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탄생
BY t2star ON 2. 2, 2014
시민의탄생
송호근지음
[시민의탄생]은[인민의탄생]과다른이름을갖고있지만속편인셈이다.이책의앞부분은동학에대해상당부분할애하고있다.동학이근대에미친영향이지대하기때문이다.덕분에동학에대해여러가지를새로이알게되었다.
[인민의탄생]과[시민의탄생]은우리의근대에대한궁금증을해소해주는데매우유익한책이다.조선말의정세가왜어려웠는지,우리의선조들은어떠한상황에놓였는지등등.대원군의쇄국정책이단지대원군의의견이아니라조선을관통해온유교의연장선상에서이루어졌다는것을이해할수있었다.물론이런내용들을알게되었다고달라질것은없다.하지만과거역사시간에배웠던내용들이매우단편적이고지엽적이었다는것은분명하다.
[인민의탄생]을읽고서도그랬지만두권의책을모두읽고난후유교란과연무엇인가?라는생각이든다.조선500년을이어온핵심이었지만그로인해조선초나조선말이나500년이지나도록변화없는상황을만들어온것은실로이해하기어려운일이다.그래서인지해방후우리는세계의어느누구보다도많은변화를만들어가고있다.이런성향은과거에도있었을것이다.다만정치체제가이를억누르고있었을뿐이라는생각이든다.조선말에우리나라는방문하였던비숍여사의[조선과그이웃나라들]에는다음과같은글이있다.
시베리아에사는조선의이주민들중에서
조선에서나는그들이열등민족이었고삶의희망이없는존재라고생각했으나프리모르스크에서나는나의의견을수정해야할이유들을발견했다.그들자신을부유한농민층으로끌어올리고러시아경찰이나러시아정착민들,군인들과똑같이근면하고좋은품행을가진우수한성격을얻은이조선사람들만이예외적으로근면하고검소한사람들로구성된것이아니라는점을명심해야한다.그들은대개기근으로부터피난온굶주린사람들이었다.그들의재산과일반적인태도는조선에있는그들의동포들이정직한행정과수입에대한정당한방어가있다면천천히인간으로발전해갈수있으리라는희망을나에게안겨주었다.
조선에대한마지막이야기중에서
조선에는근면하고호의적인민족이거주하고있으며,거지는존재하지않는다.반면에조선사람들의힘은휴지(休止)상태이다.상위계층은사회적의무의부조리에마비되어있으며아무런일도하지않으며일생을보낸다.중간계층에게는출세의길이열려있지않다.중간계층의에너지를전환시킬수있는전문직업은존재하지않는다.하위계층의사람들은매우충분한이유들로인해[늑대가대문안으로들어오는것을막을수있을정도]이상으로는열심히일하지않는다.조선은모든면에서미흡하고열악하고뒤떨어지는수준이었다.서울에서조차도가장큰시장의규모가상점정도이다.계층적특권,국가와양반들의수탈,불의불안정한수입,개혁되지않은다른모든동양국가들이기초하고있는최악의전통을수행해온정부,책략에만몰두하고있는공식적약탈자들,대궐과대단찮은후궁에칩거하며쇠약해진군주,국내의가장부패한사람들간의밀접한연합,이해관계가얽힌외국의상호질시,널리만연되어두려움을주는미신이이나라를무기력하고도비참한상태로만들었다는것이내가조선에서겪은첫인상이었다.
저자가어떤의도로썼는지는몰라도당시백성들의감추어진능력을조금본것이아닌가싶다.조선후반기에이런능력을조금일찍발휘할수있는정치체제를갖추었다면우리의현재는어떻게변화하였을까?
[인민의탄생],그리고[시민의탄생]두권의책은나에게어려운책이었지만우리의근대를이해하는데많은도움이되었다.우리의역사에대해관심이있다면매우재미있게읽을수있을것이다.강추!
책중에서
근대를찾아나선나의여행은그만훨씬더깊숙한근원으로거슬러올라갔다.마치강물탐사팀이발원지를찾아산속으로들어가듯말이다.전작[인민의탄생](2011)은그렇게출간되었다.조선의지배양식은세계에서보기드문‘문(文)의통치‘였다.군대와치안조직을최소화하고오직관권과향권으로500년을다스렸다는것은그야말로국가론의관점에서연구대상이다.아니무력을증강할필요성조차느끼지않았다.중국의비호아래바다를봉쇄했기에북쪽의변방오랑캐와남쪽의왜구만물리치면족했다.만주족이북경을점령하고청을건국한이후에는사정이조금복잡해졌지만,중국에대한무력의존은변함이없었다.조선은내정에만신경쓰면족했다.내정에서‘문의통치‘는‘무(武)의통치‘보다단단하고견고했다.인민의머리를점령했으니까말이다.진리의근원으로서하늘(天)이상정됐고,하늘의이치(天理)를깨닫고그것을세상에펴는것은군왕과사대부,양반의몫이었다.통치체계는세개의축으로축조되었다.제례와생활윤리를관장하는유교를중심축으로하고정치와문예가권력행사와이념생산을각각담당했다.정치와문예는모두유교의상위개념인성리학에의해규정되었으며,정치권력과학문은성리학적원리와정확히부합해야했다.성리학은조선인의의식과도덕,현실생활을지배한최고의원리였으며,그런의미에서매우철저한정교일치(政敎一致)국가였다.종교,정치,문예가빈틈없이짜인견고한통치구조에서벗어난다는것은상상할수없었다.그러나내부균열이발생했다.조선의인민이세상사에대한다른이치를깨닫고봉건질서와지배층에반기를들게되는1860년대,이른바‘민란의시대‘가도래했다는것은조선의지배구조에어떤심각한균열이발생했음을뜻한다.통치의객체이자대상인인민,세계에서유례없이단단한통치구조의그물속에서저항과이탈의꿈을꾸지않았고그럴능력도없던인민이찢긴그물을헤치고나오듯봉건질서로부터걸어나왔다는것은구질서의효율성이소진된끝에신질서가도래하고있었음을의미한다.한시대가사양길에접어들고질적으로다른시대가시작되는시간대인‘말안장시대‘(1860-1894년)가개막된것이다.[인민의탄생]은바로이지점에서끝을맺었다.7-8쪽중에서
이부분은[인민의탄생]에대한요약부분이다.
이연구는자각인민이근대적개인을거쳐시민(시민)으로태어나는과정을추적한다.그런의미에서이책의제목은[시민의탄생]이다.근대적개인은사회를구성하는주체이고,개인과사회가근대성을획득해가는과정에서개인은시민으로발전한다.시민사회의일원이되는것이다.이것이현대사회과학이발을딛고있는기원에해당한다.근대적개인,근대사회,그리고근대국가는과연태동했는가?그랬다면어떤과정을통해형성되었고그초기모습은어떠했는가?이질문이이연구의핵심주제다.9쪽중에서
문자로만소견[意思]을만들어내는사람은사물의본질을모르므로이런사람을등용해서는일을그르친다는말이다.‘허무한이(理)’로실제적인일을행하니실(實)이있을수있겠는가라는강력한의구심은문의위상을더이상인정할수없다는혜강의선각자적견해이며,문예를하나의기능으로축소해야한다는미래적대응이다.
“이(理)와문예는별개의것이다.”라는혜강의주장은조선중세의골격인도문일치명제를전면부정한것이다.말안장시대에문예는종교와분리되었고,급기야는사환(仕宦)의길로서의문예를버리자는‘과거폐지론‘으로발전했다.혜강이문예의의미를격하시킨20여년후당시촉망받던21세의유학(幼學)유길준은<과문폐론(科文弊論)>을설파한글을지었다.경전의중심성을철저히부정한시무책이었다.
옛사람의글귀를따서시문을짓거나경전문장을표절하며,풍운의떠다니는빛을시비하거나달빛의헛그림자를가지고장난질할뿐이니그뜻이불과이러한것을잘하는데에그친다면그것들을장차어디에쓰겠는가.(……)과문(科文)이라는것은도(道)를해치는함정이자인재를해치는그물이며,국가를병들게하는근본이자인민을학대하는기구이니,과문이존재하면백해가있을뿐이며없더라도하나도손해가없는것이다.‘과문은아예도를해치는함정’이고,‘국가를병들게하고인민을학대하는기구’라는상소문을정조나순조시대에올렸다면유배되거나장살되었을것이다.53-54쪽중에서
[대한제국의멸망]을쓴헐버트목사는조선인의종교관을다음과같이요약했다.
한국인은사회속에어울려있을때는유교적이며,철학적일때는불교적이며,어려움을만날때는무속적이다.만약여러분이어떤사람의종교가무엇인지알고싶다면어떤문제에부딪혔을때의그를관찰해야그의참신앙을알수있다.
흥미로운관찰이다.그런데오히려조선인의마음속에는유교,불교,도교,무속이모두공생한다고보는편이적합할지모른다.상황에따라맞는것을적절히골라길운(吉運)과행복(幸福)을비는경향이있기때문이다.유교의지배력이약화되자주술신앙의호소력은역으로커졌을것이다.아니면인민은유교의종교성이무엇인지이해하지못했을지도모른다.19세기후반에입국한프랑스신부달레는조선인의상제개념은가지각색이어서곡식신,토지신,하늘신을제멋대로지칭한다고지적했고"대부분은알지도못하고별로개의치않는다."라고서술했다.59쪽중에서
그것은조선에서코페르니쿠스적혁명이었다.유교라는거대한통치종교를인민의개별적인식공간으로파편화하여각자개별적하늘개념을신봉하도록만들었던것이다.’거대종교의개별적신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