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연말을맞아이곳저곳에서올해의책을발표한다.발표내용도다양하다.10권을발표하는곳도있고대표되는책과추천받은것을모두발표하는곳도있다.대개몇권씩은중복이된다.조선일보에서발표한책10권중에는읽은책이한권도없다.다만순위밖아차상에선정된‘십자군이야기’가유일하게읽은책이다.정유정작가의‘7년의밤’은읽고싶었지만대출기회가좀체오지않는다.

올들어책을제대로읽지못하기도했고,신간을사서보는것이아니라신간나오면메모해놓았다가몇달지나도서관에서빌려보다보니대개올해의책으로발표되는책들은읽지않는책들이대부분이다.이제메모해놓았다가마음에드는몇권은슬슬읽어볼생각이다.

다음은조선일보선정올해의책10권이다.

7년의밤

정유정장편|은행나무|524쪽|1만3000원

정유정의장편소설‘7년의밤’이2011년조선일보올해의책으로선정된까닭은베스트셀러이기때문이아니다.‘7년의밤’이돌파한것은사회적·문학적편견.본격문학과대중문학은반드시분리되어야할샴쌍둥이라는문학적오해,작가는평론가나언론의화려한스포트라이트를받지않으면성공하기어렵다는사회적통념을깨트린모범사례다.정식문학공부한번받은적없던이전직중환자실간호사출신의작가는,강력한이야기하나만으로독자들에대한구애(求愛)에성공했다.어쩌면당연한정공법인데도,그이전의성공사례를꼽기드물다는점에서이책이지닌함의는강력하다.

스릴러의외양을지닌‘7년의밤’은한소녀를죽게한뒤죄책감으로미쳐가는사내와,딸을죽인범인은물론범인의아들에게도사적복수를감행하겠다는소녀아버지와의대결이핵심서사.서사의스케일은거대하고,디테일은치밀하다.그리고이대중문법의이야기를통해,작가는드러난사실과숨은진실사이의간극에대한존재론적질문을던진다.평온하다고착각했던일상으로다가와느닷없이따귀를때리는운명이라는놈에대해,그리고인간은그에맞서어떤카운터펀치를날릴수있는지에대해.바로이대목이작가정유정의문학적야심이다.

스티브잡스

월터아이작슨지음|안진환옮김|민음사|925쪽|2만5000원

‘isad’.

지난10월5일애플의공동창업주스티브잡스가사망했다는뉴스가전해지자전세계적애도물결이일었다.“다르게생각하라”는명언과매킨토시PC,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같은혁신적IT제품으로한시대를풍미한천재,영웅의빈자리를아쉬워하는물결이었다.10월24일,전세계에서동시에월터아이작슨의평전‘스티브잡스’가나오자신드롬은정점에이르렀다.

그러나평전은일방적미화(美化)와과장과는거리가멀었다.잡스본인과가족은물론동료와적,과거애인까지100여명을직접인터뷰해서구성한‘스티브잡스’는생생한민얼굴의잡스를보여줬다.암까지이겨내겠다고달려들었던무서운집념과결점을용납하지못하는완벽주의,힌두교와선불교등동양사상에심취하면서인문학과과학기술의융합을이뤄낸한천재의모습과함께모순덩어리인‘인간스티브잡스’가그대로노출된것.“난원래이런사람이야”“나는필터가없는사람이야”하며인정사정없이직원을해고하고동료가슴에대못을박은사람.“돈이중요한것이아니다”면서도“기부로세상을바꾼다는것은바보같은짓”이라고한냉혈한같은면모에대한서술은오히려그의진면목을보여줬다.2만5000원으로비교적고가이나,출간2개월이안된16일현재국내에서만42만권이팔렸다.

아프니까청춘이다

김난도지음|쌤앤파커스|320쪽|1만4000원

작년12월24일출간이후51주동안150만권넘게팔리는기염을토했다.시·소설·실용서를제외하고한국인이쓴교양서가100만부넘게팔린건2000년대들어처음이다.저자김난도서울대교수는“이만큼팔릴줄나도몰랐다”고했다.그만큼한국젊은이들이아프다는뜻인지모른다.김교수는“한국인의평균연령이80세쯤된다치면,80세중24세는아침7시12분”이라면서“나태를즐기지말라.은근히즐기고있다면대신힘들다고말하지말라.몸을움직여운동하고,술먹지말고,그것이무엇이든오늘하라”고썼다.

‘아프니까…’돌풍에출판계는환영과당혹이엇갈렸다.이책구매자는10명중7명이20대다.“요즘20대는책안읽는다”지만바로그20대가‘21세기첫국산밀리언셀러’를탄생시켰다.

디퍼런트

문영미지음|박세연옮김|살림Biz|327쪽|1만5000원

재미교포2세로하버드경영대학원종신교수인저자는오늘날기업들은‘차별화의대가(大家)’가아니라‘모방의대가’가되어가고있다고말한다.더욱비관적인것은“자신들이지금만들어내고있는미묘한차이들을지나치게과대평가한나머지,끊임없이차별화를추구하고있다는착각에빠져있다”는사실이다.고객에게직접외진상점까지찾아와물건을직접조립하게하고(이케아),딱6가지메뉴만을고집하며(인앤아웃버거),차가얼마나작은지를더강하게광고하는(미니쿠퍼)기업들처럼시장을다시짜고수요를만들어내는‘진정한차별화’의길을가라고저자는주장한다.

두근두근내인생

김애란장편|창비|355쪽|1만1000원

김애란의장편소설‘두근두근내인생’은2011년한국문학의이중장부였다.한편에선20만명가까운독자들이따뜻한위로를받았다며환호했고,다른한편에서는“예외적주인공에대해서는예외적감동만이가능하다”며“진정한장편소설로볼수없다”고격하했다.17세에80세의몸(조로증)을지닌‘가장늙은자식’과그소년을17세의나이로가졌던‘가장어린부모’의사랑과이별드라마.젊은독자들은조로증아름이에게서미래가막혀있는자신들의세대를읽었고,이조숙한주인공의소설을자신들의장편으로동의했다.반면인물과서사양축에서세계관의대립과충돌로장편을읽어왔던기성세대들은이작품을“단편의확장”으로서의심했다.

한글의탄생

노마히데키지음|김진아외옮김|돌베개|447쪽|1만5000원

일본인한국어학자가한글창제의언어학적·역사적·사상적배경과그의미를고찰한역작이다.책은한글창제이전부터있어왔던수천년동안의문자생활및환경을설명하고,조선의임금세종과학자들이탁월한분석력과창조력을통해어떻게새로운문자를만들어냈는지를꼼꼼하게묘사하고있다.저자는이렇게창제된한글이사람들의손에서문장이되고텍스트가됨으로써,단지하나의문자체계가아니라기존의지식체계를뒤흔들어놓은존재로등장했다면서이를‘지(知)의혁명’이라부르고있다.“우리도미처알지못했던우리글자탄생의경이로운드라마”라는평가를받았다.

닥치고정치

김어준지음|푸른숲|336쪽|1만3500원

“천안함은원인이중요한게아니고,우리나라우파는원시인을설명하는수준에서100%해석되며,과거군사정권은조직폭력단이고….”이런식으로빠르게이어지는문장들끝에저자는독자를향해우렁차게외친다.“밥줄때문에입을다물면스스로자괴감들어.지금이시대가필요로하는건위로야.쫄지마!떠들어도돼,씨○.”

김어준이주요멤버로참여하는인터넷방송‘나꼼수’와마찬가지로이책도지지자에겐격렬한열광을,반대파에겐극단적혐오감을촉발한다.10월에출간해두달만에35만부팔렸고12월들어선각종베스트셀러순위에서1위에올라있다.저자의논지에찬성하건반대하건,2011년한국사회의한단면을적나라하게보여주는책이다.

철학이필요한시간

강신주지음|사계절|346쪽|1만7800원

“욕쟁이할머니의식당에서느끼기쉬운불쾌감이나거부감을반복하지않으려면,우리는자신과대화하는사람이어떤삶의문맥을가지고이야기하고있는지섬세하게읽어내야한다.”현학적이고고답적인인문학이아닌,실제현실에서고민하는사람들에게적용가능한철학적어드바이스를전한다.라이프니츠·니체·스피노자·원효·데리다·한비자등동서양철학자들의인문고전을통해그들사유의핵심이현실적인삶의고민들과어떻게연결되어있는지를보여준다.

장자(莊子)로박사학위를받은저자는대학강단보다는일반인들을만나소통하는대중아카데미에서주로강의해왔다.

골목안풍경전집

김기찬사진|눈빛|592쪽|2만9000원

담배피우는할머니,노상방뇨하는할아버지,무거운짐을이고터덜터덜걷는아줌마,남루한골목에서뛰어노는어린아이들….사진가김기찬(1938~2005)은1968년부터평생에걸쳐가난한지붕이게딱지처럼다닥다닥붙은달동네를찍었다.그가남긴사진집6권과미공개유작34점을모아전집으로묶었다.

저자는서울중림동·도화동·행촌동일대를주로찍었다.그사이아이가어른되고,어른이노인되고,노인이세상을떴다.저자는평생골목을찍겠다고다짐했지만,재개발사업이번지면서달동네에아파트가들어서고골목안사람들은어디론가뿔뿔이흩어져갔다.그는그점을못내쓸쓸해하다세상을떠났다.

흑산

김훈장편|학고재|416쪽|1만3800원

자유와영혼을위해목숨을바치는‘고결한영혼’도있고,현세에서승리를구가하는‘타락한영혼’도있다.둘다승리자다.하지만작가김훈의관심은늘이양극단사이의어느지점.육신을초개같이버려순교도할수없고,적극적이고능동적인배교도차마할수없었던‘비루한영혼’들이다.‘흑산’의시공은천주교박해의절정기였던19세기전반부.조용히배교한뒤흑산도에서물고기나들여다보고살았던정약전을중심으로,작가는스펙트럼의양극단사이에있는약육강식의군상을비정한언어로그려낸다.작가가신뢰하는것은신념의언어가아니라사실의언어.데뷔작‘빗살무늬토기의추억’이래이원칙은한결같다.

순위밖아차상

세계2대종교가격돌한십자군전쟁을생생하게그리고있는‘십자군이야기1·2’(시오노나나미,문학동네)는역사적배경과명분뿐아니라인간의욕망과의지도드라마틱하게살려내읽는재미를더한다.

시골의사박경철의자기혁명’(박경철,리더스북)은자아찾기·사회인식·시간활용·글쓰기등다양한주제를다루면서자기삶의주인으로사는법을제시한다.

마흔,논어를읽어야할시간’(신정근,21세기북스)은논어를101가지주제로나누어원문의의미를풀이하고있다.

다산의재발견’(정민,휴머니스트)은1801~1818년강진유배시기다산의육성을담았던친필편지를찾아내연구하고정리했다.

로지코믹스’(아포스톨로스독시아디스외,랜덤하우스코리아)는버트런드러셀(1872~1970)이수리논리학자로일세를풍미하기까지의여정을만화로흥미롭게그려냈고,

생각하지않는사람들’(니콜라스카,청림출판)은인간이디지털기기에종속되어가며잃어가는것들에경종을울리고있다.

저녁의구애’(편혜영,문학과지성사)는도시문명에길들여진현대인의불안과고독을하드보일드한문체에담아온소설가편혜영의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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