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라이제이션

시빌라이제이션:서양과나머지세계

니얼퍼거슨지음

구세희,김정희옮김

이책은작년에읽은[총균쇠]의연장선상에있다.서양과나머지세계의차이에대한설명이며[총균쇠]보다더폭넓은관점에서접근하고있다.[총균쇠]에서는주로지리적인차이를들어설명했지만이책에서는각방면의제도에중점을둔것이다른점이다.

[총균쇠]와이책을통해막연하게가져온궁금증은많이해소되었지만,병에걸린사람이병에걸린원인을알았다고해서안걸린사람보다나은게없는것처럼개운하지는않다.지나간과거를돌릴수없는것은매한가지다.

저자는서문에서다음과같은의문점을제기하고있다.

1500년경,유라시아대륙서쪽끝몇몇작은국가들은과연어떤연유로다방면에서훨씬복잡한사회를이루고있던유라시아대륙동쪽국가들을포함해전세계를지배하게된것일까?이질문에다른질문들이꼬리를물고이어졌다.만약과거서양의패권을제대로설명할수있다면미래도예측할수있을까?이것이정말서양패권시대의끝이자동양패권시대의시작일까?다시말해우리는서구유럽에서르네상스와종교개혁에이은과학혁명과계몽주의를동력으로대서양을건너,오스트레일리아와뉴질랜드를지나,마침내산업혁명과제국의혁명시대를거치면서절정에달한,인류대부분을지배했던문명의황혼을목도하고있는것일까?12-13쪽중에서

저자는이러한의문을풀어보고,이를바탕으로앞으로의방향에대해알아보고자하는의도를보였지만,앞으로펼쳐지는결과는결국훗날과거가되었을때정확하게이야기할수있을것이다.역사란말그대로예측할수있는것이아니라뒤돌아보는것,그런것이라는생각이든다.

21세기들어중국의약진과위상의상승이두드러지고,신흥개도국의부상이위와같은궁금증을자아내고,앞으로의미래는어떻게진행될것인지에대한의문이이책을저술하게된중요한요인이다.

저자는이책의서술내용에대해다음과같이정리해놓았다.

이책에서나는무엇이서양과세계의나머지국가들을구분짓는지보여주고,제도,관련개념,행위가복합된여섯가지비장의무기를설명할것이다.설명을단순화하기위해그것들을다음여섯가지제목아래요약했다.

1.경쟁:정치적‧경제적삶의분산화,근대민족국가와자본주의의발판을만듦.

2.과학:자연을연구하고,이해하고,궁극적으로변화시킨방식.다른무엇보다도서양에군사적강점을제공함.

3.재산권:개인소유권자를보호하고그들사이에일어나는분쟁을평화롭게해결하는수단으로서의법률.가장안정적인대의제의기반을형성함.

4.의학:건강을증진하고수명을연장한과학의한분야.서양뿐아니라그들의식민지에서도발전함.

5.소비사회:의복이나다른소비재의생산과구매가주요한경제적역할을하는물질적삶의방식.이것이없었다면산업혁명은유지되지않았을것임.

6.직업윤리:신교에서유래한도덕적틀과행위방식.1번부터5번으로야기된사회불안과사회역학을고정하는접착제역할을함.53-54쪽중에서

1장경쟁

동양의쇠퇴는1406년부터1420년사이에세워진자금성이래100년도채지나지않아시작되었다고할수있다.빈곤과전쟁에갈가리찢긴서유럽의작은나라들은확장에나선이후거의500년동안그기세를멈추지않은반면,동양의위대한제국들은정체되어있다가결국서양의힘에무릎을꿇고말았다.유럽이승승장구하는동안왜중국은몰락했는가?스미스가내놓은답변의골자는중국이‘해외무역을장려’하지않았고따라서비교우위와국제분업의혜택을놓쳤다는것이다.65-66쪽중에서

죽음을상징하는모든예술품중가장심금을울리는작품은그로부터한세기후이탈리아의화가살바토르로사의손에서탄생했다.[인간의나약함]이라는작품이바로그것이다.이작품은1655년그의고향나폴리를휩쓸어화가의어린아들로살보와형제,자매,매제,다섯살난조카의목숨을앗아간전염병에서영감을받았다.흉측한미소를짓는죽음의천사가로사의아내뒤에나타나아들을데려가려한다.세상에태어나처음으로무언가를써보려고애쓰는어린아이를말이다.비탄에잠긴이화가의마음은캔버스에쓰인단여덟개의라틴어단어로요약된다.

Conceptioculpa

Nascipena

Laborvita

Necessemori

“임신은죄악이고,탄생은고통이며,삶은고행이요,죽음은불가피하다.”당시유럽인의삶을설명하는데이보다더꼭맞는말이어디에있을까.73-74쪽중에서

서양의우위가완전히확인된순간은1842년6월,중국관리가아편을불살라버린것에대한보복조치로영국해군군함이양쯔강을따라대운하로들어갔을때였다.중국은배상금으로은화2,100만달러를지불하고영국과무역하는데다섯개항구를개방했으며홍콩을이양해야했다.이최초의‘불평등조약’이난징의징하이사원에서체결된것은아이러니라고할수있다.그사원이약4세기전정화장군과그의함대를굽어살펴준바다의여신천비(天妃)를기리기위해세워진것이었으니말이다.104쪽중에서

30년전,반세기만에중국이세계에서가장큰경제대국이될것이라고했다면당신은아마터무니없는공상가취급을받았을것이다.그리고1420년서구유럽이언젠가아시아전체를합친것보다더많은제품을생산할것이며,500년내에영국인이중국인보다아홉배더부유할것이라고했다면역시비슷한취급을받았을것이다.하지만그것이바로경쟁이서구유럽에가져온역동적인효과였다.그리고정치적독점이동아시아에야기한저해효과였다.105쪽중에서

2장과학

11세기가끝나갈무렵영향력있는이슬람성직자들이그리스철학연구가코란의가르침과양립할수없다고주장하기시작했다.인간이신의신성한사역방식을알아낼수있을지모른다는주장은신성모독이라는것이었다.[철학자의부조리]의저자아부하미드알가잘리의말을빌리면,“종교를포기하지않고내면에자리한신앙심의고삐를늦추지않으면서이(외국)과학에열중하는것은대단한일이다.”이슬람권에서는성직자들의영향력아래고대철학연구가축소되었고,책은불태워졌으며,소위자유사상가라는사람들은박해를받았다.유럽대학들이학문의범위를넓혀가고있을때마드라사스(이슬람교기숙학교)는점차배타적으로신학에만초점을맞추었다.이들은인쇄술역시배척했다.오스만제국에서필사본은신성한것이었다.그들은펜을종교적으로중요시했고인쇄보다서체예술을선호했다.‘학자의잉크가순교자의피보다더신성하다.’고말할정도였다.1515년술탄셀림1세는인쇄기를사용하다가발각되면사형에처하는법을제정했다.135쪽중에서

3장재산권

“‘문명’이라는단어보다느슨하게사용되는단어는아마없을겁니다.”앵글로아메리카인중가장위대하다고손꼽히는한인물이문명이처한심각한위기에대해언급하면서이렇게말문을열었다.문명은무엇을의미하겠느냐는질문에그가내놓은대답은서양과나머지세계의정치적차이에관한완벽한정의가되었다.

그것은국민의의사를바탕으로한사회를의미합니다.전쟁용사와전제군주들이만든규칙,전쟁과두진영의대치상태,폭동과학정같은모든폭력이물러가고입법의회와독립재판소가그자리를대신하는것을의미합니다.이런것이문명입니다.그리고문명이라는토양에서자양분을먹으며자유,안위,문화가끊임없이자라납니다.문명이국가를지배할때더많은사람이덜고된삶을살수있습니다.전통을소중히간직하게되고,이전시대의현인들혹은용감한사람들이우리에게물려준유산은모든사람이향유하고사용할수있는풍부한재산이됩니다.문명의핵심원리는헌법에명시된대로민중의관습과그들의의지를따르는지배층의복종입니다.181쪽중에서

4장의학

식민지에서근무하다나치의고관이된수많은장교가보기에아프리카수용소에서탄생한이론들이나치의동유럽‘식민지화’나유대인대학살을가져온무시무시한인종말살정책으로이어진것은매우당연한일이었다.독일공군을창설한헤르만괴링이남서아프리카판무관하인리히의아들이라는사실은단순한우연이아니었다.[영토없는민족](1926)의저자한스그림이남아프리카에서14년을보낸것도우연이아니었다.1939년히틀러가포젠지방의지사로임명한빅토르뵈트허가독일령카메룬에서근무한것역시우연이아니었다.그는‘한때아프리카에서수행하던건설적인일을이제제국의동쪽에서수행’하고자혈안이되어있던수많은나치당원중하나였다.나치는언제나그들이동부유럽에서합병한영토를‘식민시각에서’보고,‘식민방식을동원해경제적으로착취’하려고했다.312쪽중에서

두차례세계전쟁은모든유럽열강이(잔인함의정도는달라도)아프리카인들에게처음으로써보았던여러방식으로서로공격했던,문명화임무의자기과신에뒤따른끔찍한천벌이었다.질병과의전쟁에서는만인의구원자처럼보였던의학또한인종편견과우생학이라는사이비과학으로왜곡되며몇몇의사를살인자로바꾸어버렸다.1945년‘서양문명’은간디의말처럼서로모순되는단어두개를한데합쳐놓은것만같았다.전후유럽제국이빠른속도로와해된것은합당한처벌처럼보였다.전식민지국가들의정치적자립여부와관계없이말이다.

무엇보다놀라운수수께끼는이극악한파괴의시대를벗어나새로운문명모델이부상했다는것이다.하지만그핵심은식민지가아니라소비였다.1945년,이제는서양이무리를내려놓고쇼핑백을들때,군복을벗어놓고청바지를입을때였다.320쪽중에서

5장소비

도대체서양옷이어떻기에다른민족들이저항하지못하고받아들이는것일까?우리처럼옷을입는것은우리처럼되고싶다는뜻인가?이것이단순히옷문제가아니라는것만은분명하다.이것은청량음료나패스트푸드는말할필요도없고,음악과영화를매개로널리퍼진대중문화전체를받아들이는문제다.그대중문화에는아주미묘한메시지가담겨있다.원하는대로입고,먹고,마실권리(그렇게하는것이남들과똑같아지는것이라고해도),즉자유다.또사람들이진정으로좋아하는소비재만만들어지니민주주의의문제다.그리고자본주의의문제이기도하다.325쪽중에서

6장직업

우리는지금서양의몰락을겪고있는가?물론이번이처음은아니다.기번은기원후410년고트족의로마약탈을아래와같이묘사했다.

잔인한방종이난무하는시간,모든격정에불이붙고제약이거두어진시간…로마인이무참히살육되었다.그리고…도시는거리마다매장되지않은시신으로가득했다….저항세력에부딪힐때마다야만인들은약자와죄없는자들,무력한자들까지무차별학살했다….로마의여자들은부인과처녀가릴것없이죽음보다더끔직한상처,순결에대한걱정에사로잡혔다….야만적인병사들은사로잡은여자들의뜻이나본분에아랑곳하지않고성욕을채웠다….약탈과정에서그들이먼저노린것은당연히금은보석이었다….하지만부지런한강도들이옮기기쉬운귀중품들을먼저훔쳐간다음에는로마궁전의아름답고값비싼가구들마저처참히강탈당했다….

약탈한것들을보고더욱탐욕에눈이먼야만인들은사로잡은사람들을위협하고,구타하고,고문하여숨겨둔보물이있는장소를털어놓게만들었다….명예로운지위와풍요로운삶을누리다갑작스레비참한포로와망명자신세가된자들의수를헤아리기는불가능했다….로마에닥친큰불행으로…주민들은가장외지고,안전하고,먼피난처를찾아뿔뿔이흩어졌다.410-411쪽중에서

[로마제국쇠망사]에서기번이펼친가장도발적인주장은기독교가최초의서양문명을약화시킨치명적요인중하나였다는것이다.내세를강조하는일신교인기독교는로마전성기에활개를친쾌락주의,다신교와근본적으로공존할수없었다.그래도서양문명에여섯번째비장의무기를안긴것은아주특정한형태의기독교,바로16세기서유럽에서탄생해노동과절약윤리를설파한개신교였다.이제서양의부상에서신의역할을이해하고20세기후반왜그리도많은서양인이신에게등을돌렸는지설명할시간이다.412쪽중에서

[로마인이야기]에서도로마제국의멸망에기독교가연관있다는기술을하고있는데선구자는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인셈이다.

[총균쇠]을읽고나서도그랬지만,이책을읽고나서‘좋은책’이구나하는생각이든다.오랜시간에걸쳐읽어흐름이중간중간끊긴것이아쉽다.그러다보니정리하면서이책이담고있는중요내용을잘뽑아내지못한점이아쉽다.여기에적은내용보다도,책에서는훨씬많은,좋은내용을접할수있을것이다.쉽게읽히지는책은아니지만않지만한번읽어볼만한책이다.읽고나서보면소장하고가끔씩이라도다시읽어보고싶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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