문이지 신학적 충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가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남겼다. ‘서로 싸우는 이슬람주의자들과 콥틱(이집트 재래 기독교)을 보니 슬프다.(중략) 갈수록 이에는 이, 눈에는 눈과같은 구절대로 복수극이 펼쳐지는 것 같다.’ 이집트의 분열이 예사로운 일은 분명 아닌 듯 하다.

이집트 정치의 분열과 심해지는 적대성은 한국에 있는 내게도 느껴진다. 일단 이집트인들과 무슨 말을 제대로 못 하겠다. 내편이냐 아니냐와 같이 피아식별을 하려 든다. 양비론은 없다. 회색지대는 없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가 퇴진한 뒤 알자지라 토론프로그램에서 한 블로거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진행자가 “무바라크 시대가 끝났는데, 뭐가 가장 많이 변한 것 같아요?”라고 묻자, 자유주의성향의 블로거는 “당장 크게 바뀐 건 없는데, 일단 너도 나도 정치든 뭐든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젠 이같은 ‘변화’마저 사라진 듯 하다. 아 당시 이 말을 한 그 블로거도 사라졌다. 그는 수감 중이다.

노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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