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

오카모토다카시지음

강진아옮김


대한민국국민치고20세기초에조선이일본에강점당한것에대해어디서부터잘못되어그리되었을까궁금하지않은사람은없을것이다.19세기말에대한역사관련책을읽어도그런의문점이깨끗이해소되지는않는다.겉으로문제점이드러난시기가19세기말이지,문제가시작된시점은훨씬전이었기때문에시원스럽게의문이가시지않았을것이다.그렇다면어디서부터살펴보아야할까?


이책은일본인에의해기술된우리의역사이다.더군다나조선역사상가장치부인한일합방에이르게되는시기에대한서술이다보니사심없이기술되었을까의심이되었다.그러나이런기우는책의가장앞부분에있는저자의한국어판서문을읽으면서어느정도는안심이되었다.서문에다음과같은내용이있다.


“이책의기술은자국사의관점에서써진역사에익숙한독자의기성관념에서보자면위화감을느낄것이며,그런현상은오히려당연할지도모른다.이미출판된일본에서도그러했다.한국에서는아마더더욱그럴것이다.예를들어약육강식의세계관을긍정하고있는것은아닌지,한국의입장을경시하고있는것은아닌지,이책에서는조선에대해중국이더욱공세적으로일본은수세적으로그려지는데,사실은반대가아닌지.—중략—

필자는독자들이어느것이옳고그른가하는문제에중점을두지않았으면한다.시각을돌리고데이터의사용법을바꾸면이책과같은서술이나해석도가능하다는것을독자여러분이알았으면좋겠다.”

이런정도의생각을가지고있다면저자의편견을심각히고려할필요는없을것이라는생각이들었고,설령편견이있다하더라도그또한고려해볼만한일이다.


책의원제는[세계속의한,중,일관계사-교린과속국,자주와독립]이다.책을펼치면서역사분야에전문가도아니고,이시기에대한지식도충분하지않은사람으로서이책한권을통해무엇을알수있을까하는생각이앞섰다.하지만한일합방과관련한조선후기역사에대한흐릿한부분이조금분명해진것을느꼈다.

이책은조선중기임진왜란(조선출병으로표현)부터러일전쟁발발(1904년2월)직전까지기술한,본문만보면195쪽(한글판은주석이붙어250쪽)의비교적길지않은글이다.하지만조선후기의여러상황에대한변화를읽는데는나에게큰도움이되었다.임진왜란부터기술한이유는분명하지않지만,저자는한일합방의작은실마리가시작된것을임진왜란으로생각하여그리한것으로보인다.임진왜란이전과이후의조선은다르며,조선과왜의관계도달라졌다.조선과명,그리고조선과청의관계또한여러형태로한일합방과연관을맺게된다.


저자가우려한대로책을읽다보면일본보다는조선에대한청나라의책임부분이강조된것같은느낌이든다.조선과청의관계에서청이분명하게조선을움켜쥐었으면한일합방은없었을것이라는느낌이들게한다.당시에일부에서논의된것처럼영세중립국으로가는방안도고려가되었지만외부에비해대적할만한힘을축적하지못한말기조선은주변강대국들의결정에휘둘릴수밖에없었다.

청나라는병자호란이후명나라대신조선이외국과의조약을맺는데있어내내일정부분역할을했으며대외정책을결정하는데중요한나라였다.문외한의입장에서그동안청일전쟁이나러일전쟁을같은시각으로보았으나이책을읽으면서조선의조공을받고있던청나라가일본에대적할만한힘이없었다는사실은조선에게도매우중요한문제였으며러시아와는다른관점에서볼필요가있겠다는생각이든다.

청나라가아편전쟁에패해영국에게홍콩을이양하고그외많은부분을내놓았다.또한청일전쟁에패해조선에대한기득권을접은것은그동안청과조선의관계를고려하면조선입장에서는엄청난변화였고,또한한심한노릇이었을것이다.

소중화(小中華)를자처하면서주자학을정치이념화하여문민우위의정책을가져간것이나,임진왜란과병자호란을겪으면서도조선의미래에대한키를정하지못한것등이한일합방의기본에깔려있다는생각이든다.그러고보니그당시상황에대한책을읽고나면매번아쉽다는느낌이끊이지않는다.

조선말의상황인식을위해읽어볼만한책이다.그것도일본인에의해기술된조선에관한책이다.


28쪽중에서

일본의경우주로중국과무역을하기위해조공이나책봉을받았던것으로이른바복속이나조공은그방편에불과했다.그렇게하지않으면무역을허락받지못했기때문이다.물론이는반드시일본에만해당하는이야기가아니고대부분의주변국에해당하는현실이었다.그중거의유일하게달랐던것이조선이다.일본이나다른나라들이주자학의이념,‘예제’의질서에는거의관계도없고아는바도없고관심도없었던것에비해조선왕조는주자학을나라의이데올로기로삼고있었기때문이다.(이내용에대해역자는일본도주자학의영향이적지않았다는주석을달고있다)


39쪽중에서

그(신숙주)는1443년27세때에일본에사신으로가,후에[해동제국기]를저술했다.이것은신숙주가일본을연구한성과로당시조일관계를아는데귀중한책이다.[해동제국기]에다음과같이잘라말한것은유명하다.

“습성을굳세고사나우며칼과창을잘쓰고배의조정에도능숙하다.우리와는바다를사이에두고서로바라보고있는데,그들을달래는데그도를얻으면조빙(제후가내조하여알현함)의예를갖추지만,그도를잃어버리면함부로노략질을한다.”

예나지금이나비슷하다.


181쪽중에서

영국은제2차조러밀약사건이지나고나면,조선에대한청의종주권을공공연히지지하기시작한다.다국간의보호,혹은청일양국의공동보호가실현된전망이없어졌으므로,그대안으로청단독의조선지배를공식화,실질화하도록촉진했던것이다.그러나청,특히이홍장에게는영국이다소노골적으로교사하는공식적인조선지배를받아들일생각이없었다.


254쪽중에서(영국외교관,조지나다니엘커즌의의견)

조선은본질적으로약소국이다.그러나실제로는그것이유일무이의강점이다.왜냐하면만약조선이어느나라와동맹을함으로써세력균형을바꿀정도로강대했다면,최후에는틀림없이병합되고말진로를취할지도모르기때문이다.그러므로자기일신의이익을꾀하기위해서조선에독립을부추기는것은어리석은인간이하는것,조선에스스로그사망증서에서명하도록하는것과거의다르지않다.조선한나라로는안겨있는어린아이정도의힘밖에없다.그렇지만일,청,러의삼대근린국이일정한거리를유지하여서로견제를계속하는한,조선은그사이에개재하여무력침공을면할수있다.그러나이세나라중에두나라가일단전쟁의단서를제공하고만다면,이세나라가전체로서사실상보증해온조선의영토보전은곧바로구름과안개처럼사라져버리고,재건하는것은어려울것이다.국제적보호가일시적인방편으로제안된적도있었다.그러나러시아는기존의보증이상으로결코움직일리없다.현재상태로도이미후회하고있기때문이다.청쪽은어떤가하면,조선이이미자신의속국인데거기에대해국제적보호를가하겠다고하여도우선승낙할리없다.조선이라는국가의영속은청과의관계를유지하는것에달려있다.나는이렇게확신한다.

커즌은1859년생으로후에인도총독및외무장관을역임하였으며[극동문제]라는여행기는1894년에초판출간되었다고하니위의견을제시한것이서른을갓넘겼을나이다.한나라의운명을논할나이는아니나핵심을거론한것은분명하다.이런의식을가진조선말기의정치가들도있었지만눈치를볼수밖에없는상황에서선택의폭은제한적이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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