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이력

사물의이력

평범한생활용품의조금특별한이야기

김상규지음

지난해830,조선일보북스란에소개되었던책이다.메모해놓았다가작년말에책을읽기시작하였다.다음은그당시실렸던내용이다.

[출처]본기사는조선닷컴에서작성된기사입니다

고무신·백열등·타자기·삐삐·디스켓그때그물건,다어디로갔을까

사물의진화·소멸에이르는과정추적
물건을소유하고버리기반복하는우리,점점풍요속빈곤으로가고있어


현관문이닫히지않게고여놓는도어스톱이말발굽모양이란걸아시는지.리모컨에도다리가있다는사실을아시는지.70~80년대양옥집초록색대문엔왜사자머리손잡이가달려있고,다과를나르던소반은왜개다리(간혹호랑이다리)모양하체를지녔는지알고계시는지.

의자디자이너이며디자인학과교수인저자는우리가무심코사용하는사물의일대기,그중에서도빠른속도로사라져가는물건들의탄생에서진화,소멸에이르는복잡한사연을꼼꼼히추적한다.어찌나상세히관찰하는지,지하철2호선승강장전광판에부착된아날로그시계가스위스명품브랜드라도제품이라는사실도일깨워준다.

수공(手工)을업으로삼은사람의직업병이기도할것이다.눈앞에보이는사물을통찰력있게바라보는안목은창작하는사람들의기본역량이어야할테니말이다.하지만일개소비자에게도사물의이력을알아두는건재미있고가치로운일이다.저자의말마따나,하루가멀다하고쏟아져나오는신상‘,번쩍번쩍한신제품들로부터자신을지켜나가는동력이될수있기때문이다.

저자는"아날로그를예찬하는건아니다"고못박지만,20세기그때그물건들에각별한애정을드러낸다.비효율적이라는이유로LED에밀려자취를감추고있는백열등이대표적이다.백열전구가정책적으로퇴출되면서어슴푸레하고누르스름했던밤풍경이무지갯빛으로휘황찬란하게바뀌어가는것이그는애석하다.’텅스텐유리알이뿜어내는은은한입체감,깊이또는두께라고표현할수있을법한빛공간의경험이사라지고있다며아쉬워한다.

알전구의뜨거운맛만큼이나그가그리워하는것이타자기의손맛이다.컴퓨터키보드로진화했다가터치스크린에자리를내준타자기,그둔탁한버튼을타닥타닥눌러대던촉감!버튼을대체한터치가오히려손끝감각을무디게한다는사실은놀랍기만하다.손가락을사용하는횟수는늘었지만사용패턴이단순해지고손끝에닿는질감도획일화된탓이다.촉각의퇴화다.

삐삐,디스켓,양은냄비,함석물뿌리개에이르기까지사물의이력(履歷)을파헤치는작업은흥미롭다.저자는한발더나아간다.’풍요속빈곤이라불리는현대인의삶에대한태도,날로경박해지는세태에은근한야유를보낸다.나중에지우면되니무조건눌러대고보는디지털카메라와,인화해보기전엔어떤장면이어떻게찍혔는지모르니한장한장신중을다해찍어야하는필름카메라의차이처럼편리함이신중함을잃게만드는시대라는얘기다.

회전초밥집부터쇼핑몰,공항의무빙워크까지일상으로침투해들어온컨베이어벨트는섬뜩하다.찰리채플린이묘사했던컨베이어라인위에서일하는영혼없는노동자를연상시킨다.’빨리,더많이,더효율적으로를부추기는시스템속에우리는로봇처럼길들고있는건아닌지."이모!"를부르는대신무선호출기를누르면일사불란하게움직이는식당,번호표를받고음식을기다리는푸드코트는편리하되사람과사람사이의감정은찾아볼수없는일종의공장인셈이다.

최신제품을손에넣는일이그물건을오래쓰는일보다중요해진시대에새로운기술은언제나옳고좋은것인가?’하는것이이책이던지는질문이다.새로운것에대한편애,기술의과시때문에오랫동안다듬어지고안정적으로사용돼온물건들을무차별밀어내고만있는것은아닌지.’세월호만해도그랬다."최첨단장비와디지털기술이총동원됐지만물살빠른사고해역에서그들은판타지에불과했다.해경경비정에가장필요했던도구는망치와줄사다리였고,잠수사들이투입돼가장먼저한일은밧줄을연결하는일이었다.선박의유리를깬것은손도끼였다."

이책의목차는다음과같다.그중일부는책내용을같이소개한다.

프롤로그
사물이야기하나.사라지는것에대한예의
은은함의상실:백열전구와LED전구
촉각의퇴화:버튼과터치

1990년대에언제나연결되어있는세대가등장했다.이새로운세대는엄지손가락만으로문자메시지를보낼수있었다.프랑스의철학자미셸세르MichelSerres는이들을엄지세대라고부르고타자수와다른신인류로구분했다.엄지세대는이른바타자수세대와는다른언어를사용하고정보를인식하는방식도다르다.인지과학에따르면웹서핑을하거나엄지로메시지를주고받는경우와책을읽거나필기를할경우에자극받는뉴런과뇌의부위는각각다르다고한다.미셸세르는자신의저서<엄지세대,두개의뇌로만들미래Petitepoucette>에서정보환경이바뀌면서몸도변화하고있다고설명한다.의자에매여있던몸이자유롭게돌아다니고언제든주머니속에들어있는지식상자를꺼내볼수있으며누구든이웃이될수있는유통적인distributif공간에살고있다는것이다.26-27쪽중에서

입자에서픽셀로:필카와디카

영화에서는월터미티가사진작가숀오코넬이보내준필름을잃어버려서그를찾아나서는이야기를담고있다.월터는아이슬란드를거쳐히말라야에올라서야숀을만나게되는데그는그곳에서눈표범을기다리고있었다.그런데정작눈표범이나타나자경외심가득한눈으로렌즈를통해응시할뿐사진을찍지는않았다.

이부분은사진작가인윌스티어시WillSteacy가편집한<찍지못한순간들에대하여Photographsnottaken>에서여러사진작가들이들려준에피소드들과연결된다.때로는너무나아름다워서,때로는차마그럴수없어서렌즈에담기를포기하고마음에만남겨둔것이다.필름은기껏해야36장밖에담을수없으니무턱대고촬영할수없다.여분의필름을몇롤준비했다고해도새필름으로갈아끼우는사이에중요한순간을놓칠수있으니신중할수밖에……필름이주는불편함이신중함을낳은셈이다.37쪽중에서

아이콘으로남은것:디스켓과카세트

그렇다면CD의등장으로일찌감치밀려났던디스켓은어떤가?흔적도없이사라졌을것같지만놀랍게도디스켓은지금도사람들의일상에깊이각인되어있다.물론이전처럼저장장치로사용되는것은아니다.아이콘의형태로거의모든프로그램에존재하고있다.그야말로비물질적인형태로존재하고있는것이다.디스켓이라는것을구경조차못해본사람도디스켓이미지가저장save’을의미한다는것은알고있다.디스켓이저장장치였다거나저장아이콘을디스켓서따왔다는사실을몰라도상관없다.45-46쪽중에서

도시의인력:리어카와지게

사물이야기둘.도시의일상에뿌리내린생산라인
회전초밥집에서쇼핑몰까지:컨베이어벨트

조리사가초밥을만들어컨베이어벨트에올려놓으면손님이자리에앉아서눈앞에지나가는여러초밥중에서먹고싶은것을순간적으로판단해서집어든다.이는물류시스템에서바코드로선별하여빼내는것과다를바없다.물론사람은기계처럼말그대로기계적인선별을할수없기때문에선택이그리쉽지않다.무엇을고를지주저하는사이에휙지나가버리고일찌감치점찍어둔것을앞서앉은누군가가낚아채는불운을겪기도한다.118쪽중에서

오늘날영화를예매하거나책을주문하고또는인터넷기사를찾는행위에서알수있듯이수많은정보가운데하나를선택하는양상도비슷해보인다.오랫동안살펴볼겨를없이쉭쉭넘겨서많은정보를훑는다.컨베이어벨트에서시작된효율과선택의라인업이이제는모바일에서화면을넘기면서선택하는행동으로까지확장되었다.바야흐로선택의기술이중요해진시대가된것이다.123쪽중에서

삐삐에서사물인터넷으로:무선호출기
고스톱기호:신호등

네덜란드의교통전문가인한스몬더만HansMonderman은교통신호가오히려위험하다는생각을가지고있었다.그의교통관리이론은인도와도로를통합한공유공간을조성하는것이핵심인데,신호등이없으면운전자들이보행자들을다치게하거나방해하지않도록더욱주의를기울이게된다는것이다.드라흐덴의데카덴교차로가2001년공유공간으로개조되어신호등은물론이고차선과표지판까지사라지고오로지우측통행우선의원칙에따라자율적으로운영되었는데,결과적으로는교통사고율이현저하게줄었고카페와상점이늘어나면서사람들이더욱즐겨찾는명소가되었다고한다.135쪽중에서

도시의출퇴근도장:교통카드
감시와감독:CCTV

공공디자인이한창유행할때깨진유리창이론brokenwindowstheory’이자주언급되었다.깨진유리창을그대로방치하면그지점을중심으로범죄가확산되기시작한다는이론인데,사소한무질서를방치하면큰문제로이어질가능성이높다는주장이다.이는범죄예방논리로서꽤설득력이있었다.이이론외에도범죄예방디자인을주장하는사람들이범행동기를줄이기위한갖가지방법을제시하고있다.이러한일련의논의는모두문제가될만한것을원천적으로막자는의도에서비롯되었다.

물론안전을위한조치측면에서이와같은논의는반드시필요하다.하지만깨진병조각담장하나로사유지라는것을알리고월담을막았던시절이운치있고적절한조치로보이는것은왜일까?모두를잠재적범죄자로인식하고감시하는것으로해결책을모색하는것은다소안일한처사는아닐까?범죄없는도시는최소한의요건이지목적이되어서는곤란하다.이러한점에서병조각담장과같이일러두는정도의암묵적인기호이자최소한의장치를더고민해야할필요가있다.157쪽중에서

사물이야기셋.동물을닮은것에대한고찰
멈추기위한편자:말발굽
마우스의탄생:볼마우스
넘어지지않는의족:까치발
나무를깎아만든동물:개다리소반
초록대문의추억:사자머리문손잡이

사물이야기넷.소재가가진함정
맨발을감싸는합성고무:고무신발
액체를담는금속:알루미늄캔과양은냄비
플라스틱빌의휴식:플라스틱의자
가난한재료와기술:함석물뿌리개
오래된건축자재의재발견:흙벽돌과시멘트

사물이야기다섯.숨겨진디테일의미학
짧은다리의속사정:리모콘의보스
왕창찍어내기:파팅라인
디자인모방전쟁:스마트폰의에지
자투리없애기:책상의크기
사물을마무리짓는것:책의장정

사물이야기여섯.관계와상호작용의의미
가게주인과행인:간판

사무실이밀집된도심식당가의간판에서노골적으로손님을끌려는느낌을발견하게되는데삼청동에위치한가게간판의이미지는그와사뭇다르다.이른바삼청동식간판은한결세련되어보인다.그래서삼청동의가게간판은공공디자인의좋은간판으로여러번선정되기도했다.삼청동은도심과조건이다르기때문에두지역의간판차이가단순히가게주인들의안목차이라고규정짓기는어렵다.삼청동을찾는사람들이삼청도주변의가게에서기대하는것도분명히다르다.

주목할것은간판과사람의간격인데삼청동은그간격이넓지않다.멀어봤자이차선도로건너편에서간판을볼수있을정도다.골목길을걸으면서만나는간판은눈높이에있고때문에작은간판도놓치지않게된다.게다가사람들의이동속도도빠르지않기에간판의질감까지느낄수있다.이것은번화가의도로변에는적용할수없는디자인이다.259쪽중에서

나의입과타인의입:수저통
사람과개:개집
사람과시간:지하철시계
창작자와구경꾼:이젤
에필로그

책을읽어보면저자가디자이너이기때문에이런책을쓸수있었다는느낌을받는다.책의내용중에서오래된내용들도포함하고있어어느정도연배가되어야다이해할수있을것이라는생각이들었다.

아직도병원에서는무선호출기를사용하지만실생활에서이를사용해보지않은젊은이들이많을것이다.그당시로서는호출기가최선이었지만,지금생각하면그역시불편하기짝이없다.삐삐에번호가찍히면전화를걸어야하는데,옆에전화가있으면모르지만밖에나가있는경우에는전화사용이쉽지않은경우도종종생겨발을구른경험이있을것이다.

요즘도일부사진작가는필름카메라를사용한다고하지만대부분은디카를사용한다.그렇지만옛날필름카메라한두대정도는아직도집에가지고있을것이다.필름카메라는필름을끼워넣어야하는데간혹필름이제대로걸리지않아촬영을해도필름은돌아가지않아한장도찍히지않았던경우도있었다.지금은한장,한장을그자리에서확인할수있지만당시에는현상을해봐야알수있었다.

이책을읽으면서여러가지옛날생각이났지만다소개하면너무옛날이야기로흐를것같아각자경험에맡기는것이좋을것같아이만적는다.책에서다룬내용대부분이사용해본경험이있거나알고있는내용이어서재미있게읽을수있었다.직접경험해보지않은독자의경우에는다소친밀감이떨어질수도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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