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지음


신문에이소설을소개하는글이실렸을때내용은읽어보지도않고메모를해두었던책이다.저자가천명관이었기때문이다.이작가에대해아는바는별로없다.하지만지난번‘고래’를읽은느낌이강하게남아있어‘고래’의작가라면읽어봐야지하고메모를해놓았다.‘고래’를언제읽었는지찾아보니2006년12월이다.1년이넘었는데도읽을때의느낌이아직남아있는책이다.

이책은제목만생각하면읽을생각을하지않았을것같다.‘유쾌한하녀마리사’.제목에외국이름이포함되어있는우리나라소설은어설픈조합이란생각이들었다.책을대출받아겉장을넘겨보니단편모음집이고‘유쾌한하녀마리사’는두번째실려있는단편이다.모두11편의단편으로2003년부터2007년까지문학지에발표된작품들이다.

첫번째‘프랭크와나’는읽는이의마음을일부러다운시키려고작정한것같은내용이다.실직한남편이오래전에이민간프랭크라는이름의고종사촌에게서연락을받고는랍스터를수입하는문제로상의차캐나다를가나일마다꼬이는통에제때귀국도못하고발이묶여있다가겨우돌아오는이야기이다.상처난데소금뿌리는격이라고나할까?일이정말꼬인다.

두번째‘유쾌한하녀마리사’는아내요한나를별로자랑스럽게생각하지않는남편토마스가요한나의동생나디아와바람을피우게되고요한나가이를의심하는내용이다.이를의심하고결론짖는과정을편지형식을빌어기술하고있다.요한나는스스로목숨을끊을계획을세우나항상유쾌한성격의하녀마리사에의해준비해준독주가바뀌게되어결국토마스가죽는다.제목은단편들중가장눈에띄나내용은그저그렇다.

세번째‘세일링’

네번째‘자동차없는인생’

다섯번째‘농장의일요일’

여섯번째‘13홀’골프장13홀에는인공연못이있는데공이많이빠지는곳이다.동네아이들은이곳에서공을건져먹을거리와바꾸는데경비중한명인백경비도공을건져술값을하는터라백경비와는앙숙이다.아이들은많이건져제대로된축구공을사기위해공을건져내는데이들중우두머리격인동오와화자인병철의갈등이주내용이다.일정수의공을건져내는아이들만축구에끼여주겠다는동오와제대로공을건져내지못한병철이는마침내한바탕싸움을하게되고,병철이는그동안건져낸골프공주머니를연못에던져버리는데이를건지러간아이가며칠전소를제대로돌보지못해아버지에게서야단을맞고집을나간춘상이가물에빠져죽어있는것을발견한다.아이들의갈등이‘우리들의일그러진영웅’의한단면을읽는느낌을준다.

일곱번째‘프랑스혁명사’

여덟번째‘더멋진인생을위해’

아홉번째‘숟가락아,구부러져라’

열번째‘비행기’쉰두살의드라마작가인그녀는딸과사위가있으나같이잘지내지를못한다.젊어서남편은여자와의성격차이로인해도망가다시피이혼하게되고여자혼자지내며몇명의남자를만나지만결국혼자지낸다.그녀는선물받은건강진단권으로진찰을받으면서만난의사와동갑이란인연으로만나게된다.그사이그녀의딸은사내아이를낳고그녀는할머니가된다.그러나직장이없이백수인사위가못마땅하고,다른사람들에게는정을주지못하는성격으로항상외로움을느끼며지낸다.의사와는몇차례만나지만결국마지막의허무함을의식하여일부러멀리하게된다.딸과사위가외국으로여행겸출장을가게되고그녀는손자를혼자돌보게되는데할머니가아닌엄마의기분을새삼스럽게느끼게된다.여행을마치고돌아온딸내외에게아이를돌려주고서는딸과의다툼끝에술취한상태에서자동차사고를내게되고입원하고있는사이만났던남자들과잠시조우하게된다.이유는모르지만그녀는의사의옛만남의상대였다가그후죽은여자의과거를더듬게되고자신을찾아가게된다.

열한번째‘二十歲’

읽느라고시간은많이들이지않았지만전체적인느낌은그저그런편이다.그래도앞부분보다는읽을수록나아지는느낌이다.‘고래’를읽지않고,저자를몰랐던상황에서이책을읽었더라면어떤느낌을받았을까?첫째는안읽었을것같고,그래도읽었더라면지금보다는더좋은느낌을받지않았을까싶다.사실‘고래’는기존소설과는다른재미를주었고그래서기억이나는소설인데이단편집은재미하고는거리가있는편이다.‘고래’의영향으로재미있을것이라는기대감이깔려있었기때문에객관적인느낌을표현하기가어렵다는생각이든다.좋았던점을꼽으라면어려움상황에서인간내면적인갈등을잘그렸다고나할까?의아하게느낀점은우리나라단편치고는3편(굵은글씨체)이외국을배경으로쓴것이다.배경뿐만아니라등장인물모두가외국인들이다.흔치않은일이라고생각하는데책의해설이실린마지막부분에는이에대해구별할필요는없다고적고있다.국내가배경이던,국외가배경이던간에인간운명에대한부조리에대해기술한것이라는설명이있다.


‘비행기’중에서(293쪽)

그녀가두려운건의사와의섹스가아니었다.오히려그녀는그와의섹스를기대하고있었다.그에게서뿜어져나오는활기는그녀의성욕을자극하기에충분했으며이따금씩그의땀냄새를떠올리며자위를하기도했다.하지만마지막관문을통과하는순간,그들이애써살려내고의미해온과거의세계는다시세월저편으로달아나버리고시들어가는육체에가까스로매달려있는육욕이그자리를대신할터였다.그녀는여느여자들처럼영원히함께하지않을거라면시작도하지않겠다는식의고루한생각을가지고있지는않았지만,의사와의관계가결국육체적인것으로수렴되고난이후의공허와상실감이두려웠다.


이와같은느낌은사람에게공통적인것인가보다.어떠한일을하던오르면내리막이있고,마무리해야하는데그과정이길던지짧던지간에항상아쉬움을주며한순간의기억으로남기곤사라져간다.그리고더해서진부해진다.아름답고,흥분되던그기억의순간은시간이갈수록짧아만져서몇년의기억이순간으로남는다.저자는이를피하기위해마지막한걸음남겨놓는것을선택한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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