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The called constructor method for WP_Widget is deprecated since version 4.3.0! Use
__construct()
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이태원 맥주집에 주한 케냐 대사 발끈! - 중동 천일야화
이태원 맥주집에 주한 케냐 대사 발끈!

이태원 맥주집에 주한 케냐 대사 발끈!

 

“죄송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서울 이태원 지하철역 근처의 한 맥주집에 최근 아프리카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벽보(壁報)가 걸렸다. 한국인은 물론 외신기자·외국외교관 등 외국인들도 즐겨 찾아 ‘외국인 사랑방’이라 불리는 유명 맥주집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2월부터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같은 서(西)아프리카에서 유행하고 있다. 세계 언론들은 이를 7월부터는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라이베리아에서 환자를 돌보다 미국인 의사가 감염돼 사경을 헤매게 되자 세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이에 외국인 손님이 많은 이태원의 술집이 아프리카가 여러 국가들로 이뤄져있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별다른 기준도 없이 아프리카인이면 입장불가라고 한 것이다.

이 맥주집의 벽보는 순식간에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퍼지며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틀날 곧바로 이 맥주집은 문제의 벽보를 내렸다. 대신 “내가 한 짓은 부적절했고, 매우 이기적이었다. 인종 차별주의자가 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정중히 사과한다”는 내용의 긴 사과문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은고비 키타우(54) 주한 케냐 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무심코 넘길 수 있는 ‘해프닝’ 같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문제가 된 맥주집을 방문해 사과문을 확인했다.

pado_photo (1)

은고비 키타우(54) 주한 케냐 대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아프리카인의 출입을 금지했던 이태원의 한 맥주집의 사과 벽보 옆에 서 있다./주한 케냐 대사관 제공

그는 “라이베리아에서 케냐까지는 비행기로 7시간 거리(5300㎞)다. 이는 서울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까지의 거리보다 멀다”면서 “아프리카 특정 국가의 일을 아프리카 전체로 뭉뚱그려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54개국으로 이뤄져 있으며 아시아 다음으로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대륙이다.

키타우 대사는 “가정(假定)이지만 홍콩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있다고 한국 등 모든 아시아인은 위험하다고 보는 건 말이 안되지 않느냐”면서 “아프리카는 국가별로 경제 등 여러면에서 발전 정도의 편차가 유독 크기 때문에 더욱 국가별로 바로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단지 이 맥주집 주인장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 사회에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아프리카인’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가게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 손님들은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때 아프리카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테이블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심하면 아프리카인이 있으면 나가버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은 어딜 가나 불편한 존재가 되고 있다. 한국에 사는 20대 후반의 코트디부아르인은 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한국에서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하면 무시 잘 받는데, 이제는 에볼라 때문에 더 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프리카 출신이 아닌 피부가 검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바텐더인 술집의 최근 매출이 떨어졌다고도 했다. 지난 4일엔 덕성여대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 주최로 서울에서 개막한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에서 아프리카 참가국 일부 학생들의 초청을 취소한 일도 발생했다.

 

2014082800253_0

‘국경 없는 의사회(MSF)’소속 의사가 시에라리온 마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 환자를 돌보고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지난해 12월 에볼라가 발병한 이후, 서아프리카에 80여명의 의료진을 파견했다./국경 없는 의사회

 

키타우 대사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에 주의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면서 “한번쯤 아프리카를 지나치게 일반화한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진 않는지 생각해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