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BY t2star ON 3. 31, 2015
사진,글김영갑
내마음의풍경
들판에는내마음을사로잡는풍경이있습니다.
마음이불편할때마다찾아가세상을탓하고
나자신을탓합니다.어린아이처럼투정도부려봅니다.
하지만들판은한결같이반갑게맞아줄뿐입니다.
그리고새들을초대해노래부르게합니다.
풀벌레를초대해반주를하게합니다.
구름과안개를초대해강렬한빛을부드럽게만들어줍니다.
해와달을초대해스포트라이트를비춰줍니다.
눈과비를초대해춤판을벌이게합니다.
새로운희망을보여줍니다.
마음이평온할때면나는그들판의존재를까맣게잊고지냅니다.
마음이불편해져야그들판을생각합니다.
그래도들판은즐거운축제의무대를어김없이펼쳐줍니다.
들판이펼쳐놓는축제의무대를즐기다보면다시기운이납니다.
그런들판으로부터받기만할뿐,나는단한번도
되돌려주지않았습니다.들판은그런나를나무라지않습니다.
대신언제나나에게세상에서정말중요한것이무엇인지알려줍니다.
나의모습은들판으로나오기전까지와는많이달라져있습니다.
들판을만나고오는날에는잠자리가편안합니다.
풀들이자라고있습니다.나무들이자리고있습니다.
바람이지나가는길목,풀과나무들은온갖시련을홀로견디며
무성하게자랍니다.소,말,노루가주는시련은그래도괜찮습니다.
홍수가나면뿌리째뽑혀나갑니다.
가뭄이계속되면잎들이말라버립니다.
하지만풀과나무들은하늘을원망하지않습니다.
때가되면태풍이옵니다.
태풍은온몸을상처투성이로만들어놓고떠납니다.
이제는사람들도한몫을합니다.
하지만여전히풀과나무들은삶을포기하지않습니다.
뽑혀나간뿌리로땅을짚고새줄기와가지를키워올립니다.
부러진줄기와가지를추슬러새순이움트게합니다.
끊임없이비극과고통속에서도풀과나무들은
비명한번내지르지않고,불평한번없이,
절대로도망치는법도없이묵묵히새삶을준비합니다.
다가오는비극과고통이그들을오히려더강한존재로만들어줍니다.
나에게도비극과고통이닥쳐올때가있습니다.
나의의지와는상관없이오는것입니다.
이때들판은나에게가르쳐줍니다.
어떻게하면시련을성장의또다른기회로만들수있는지를…
그래서나는들판의친구로삽니다.
들판을친구삼아나의비극과고통을넘어섭니다.
아픔은한동안머물다떠납니다.
행복과즐거움보다는불행과슬픔이나를더성숙하게만듭니다.
나의친구,들판은나로하여금새로운존재가되도록해줍니다.
아주조용한목소리로,아주고요한몸짓으로,
그렇지만온몸으로…
지난제주여행에서‘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들렀을때이책이있다는것을알았다.책을읽으면서작가가사진뿐만아니라글쓰는것도조예가깊다는느낌을받았다.책을읽어보면편하게쓰인것도있지만생각보다머리에들지않고겉도는것들도많은데이책은읽으면서도참편하다는생각이들었다.
책내용중에종교에대한이야기는없지만작가자신이진정한의미의종교인이아닌가싶다.
직업으로서의작업이아닌,인생전체를건사진작업.
모든사람이할수없을것같은일을하다가,희귀병인루게릭병으로세상을떠난작가의일상이적힌이책을읽으니마음이저려온다.
“셔터를누리지않고는견딜수없는강렬한그순간을위해같은장소를헤아릴수없이찾아가고또기다렸다.누구나볼수있는그런풍경이아니라대자연이조화를부려내눈앞에삽시간에펼쳐지는풍경이완성될때까지기다림의연속이다.그한순간을위해보고느끼고,찾고깨닫고,기다리기를헤아릴수없이되풀이했다.”
이정도는아니더라도사진한장얻기위해몇시간을기다려본적은있어작가의심정이조금은이해가되는듯하다.어떤때는더있었으면하는생각이있지만집으로가는차편,집에서기다리는이를위해발을돌려야할때의아쉬운순간들도그때뿐,지나면일상으로돌아오곤하였다.그러나작가는자연을마주한채순간순간을한없이기다렸을것이다.그리고또무수히반복했을것을생각하면가슴이먹먹해진다.작가의책에는그런내용들이담겨져있다.내가가보지못한길을간작가의어렵고고단한삶의흔적을읽으면서‘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다시떠올려본다.
책내용중에서
이젠끼니를걱정하지않는다.필름값을걱정하지않아도될만큼형편이좋아졌다.그런데카메라셔터를누를수없다.병이깊어지면서삼년째사진을찍지못하고있다.끼니걱정필름걱정에우울해하던그때를,지금은다만그리워할뿐이다.온종일들녘을헤매다니고,새벽까지필름을현상하고인화하던춥고배고팠던그때가간절히그립다.
그때는몰랐었다.파랑새를품안에끌어안고도나는파랑새를찾아세상을떠돌았다.등에업은아기를삼년이나찾아다녔다는노파의이야기와다를게없다.지금내가서있는이곳이낙원이요,내가숨쉬고있는현재가이어도이다.아직은두다리로걸을수있고,산소호흡기에의지하지않고도날숨과들숨이자유로운지금이행복이다.27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