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99%의로마인은어떻게살았을까

로버트냅지음

김민수옮김

이책은2012년11월에읽은[고대로마인의24시간]의확장판이라할수있다.[고대로마인의24시간]이로마인의하루를따라갔다면이책은로마시대를살아간사람들을그룹별로나누어삶을정리하였다.부제는‘로마의보통사람들이야기’이다.책제목의99%는지배자외의보통사람들이대부분이라는표현이다.지배자중심의역사기술에서빠져있는보통사람들의이야기를채워나가기위해서저자는남아있는고대로마의비문집을많이인용하였다.

‘로마인’이라는단어가들어간책에아직도관심이있는것을보면[로마인이야기]의여운이아직깊이남아있는모양이다.지금의시각으로보면거친점들이있지만있지만약이천년전에번성한제국이라고하기에는앞선제도와사회적인인프라등에대한아쉬움때문이다.

이책을도서관홈피에서검색을하니대출이가능한것으로되어있어가보니정작서가에서보이지를않는다.할수없이그냥돌아와며칠후다시검색을해보니새로운책이한권더들어와‘우선정리신청’이가능한것으로되어있어신청을하였더니며칠후사서로부터이책의구입을신청한교수가우선권이있어우선정리신청이안되고,다른책은대출이가능하니그책을대출하라는문자가왔다.전화를걸어대출하라는책이서가에없어그리신청한것이라고하니다음날책을찾았는지준비되었다고연락이왔다.

저자는이책을집필한이유를다음과같이적고있다.

이제부터나는보이지않는로마인들을여러집단으로나누어소개할것이다.더러는같은집단으로봐도무리가없는경우도있다.예컨대평민남자와군인,혹은평민여자와매춘부는같은장에서다루어도큰문제가되지않을것이다.그럼에도굳이다른장으로나눈이유는가능하면이들각각의마음속으로들어가보고싶었기때문이다.그들은어떤생각과인생관을가지고살았을까?그들이무엇을두려워했고어떤희망을품었을까?나는그러한그들개개인의정신세계를들여다보고싶었다.미국의고대사가데이비드포터는“증거든해석이든결국주관적인선택을뛰어넘을수있는역사혹은역사연구란있을수없다.”라고했다.이책에서나역시주관적인선택과가치판단을통해서로다른색깔의실들을엮어고대로마의보통사람들이살았을삶을하나의그림으로완성해보고자했다.거대한제국에서외면당해온대다수의삶을흥미롭게설명하는일은어려우면서도가슴설레는작업이었다.바라건대독자여러분도보이지않는로마인들이마침내살아있는존재로눈앞에떠오르는매혹적인순간을맞이했으면좋겠다.9쪽중에서

이책에서저자가나눈계층은다음과같다.

중간계층:평민남자,그들만의삶:평민여자,예속과생존사이:빈민,굴레의극복:노예,노예그이후:해방노예,생계를위해무기를들다:군인,성性을팔다:매춘부,명성과죽음:검투사,법밖에존재하는사람들:산적과해적등이다.

이책을읽다보면[고대로마인의24시간]읽을때처럼시대만로마지요즘과무엇이다른가하는생각이종종든다.사람사는세상다비슷비슷하다는말을하지만시공을초월해이천년전이나지금이나비슷비슷해보인다.

사회경제적인양극화가극심했던로마세계에서이들지배계층이차지한부는전체부의80퍼센트를넘어섰을것으로짐작된다.엄청난부자를호네스티오레스honestiores(더고귀한자)라부르고,나머지자유민을휴밀리오레스humiliores(덜고귀한자)라부른것을보면로마인들스스로지배계층과피지배계층사이의사회경제적단절을인식하고있었음을알수있다.제국인구의99.5퍼센트는바로이들‘덜고귀한자’들이었다.15쪽중에서

이책에서는차례에서적었듯이여러계층을나누어기술하고있는데각장의마지막에는저자가간략하게결론을적어놓었는데다음과같다.

중간계층:평민남자

도시로마와그제국에서살아가는평민남자의평범한삶은가족과사업,사교생활,대다수사람들이가지고있는관심과걱정거리로가득차있었다.해방노예의아들인시인호라티우스는평민남자를이렇게묘사한다.

그의이름은볼테이우스메나이다.직업은경매인이다.그는가난하지만부도덕한행위와는거리가먼사람이다.열심히일해야할때는누구보다열심히일하고,그렇지않을때는태평스럽다.돈을보는법도알고그렇게번돈을어떻게써야하는지도안다.대단할것도없는조합의동료와즐거운시간을보내고,누추한자기집에서도행복해하며,하루일을마치고는마르티우스광장에서열리는시합을보며피로를푼다.[서간집]

여러모로평민남자들의삶은지배계층의삶과는달랐다.평민남자들은사업이나법적인문제와관련하여지배계층과접촉할수밖에없었고,필요할땐보통폭력을통해자신들의목소리를냄으로써지배계층과충돌하기도했다.그러나평민남자들의세계와가치관은해방노예와노예,평민여자들과떼려야뗄수없는관계를이루고살아가는현실을반영했다.평민남자들은자신들의도덕적잣대를따르면서두려움과희망속에서미신과마법,종교에의지하며자신들의길을헤쳐나갔다.그것이험난한세계를이해하고그에대처하는평민남자들만의생존방식이었다.83-84쪽중에서

그들만의삶:평민여자

그러나혹독한현실때문에아이들의인권이침해되기도했다.영아유기는현대인들이가장받아들이기힘든고대의관습중하나이다.유대인과기독교인들은반대했지만,아기를내다보리는관습은그뿌리가깊었을뿐아니라사회전체에널리퍼져있었다.아무리사회전반적인현상이었다고해도자신이낳은갓난아기를내다버려죽음에이르게하는가족의심리를이해하기는힘들다.그러한결정은남편보다는아내에게더큰괴로움으로다가왔을것이다.그리고말할것도없이유기대상은남자아이보다는여자아이였을것이다.111쪽중에서

하필이책을정리하던날전날저녁에영아유기에대한TV프로그램을보았다.일부는인적이없는곳에유기해죽은채발견되기도하고,일부는종교단체에서운영하는‘베이비박스’를이용하기도하는데이박스에대한논란도소개한프로그램이다.이천년이지난지금도진행형이다.

평민여자는자신의삶과가정에서주도적인역할을맡았고,가정밖에서도사업계약이나토지소유및관리,그밖의사회,종교적요소가결합된활동을통해적극적인역할을했다.그들은아이만낳고빈둥거리는집안의장식품이아니었다.평민여자의활동은로마의문화라는거대한옷감의구석구석을선명하게수놓았다.지배계층의남자들은자신의여자를동반자가아닌장신구처럼여겼지만평민들의세계에서는집안에만틀어박혀보호받는‘사치’를누리는여자는없었다.형편이조금나은가정은집안살림을잘돌아가게하기위해,궁핍한가정은가족들끼니를굶기지않기위해여자들도일손을보탰다.그들은매사에거리낌이없었고남편과의관계에서다양한방법으로입김을행사했다.또살림에경제적으로보탬이되었고자식들의사회화과정에참여했다.이모든것들이남성지배적인문화속에서이루어질수밖에없었지만여자들의행동은더큰범위까지영향을미쳤다.물론‘여성해방’운운하는것은지나치다.현대의기준으로봤을때고대그리스-로마는여성행방과는거리가한참먼사회였다.그러나산업화이전단계의모든사회가그렇듯이평민여성은상당한영향력을발휘하며남편의강력한동반자로서인생의결정권을쥐고있었다.147쪽중에서

예속과생존사이:빈민

빈민층의삶은보잘것없는경제적조건에의해좌우되었다.사회의계급에서그들이차지하고있는위치는형편없었고나아질기미도보이지않았다.하지만생존을위한그들의전략은꽤잘먹혔다.즉협력과경쟁이라는전략을적절히섞어사용할줄아는사람은제한된기회속에서최대한많은이득을취할수있었다.가난한사람들은자신들이경험하는세계를운명으로받아들였다.그들은권력자에게예속된존재였지만때로는저항함으로써자신들의목소리를냈다.그들은좀더나은환경에서살아갈수있는정의로운세상을꿈꾸었다.그러나그런세상이실현될것같지않다고해서일을게을리하지는않았다.물론당연한얘기지만자신보다많이가진사람들에대한부러움도그치지않았다.190쪽중에서

굴레의극복:노예

노예가성취할수있는것에한계가있듯이고대로마노예의세계관도그러한한계에갇혀있었다.노예는주인의맞은편자리에서있는상태에서어떻게든삶을이어가기위해노력했으며,탈출도그러한노력가운데하나였다.로마의노예들은서로끈끈한유대관계를쌓았고때로는부부의연을맺어가족을이루기도했다.그들은다른곳으로팔려감으로써가족과헤어지게될까봐마음을졸였으며,궁극적으로는자유를갈망했다.로마의노예제도는노예가스스로결정할수있는권리를빼앗았지만노예의정체성까지빼앗지는못했다.노예는여전히생각하고느끼고행동하는인간이었으며,노예제도안에서자신이할수있는최선을다해현실을극복해나갔다.253쪽중에서

노예그이후:해방노예

이비문을그아이의영혼에바친다.그아이의이름은말하지않겠다.몇살까지살았는지도말하지않겠다.우리가이비문을읽을때우리가슴속에서슬픔이되살아나지않도록,사랑하는아가야,죽음이너무빨리너를데려가버리는바람에너는한번도자유를누려보지못했구나.아,통탄스럽구나!사랑하는사람이세상을떠났으니어찌통탄스럽지않겠는가!이제영원한죽음이네가아는유일한자유를주었구나.[라틴고전비문집]282-283쪽중에서

해방노예는노예로살았던지난날의악몽에서쉽게헤어나지못했다.예전에노예였다는사실때문에그들의삶엔낙인이찍힌그림자가드리워졌고,그러한낙인은얼마나성공적인삶을살든평생그들을따라다녔다.지배계층은오로지‘자유로운’삶,다시말해다른사람에게예속되지않는삶만이가치있는삶이라고생각했다.따라서지배계층이볼때노예출신이라는사실은지울수없는카인의흔적이었으며,노예신분에서벗어났다고해도한번노예였던자는불안과고뇌속에서살아갈수밖에없는운명이었다.그러나여러가지증거는지배계층의생각이틀렸음을보여준다.해방노예는수치심은고사하고떳떳하게묘비에“나는해방노예다!”라고자신이노예출신임을밝혔다.해방노예는자신이훌륭한노예로서성실히돈을모아자유를사는데성공했다는사실에자부심을가졌다.실제로해방노예는주인이시키는일을훌륭하게해낸덕분에신분상승을이룰수있었다.과거에노예였다는사실은전혀흠이아니었다.오히려어려운상황에서최선의결과를이루어냈다는점에서해방노예로의신분상승은개인의능력을보여주는확실한증거였다.노예로살았던삶은해방노예에겐고향이나마찬가지였다.대부분의해방노예는신분상승을이룬후에도자신이몸담았던노예공동체에좋은감정을가지고노예와자유인의세계사이를편하게오갔다.분명해방노예는두세계에발을걸치고있었지만두세계사이에서혼돈스러워한것은아니었다.마찬가지로대다수의해방노예가자유를획득한데는주인과의좋은관계도한몫했기때문에옛주인들이지배하는세계에서도자신들이가야할길을헤쳐나갈수있었다.즉지배계층과의관계에서굽실거려야할때와조언을건네야할때를알았고,기대려야할때와밀어붙여야할때를알았다.다양한생존능력과뛰어난기술을갖춘덕분에해방노예는팔방미인에다세상물정에밝았으며,경제적으로도준비된존재였다.한마디로해방노예는평범한로마인들의세계를헤집고다니는역동적인존재였다.290쪽중에서

생계를위해무기를들다:군인

우리는로마시대의일반사병이쓴일기는물론이거니와,하다못해그들의정신세계를엿볼수있는허구의문학작품조차가지고있지않다.그러나광범위한분야에걸쳐있는단편적인자료들,특히무덤의비문에새겨진그들자신의목소리를통해로마병사들의희망과두려움,꿈을그려볼수있다.고대로마처럼경제적으로불안정하고신분상승의가능성이막혀있는경직된사회에서군인이된다는것은건강한젊은이에게는후회없는선택이었다.특히집안형편이어려운젊은이들에게는최선의선택이었다.물론시민으로서누릴수있는자유를포기하고자신의상관에무조건복종해야했다.뿐만아니라집과멀리떨어진곳에서군생활을하면서가족과생이별하는아픔을감수해야했다.대신정기적으로봉급을받았다.민간사회에서는집을구하거나제대로음식을먹기가힘들었지만군대에서는삶의기본적욕구를보장받았다.기술도익히고글도배웠다.병영바깥에서문제가생겼을때도법은군인에게유리하게적용됐다.군인은민간인들에게때로는공포와혐오의대상이되기도하고때로는존경을받기도했지만,사회에서자신이특별한존재하는생각에는변함이없었다.군인의유일한가족은군대이어야만했다.그래서원칙적으로는결혼이금지되어있었다.하지만군대는군인에게아내와자식을가질수있는관용을베풀었다.또군인은아버지의권위에서자유로웠고자신의의지대로유언장을작성할수있었다.복무기간이길었기때문에퇴역군인의특혜를누려보기도전에전쟁과질병,사고로목숨을잃을수도있었지만군인이되는것은충분히해볼만한도박이었다.실제로많은젊은이들이그도박에뛰어들었다.344-345쪽중에서

성性을팔다:매춘부

매춘은그리스-로마시대에평민들사이에널리퍼져있었다.아이들과여자,일부남자들까지몸을팔았으며,매춘부는남자가성욕을해소하는정상적인배출구로받아들여졌다.여자들은자유인신분과노예를막론하고선택과필요,강요에의해가장오래된이직업에종사했다.당시로마제국의어느도시를걷더라도당신은광장주변에서서성이는매춘부들을발견했을것이다.그들은사창가출입구에서당신을향해손짓하거나극장을떠나는당신에게달라붙었을것이다.그들은평민의삶에서자연스럽게받아들여지는존재이자인기있는존재였다.그러나매춘부가된다는것은종종위험이따르는일이었고착취를당하는일도예사였다.그리고지배계층의문학에서그들에게퍼붓는비난은지나치게과장된면이있긴하지만매춘부를경멸의눈길로보는시각이없지는않았다.좋은환경에서일하는매춘부는상당한수입을올릴수있었고,심지어평민들의평균임금보다조금더벌기도했다.그러나최악의환경에서일하는매춘부는포주나노예주인의악랄한착취와학대속에서이른죽음을맞이하기도했다.387쪽중에서

명성과죽음:검투사

검투시합은로마의보통사람들이열광하는구경거리중의하나에불과했다.검투시합말고도무대공연이나전차경주,운동경기에보통사람들은열광했다.이모든것은그들의일상적삶의일부분이었다.그러나영화나소설같은대중매체를통해엄청난인기를누린덕분에오늘날검투사는고대로마의보통사람들가운데유독흥미로운존재가되었다.자유인신분이지만자발적으로검투사가된이들의삶은위험천만했으나,그런위험은검투사라는직업이가지고있는매력과명성,부를생각하면충분히감수할수있었다.노예신분의검투사는선택의여지없이타의에의해검투사가된경우지만,검투사경력을발판삼아자유를얻을수있다는가능성은그들에게확실한동기부여가되었다.무엇하나확실하고안전한것이없는세계에서검투사들은언젠가모래판위에서맞붙어야할지도모르는동료들과함께부와명성을얻기위해인생을개척해나갔다.그런점에서검투사는자신에게불리한세상에서성공을위해최선을다하며살았던그리스-로마의보통사람들과다르지않았다.423쪽중에서

법밖에존재하는사람들:산적과해적

무법행위는자신들에게불리한법률과법집행자들의강압적인관리에서벗어나기위해선택할수있는가장확실하고빠른방법이었다.그런점에서무법자는철저하게계급적인고대로마의합법적인사회안에서진정한의미의대안적삶을실천한사람들인지도모른다.레디커가연구한근대초기의해적과마찬가지로,아풀레이우스의소설과그리스의모험담에등장하는무법자들은거칠고잔인한세계에살았지만주류사회체제의계급구조와는극명한대조를이루는평등주의와민주주의를실현했다.그들의공동체는고대로마에서유일하게대안적인사회구조를선보였으며,따라서기존세계에대한강력하고급진적인비판세력의성격을띠었다.물론당시지배계층은자기합리화와보호를위해무법자공동체의성격을부정적으로해석함으로써무법자공동체를대안적사회로보는시각에반대했겠지만,고대의증거와레디커의해적연구로미루어보건대가난하고억압받는자들이나무법자들에게는그들의공동체가실제로존재하는대안적사회였음이틀림없다.459쪽중에서

고대로마의보통사람들.거대한제국속에서1%의지배층에의해가려진역사의가려진주인공들.그들은어떻게살았을까?궁금했지만두권의책을읽고난느낌은사람사는일이다그렇고그래보인다.그들이고민했던부모,자식,돈,신분등등.다시한번사람사는것이시공을초월해비슷하다는것을느끼게해주는시간이었다.

[99%의로마인은어떻게살았을까]

이에대한대답은“우리와별반다르지않게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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