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

기욤뮈소지음

양영란옮김

재미있는책한권을읽었다.[센트럴파크].

읽는내내영화한편을보고있다는생각이들었다.스릴과반전.그중에서도반전이백미다.하지만반전의준비는구성이약간무리라는느낌이들었다.그래도책전체적으로는흘러가는시간이지루할때투자할만하다.

책은파리경찰청소속강력계팀장인알리스가미국센트럴파크의외진곳에서생면부지의남자와수갑이채워진채로벤치에누워있다가깨어나는것으로시작한다.

책중에서

알리스쉐페르는가까스로눈을떴다.막떠오른새벽햇살에눈이부셨고,아침이슬을맞은옷은축축했다.오소소한소름이돋을만큼추운날이었고,이마에는축축한식은땀이흐르고있었다.목구멍이바짝타들어갈만큼갈증이났고,입안에서는타다남은재맛이느껴졌다.관절마디가안아픈곳없이쑤셔댔고,사지는뻣뻣하게마비되었고,머릿속은몽롱했다.

몸을반쯤일으킨알리스는그제야자신이숲속의통나무벤치에누워있다는걸깨달았다.건장하고다부진남자의몸이옆구리쪽에찰싹달라붙어있었다.알리스는심장이빠르게뛰며자기도모르게터져나오려는비명을가까스로억눌러참았다.남자의몸을떼어내려고몸을뒤채다가중심을잃는바람에바닥으로떨어지기직전그녀는겨우자세를바로잡았다.그순간알리스는자신의오른손과남자의왼손에수갑이채워져있다는사실을발견하고소스라치게놀랐다.남자의몸은여전히꼼짝도하지않았다.

알리스는쿵쾅거리며뛰는심장박동을느끼며손목시계를보았다.108,화요일,8시였다.8-9쪽중에서

나는더이상의사와진지하게대화를나누고있을시간이없다.카메라의플래시가터지듯머릿속에서수많은이미지들이연속적으로명멸한다.아침에범죄현장에서본여교사의사체가떠오른다.나일론스타킹으로목이졸려죽은클라라마튀랭은두눈이뒤집어져흰자위가허옇게드러나있고,얼굴에는극심한공포의그림자가어려있다.나에게는더이상시간을허비할권리가없다.흉악범이다른피해자를또다시양산해내기전에반드시잡아야하는게나에게주어진일이니까.

약용식물요법은어떠세요?약용식물을잘섭취하면우리몸에아주유용합니다.혹시방광염에덩굴월귤이좋다는걸알고계십니까?”

나는갑자기의사의책상뒤로돌아가아직작성하지않은처방전용지한장을묶음에서떼어낸다.

박사님께서아직제가얼마나시급한상황에처해있는지전혀파악이안되는것같군요.계속제요청을들어주지않으면제가직접처방전을쓸수밖에없습니다!”

폴말로리박사는나의갑작스런도발에깜짝놀라며미처나를제지시킬엄두를내지못한다.나는처방전을들고몸을돌려진료실을빠져나오며쾅소리가나게문을닫는다.70-71쪽중에서

폴이나를바라보며웃고있다.

우리할머니가아말피해안에집을한채가지고있다는말을했던가요?”

내가깊은잠에서깨어났을때우리는이탈리아국경을넘어산레모로진입하고있다.태양은마지막남은열기를거의다소진해가는중이다.

폴의눈길이나에게머물러있다는걸느낀다.나는그를아주오래전부터알고있었다는기분이든다.나는어떻게해서우리가짧은시간에이토록친밀한관계가될수있었는지이해할수없지만그의눈빛을바라보는게그렇게마음편할수없다.

우리의생에는전혀예상하지못한때에굳게닫혀있던문이열리는순간이있다.당신이지닌모순,두려움,회한,분노,머릿속에들어있는복잡한생각을그대로인정하고품어안아주는당신의반쪽을만나는순간이있다.당신의부족한부분을채워주고,등을토닥여주고,거울에비친당신의얼굴을볼때마다더는두려워하지않아도된다고안심시켜주는사람을만나는순간이있다.86-87쪽중에서

지난11개월동안파리16구와17구에사는독신여성들을공포의도가니로밀어넣고있는연쇄살인범을잡기위해경찰은수백명의인력을동원해대대적인수사를펼치고있다.

20101112일에살해된여교사클라라마튀랭양과2011510일에살해된항공사스튜어디스나탈리루셀양,818일에사체로발견된간호사모드모렐양그리고지난일요일에살해당한은행원비르지니앙드레씨사이에는어떤연관성이있을까?

수사당국은피해자들이하나같이독신여성이라는점에주목해피해자들의인맥을면밀하게살피고있지만현재까지는설득력있는단서를찾아내지못하고있는실정이다.네건의살인사건이범행수법이일치하고,피해자들이가해자에게저항없이문을열어줄정도로친분이있었다는점이파리16,17구지역주민들에게는더욱극심한불안과공포를야기하고있다.해당지역주민들을안심시키기위해경찰은평소의열배가넘는인력을배치해순찰을강화하는한편조금이라도의심스런행동을하는자가있을경우지체없이신고해줄것을당부하고있다.110-111쪽중에서

에릭보간의집은텅비어있는듯보인다.전등도켜지지않고,가구도없고,바닥에빈상자몇개가놓여있을뿐이다.조금이나마긴장이풀린나는권총을주머니에집어넣고,휴대폰을손에든다.세이무르의전화번호를누르는순간등뒤에누군가있다는느낌을받는다.몸을돌리는순간오토바이헬멧속에숨은놈의얼굴이보인다.내가다시총을빼들려는순간칼날이먼저내살을헤집고들어온다.

칼날이내뱃속에든아기를난도질한다.에릭보간이내배를연속적으로찔러대는바람에나는곧두다리의힘이풀리며바닥에고꾸라진다.

나는정신이혼미한가운데에릭보간이내스타킹을벗기고있다는걸느낄수있다.분노와증오,피가강물처럼흐르는가운데내정신이서서히내몸을벗어나고있다.마지막으로문득아버지가떠오른다.좀더정확하게말하자면아버지가팔뚝에문신으로새겨넣은문장이생각난다.

악마가부리는술수가운데에서가장뛰어난묘책은악마가존재하지않는다고믿게하는것이다.127-128쪽중에서

2년보다조금전

나는기억한다.

2011125.

병실의창백한조명.

항생제와병원식사가풍기는역겨운냄새.

에릭보간의기습공격을받아뱃속의아기를잃고,복부에심각한자상을입은나는삶의의지를상실하고병상에누워있다.폴이죽은지3주의시간이지난다.나는무심하게천장을바라보며침대에웅크리고있다.팔목에는항생제를주입하는관이꽂혀있다.진통제를맞고있음에도아랫배가칼로쑤시는듯아프다.신경안정제,강장제를아무리먹어도그날의기억이떠오를때면가슴이찢어질듯극심한분노와고통이밀려온다.

구급차에실려병원에도착했을때나는이미피를너무많이흘린상태다.의료진은복부초음파사진을찍어아기의사망사실을확인하고,내몸에난상처도확인한다.예리한칼날은자궁벽에구멍을내고,소장에도손상을입힌다.

나는그순간처럼폴이내곁에있어주기를간절하게바란적이없다.폴이곁에있다는걸느끼고싶고,내몸과마음이그와단단히결합되어있다는걸확인하고싶고,용서를구하고싶은심정이다.

나는수술실로들어가지직전폴의사망소식을듣는다.죽은아기를꺼내기위해배를가르러가지직전이다.그순간위태롭게나마생명의불씨를살리고자했던마지막연결고리가떨어져나간다.나는분노와절망감으로울부짖는다.

수술이끝나고나자머저리같은의사가나에게그나마운이좋았다고말한다.내뱃속에서태아가많은자리를차지하고있어내신체기관들이칼날의치명적인공격을피할수있었다는것이다.요컨대내아기가나를대신해죽었다는말이다.

그말을듣는순간나는몸부림을치며내몸에연결된의료기기를모두떼어낸다.의료진이급히신경안정제를주사한다.의료진은내가신경안정제를맞고잠잠해진사이상처를봉합하고,장기일부를절제하는수술을단행한다.

멍청한담당의사는훗날자궁을보존하는데성공했다는말도해준다.마치내가언젠가또다른사랑을만나임신을할수있기라도하듯이…….179-181쪽중에서

아버지가에릭보간의시체를우물속에던져넣었다고한바로그설탕공장에서또다른희생자의시신이발견되었다는게과연우연일까?

아무튼에릭보간은단독범이아닌게분명했다.아무리두뇌가뛰어난자라고하더라도여러나라를제집드나들듯들락거리며살인행각을벌인다는건불가능했다.어느모로보나어마어마한비용과치밀한사전계획이필요한데,에릭보간혼자복잡한퍼즐을꿰어맞춰간다는건도저히믿기힘든일이었다.

에릭보간이가브리엘과나를납치해뉴욕에서깨어나게했을까?만약죽일생각이었다면손쉽게해치울수도있었을텐데왜굳이살려서뉴욕의센트럴공원에서깨어나게했을까?언젠가는분명자기에게큰위협이될텐데과연그렇게한목적이무엇일까?

알리스는점점더머리가복잡해지기만할뿐속시원한결론을내리지못했다.

아버지는왜나에게에릭보간을죽였다고거짓말을했을까?236쪽중에서

알리스의두눈이문득가브리엘의위스키잔에서멈췄다.그녀의시선은최면이라도걸린듯한자리에고정된채꼼짝하지않았다.알리스의시선은잔에담긴불그레한액체속에서흩어졌다.그제야알리스는자신이주시하고있던게위스키가아니라술잔을감싸쥐고있는가브리엘의손이었다는걸깨달았다.그중에서도규칙적으로술잔을톡톡두드리고있는한개의손가락이었다.마치돋보기를통해사물을볼때처럼그손가락이아주또렷하게시야에들어왔다.

알리스는가브리엘의손가락에잡힌주름,그가잔을만지작거릴때마다거의알아보기힘들정도로자그마하게남는오른손검지의십자가형태상처자국을놓치지않고확인했다.가령오피넬칼을난생처음소유하게된아이가조심성없이칼을접다가생긴상처를봉합한자국은평생지워지지않고남아있는경우가많았다.256-257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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