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The called constructor method for WP_Widget is deprecated since version 4.3.0! 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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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카리스마없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리스마 - 중동 천일야화
카리스마없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리스마

카리스마없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리스마…그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방문을 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3일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방문했다. 내 마음판이 아연처럼 너무 무른지는 모르지만, 이번 방문에서 보인 교황의 행동과 말은 큰 감동이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지라 교황의 존재 이유나 교황의 전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분명 이 시대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분명 들었다.

영상으로 교황이 군중들 앞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을 봤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아버지’이고, 모든 언론의 집중 관심 대상이기 때문에 그가 대중 앞에서 뭔가 말을 하면 카리스마 넘칠 것이라 기대했다. 정반대였다.

그는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지 않을만큼 얼굴을 종이에 파묻고 거기 적힌 글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우렁찬 목소리로 문장 구석구석에 강세를 주며 웅변하는 정치인들과 달랐다. 아니 정치인들의 카리스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연약한 할아버지 같았고, 실례가 되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느린 곰같았다.

하지만 인파 속에서 얇은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며 아이들과 같이 셀카를 찍는 행동은 소리 큰 웅변보다 더 큰 울림을 줬다.

그는 또 베들레헴에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멈춰서더니 ‘분리장벽’이라 불리는 콘크리트 벽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돌발 행동을 보였다. ‘분리장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거주 지역을 울타리쳐놓은 것이다. 팔레스타인들은 이 벽 때문에 자유로이 이동하지 못하는 핍박을 받고 있다. 유대인(이스라엘인)들이 과거 자신들이 독일인들에 의해 ‘게토’에 격리 수용됐던 것처럼 이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격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벽을 잡고 교황은 무슨 기도를 했을까.

교황은 또 하마스와 같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에 죽은 이들을 기리는 이스라엘의 한 벽 앞에서 ‘분리장벽’ 때와 같이 고개를 숙여 기도했다. 두 벽에서 신께 기도하는 교황을 보며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교황의 행동은 묘한 역설의 미가 있었다. 갈등하는 양측에 각각 경의를 표하는 것 같지만 곱씹어보면 오히려 부끄러운 점을 들추는 것 같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 땅을 방문하기 전 미리 이런 행동을 계획했을까 아니면 그 현장에서 직관적인 판단을 한 것일까.

뉴욕타임스 이스라엘 특파원 조디 루도렌(Jodi Rudoren)의 메모를 읽어보면 교황의 깨알같은 ‘돌출 행동’을 더 볼 수 있다. 요르단에서 그는 갑자기, 루도렌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본능적으로(instinctive)’으로 네 계단을 직접 내려가 휠체어 탄 여인을 축복했다. 통상 다른 교황처럼(?) 여인을 교황이 있는 단상으로 올라오게 해서 축복해주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또 대학살 추모관인 이스라엘의 ‘야드 바솀’에서 먼저 허리를 굽혀 학살 생존자들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보통 교황은 정반대로 사람들로부터 손등의 키스를 받는데 말이다.

“진정한 행동이란 생각하지 않은 것들이지 않나요?” 교황은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떠나는 날 밤 현장의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의 행동은 생각해놓은 ‘연출’이 아니었던 것 같다.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이 교황의 초청으로 오는 8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평화 기도회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양측이 어떤 정치적 합의를 타결해낼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이들이 한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정치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설사 이들이 그 자리에서 서로 다른 소원을 서로 다른 신에게 다른 방법으로 기도할지라도.

‘진정한 화해’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그리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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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



돌새 노석조
stonebir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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