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프

메리로취지음

권루시안옮김

얼마전병원도서관에들러신간코너를둘러보다가사체의엄지발가락에[STIFF]란표식을달고있는사진을표지로한책을보았다.책제목도스티프.영어사전을찾아보니‘시체’를의미하는속어라고되어있다.한의사단체의추천도서로되어있다.

책의내용도사람의사후에시체가다양한용도로사용될수있다는것이다.저자는시체를이용하는거의모든예를정리하고있다.예를들어연구용으로시체가시간이나환경에따라어떻게부패되어가는지를알아보기위해야외에두고서관찰하고있는연구소를방문하여알아보고시체를이용하여자동차충돌실험을하여어느부위에손상을입는가를알아보고자직접연구소를방문하여관찰하고있다.화장할때시체는어떤변화를보이는지,장의사들이시체를어떻게다루는지,과거에인육을먹었다는보고서들도정리하여알려주고있다.또한탄도조사를위해시체에다사격을한다는내용도있다.이러한내용중에가장흥미로운것은프랑스에서기요틴을이용한사형집행직후몸에서떨어져나간머리가잠시동안어떠한반응을보이는지에대한연구이다.이에따르면몸에서떨어져나간후에도잠시동안은부르는소리에반응하고부른사람을응시할수있다고되어있다.시체를처리하는방법에대해서도여러내용을담고있는데그중의한가지는퇴비로사용하는것도소개하고있다.그외에도개의머리를다른개에이식하는내용도나온다.전에읽었던소설중에‘모레’라는책이있었는데그책에서죽은히틀러를살리기위해몸이식을꾀하는내용이나오는데이러한일이동물에서이기는하지만실제로실행되었었다는사실이놀랍다.

본과1학년해부학실습시간에처음접한[시체]의얼굴이아직도기억에남아있고머리를박고구조물을살펴보던모습이떠오른다.올해도논문때문에학생들해부학실습시간때참석하여여러구의시체를조사한적이있어그리내용이생소하게느껴지지는않지만죽은후에도이렇게다양하게사용될수도있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이책의뒷부분에는‘쾨르페르벨텐’이라는합성수지전신보존전시작품에대한이야기도나온다.몇해전인가우리나라에서도전시한적이있어본적이있는데당시느낌으로는해부학실습자료로활용하면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

이책은흥미로운내용을담고있다.비록언급하기가그리유쾌한것은아니지만현재실재로이용되고있는것들이고어떻게이용될수있고도움이되는가를이해할수있는책이다.평소에일부궁금하게생각했던점도해소시켜준다.그렇지만책의전체적인흐름은지루한감이없지않다.아마도책의주제가분명한데별로중요하지않은자잘한내용들을기술되어있어그런느낌이드는것같다.사후의영혼에대한문제가아닌[시체]의의미로궁금하다면많은점에서해소가될듯하다.

책의내용중에서

런던대학교의병리해부학과선임강사였던W.E.D.에번스가1963년에펴낸책<죽음의화학작용>에수록된화장하는장면을관찰한내용이다.

피부와털이순식간에오그라들면서까맣게불타버린다.이단계에서근육단백질이열때문에굳어지는현상이두드러질수있으며,이로인해근육이서서히수축하게된다.그리고사지가서서히굴절하면서대퇴부가계속해서벌어진다.흔히화장초기단계에열로인해몸통이너무나도급작스럽게앞으로구부러지는나머지,머리로관을들이받아뚜껑이열릴정도로갑자기‘일어나앉는다’고생각하는데,그런현상은관찰되지않았다……중략마침내는내장이사라지면서척추가보이기시작한다.불길속에서하얗게빛난다.이윽고뼈가떨어져나간다.96쪽

저자가데니스샤나한이라는부상분석가를만나비행기추락시시체들의부상을파악하여사고유형을규명하는내용에대해조사한후

식사가끝나고청구서를기다리는동안나는샤나한에게또질문한다.지난20년동안그가칵테일파티에나갈때마다받은질문이다.추락할때살아날확률이비행기의앞쪽에앉아있는게높은가,아니면뒤쪽인가?그는참을성있게대답한다."그건어떤식의추락이될지에따라다르죠.”나는말을바꿔묻는다.비행기안어디든마음대로골라앉을수있다면어디에앉을건데요?

“1등석이죠.”148쪽.

현재는사망에대한판단이그리어렵지않으나청진기도없었던18-19세기의사들은산채로매장될지도모른다는환자들뿐아니라스스로의불안을가라앉힐목적으로갖가지특이한사망검증방법들을고안해냈다.웨일스의의사이자의학사학자인얀본드손은재치넘치는훌륭한연구서<생매장>에그런방법12가지를소개했다.—중략—발바닥을면도날로얇게저며내고엄지발톱밑에바늘을찔러넣기도했다.—중략—어느프랑스성직자는빨갛게달군쇠꼬챙이를‘뒷구멍’에찔러넣을것을권했다.192쪽

보리외라는이름의프랑스의사가아옘과바리에의관찰이,또죄머링의추측이옳았음을확인했다.그는파리의공개처형장을실험실삼아,랑귀라는죄수의목에기요틴의날이떨어진직후그의머리를대상으로몇가지간단한관찰과실험을했다.

자,이것이내가단두직후관찰한내용이다.기요틴형을당한사람의눈꺼풀과입술이5-6초동안불규칙적으로수축을반복하다가——멈추었다.얼굴에서긴장이풀리고눈꺼풀이눈알을반쯤가렸는데,——우리업에종사하는사람들이일상적으로볼수있는죽어가는사람과똑같은모습이었다.그순간나는강하고예리한목소리로“랑귀!”하고불렀다.그러자눈꺼풀이천천히,아무런경련성근육수축도없이위로들려올라가는것을볼수있었다.——무언가에의해잠이나상념에서깨어난사람처럼보였다.이어랑귀의눈은아주분명하게내눈을쳐다보았고,동공도초점이맞아있었다.그순간내가마주보고있던눈길은죽어가는사람에게말을걸때는관찰할수없는,아무표정없는흐리멍덩한눈길이아니었다.내가마주보고있던눈길은의심의여지없이살아서나를쳐다보는생생한눈길이었다.—중략—.233쪽

<2007/06/2423:22정리본>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