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목소리가들려

김영하지음

외부회의를가면서휴대폰으로전자도서관을접속해전철내에서읽을책을찾다가전에방영된너의목소리가들려와같은제목의책이보인다.저자는김영하작가.이작가의책을몇권재미있게읽은적이있어책을다운받아읽기시작하였다.

처음에는그드라마의원작인줄알았는데전혀다른내용이다.전자책으로읽다가도서관에서책을대출받아책으로나머지를읽었다.주인공이타인이나동물,물체로영혼이동을하는내용과주인공의친구가함구증일때친구가말하고자하는것을아는것정도가그래도조금유사한부분이라할수있다.

책은도시를질주하는폭주족의리더제이에관한내용이다.제이는버스터미널화장실에서소녀가출산한아이다.소녀가출산후막죽이려는순간울음소리를듣고달려온사람들에의해살아남은아이다.그아이는보호시설로옮겨지지않고,버스터미널에서구멍가게를하는돼지엄마라는여자에게얼떨결에맡겨지고,키워지지만결국돼지엄마에게버림받는처지다.어린나이에혼자전전하면서가출청소년들과같이지내기도하면서결국폭주족에합류하게되지만대폭주를이끌다가결국사라지는데죽음을암시하는것으로막을내린다.책속의작가는제이에대한이야기를옛여자친구에게서듣는다.여자친구는가출청소년을돌보는일을하고있는데우연히집앞에쓰러져있는제이를집안에들이면서알게된다.여자친구는작가에게제이에대한이야기를소설로써보지않겠냐는제의를한다.작가는제이의어렸을때부터친구인동규,여자친구인목란,그리고경찰이면서할리데이비슨을타고다니며폭주족들의계도에관심이많은박승태경위등을통해제이의실체를알아간다.

책내용중에서

진통의주기가점점더짧아지고있었다.그녀가이고통이영원하리라는공포에깊이사로잡혀모든것을포기하려는순간,잔혹한괴물이수천개의날카로운발톱으로아랫배를찢어대는듯한통증에자신을내주려는순간,돌연뜨거운기운이정수리끝부터발끝까지퍼졌다.고통은허망할정도로깔끔하게사라져버렸다.마개가뽑힌어떤구멍으로모든고통이소용돌이치며빠져나간것같았다.그녀의축늘어진몸을좌변기가지탱하고있었다.정신이아득했다.그녀는고개를숙여자기몸에매달린낯선존재를내려다보았다.피와양수를뒤집어쓴살덩이는입만달싹거릴뿐,아직울음을터뜨리지않고있었다.눈가의주름이씰룩러렸다.시끄러워지기전에끝내야한다.겨우몸을굽혀화장실바닥에서축축한살덩이를들어올리면서그녀는아주잠깐망설였다.

그러나마음을굳히고백팩에서가위를꺼내왼손에쥐었다.일회용라이터로소독을한후,탯줄을잘랐다.그리고피묻은라이터를휴지통에버렸다.라이터는휴지통에들어가지않고바닥으로굴렀다.그녀는아기를들어올렸다.순간,울음이터졌다.맨홀뚜껑을밀어올리고치솟아오르는장마철의하수처럼,울음은그녀가앉아있는부스안에서소용돌이치다가화장실전체를채우더니그대로흘러넘쳐소란한터미널로나아가사람들을덮쳤다.아기의입을틀어막았지만소용이없었다.유독한비명에노출된사람들이몸을떨었다.타인에대한무심이유일한도덕인공간에서처음으로모두가낯선부끄러움에사로잡혔다.방금세상에나온이젖먹이의울음에는저마다의죄의식을환기하는마력이있었고,곧일어나고야말비극적사건으로부터자신을구원해주지않으면안된다는강력한경고가담겨있었다,사람들이놀란소떼처럼소리가시작된곳을향해달리기시작했다.15-16쪽중에서

예컨대,그는자신이풀어준붉은눈의영혼을찾아냈다.녀석은아직개사냥꾼들에게포획되지않은채야산을배회하는중이었다.제이는붉은눈의영혼속으로들어가개의눈으로세상을보고개의위장에서보내는허기의신호를느끼고예민한귀가포착하는두려움의기미를감지했다.폐광깊숙한곳에서붉은눈은몰려오는매캐한연기속으로달려나가던순간을거듭하여꿈꾸었다.흥분상태에서다른개의귀를물어뜯는개싸움의장면도꿈의주된테마였다.그러나그런악몽의순간을제외한다면붉은눈의영혼은놀랍도록평온했다.가만히앞발에머리만올려놓고도얼마든지시간을견딜수가있었다.74-75쪽중에서

목란은나에게동정하는모습을보여주기는했지만기본적으로무관심했다.목란에게나는제이와는어울리지않는지나치게평범한범생이었다.그렇다고공부를잘하느냐하면그것도아닌,그야말로존재감이없는어릴적친구일뿐이었다.제이가극단적인,그러기에일견명쾌해보이는해결책들을내앞에툭툭던질때마다나는권력자앞에나아가청원을하는평민이된굴욕감을맛보았다.그로부터몇년후,케이블채널에서본영화<대부>에서말런브랜도는자기를찾아온청원자에게이렇게말하고있었다.“왜더일찍나를찾아오지않았나?”그순간그날의제이가떠올랐다.허세뒤에숨겨진어떤비난의태도.그것은딱히나를향한것이었다기보다세상전체를향한것이었을게다.148쪽중에서

내소설의어떤인물이그녀를닮았을까?그녀가끝내말해주지않았으므로내가찾아서짐작해야되는일로남았다.굳이찾으려면못찾을일도아니었겠지만작가와면식이전혀없는독자마저도간혹내소설의어떤인물이자기를모델로한것이라고주장하는일이있는것을보면부질없는짓이었다.누가그랬던가.인간의일생이라는것은고작해야과거에읽은어떤소설보다조금더잘기억이나는한권의책에지나지않는다고,그녀가어떤인물을자기로생각하는가보다는이제는기억이가물가물해져가는,그녀와함께보낸그일년이나는더궁금했다.239쪽중에서

책을다읽고나니,주인공제이가얼마전읽은<그리스인조르바>와약간닮았다는느낌을받았다.아무거칠것이없는영혼.눈을뜨면온갖관계로얽혀있는현대인과는달리세상에홀로떠있는느낌의인물.

겁이란것이가진것이있고아까운것을가지고있을때생기는것인데가진것없고잃어아쉬울것없는사람.그런사람에대한이야기는항상마음에남는무엇인가있다.가죽재킷을입고할리데이비슨을타고달리고싶지만실행하지못하는나같은사람에게는.

여느소설책과마찬가지로적을내용이그리많지는않다.그렇지만재미있는책이다.그동안읽은작가의책은모두재미있게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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