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이 대국을 두고 로봇과 인간 중 누가 승리를 거둘 것인지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4대 1 알파고의 승리. 바둑과 같은 복잡한 사고게임은 인간이 우세할 것으로 보였지만 로봇인 알파고가 승리를 거뒀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우리 생활 다방면에 들어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또한 그 중 하나이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란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의미한다. 또 이것은 고객이 직접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관리한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과거부터 축적된 가격 정보 빅데이터를 분석,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별 투자 성향에 따른 자산 배분 전략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범할 수 있는 주관적인 판단오류를 배제한다는 점과 낮은 수수료,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향후 성장이 주목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및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존 투자자문과 자산관리가 고가의 서비스임을 감안했을 때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서비스를 대중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등 선진 핀테크 시대를 열 것으로 각광받는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해온 방식보다 더 나은 투자성과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자산관리 서비스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를 일으키는 촉매다. 바꿔 말하자면 1억원 이상 소모되는 투자자문서비스가 보다 포괄적인 공공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오토메이션 시스템이 값비싼 전문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 개미투자자들도 소득분위 상위계층만 향유해왔던 금융관리 서비스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되어 투자라고 하는 금융행위가 보다 대중화된다는 것이다. 즉 금융노동시장의 메인 스트림은 로보어드바이저로 인해 재편된다.
다음으로 자문보수의 경쟁시장화다. 투자자문가가 고객에게 자문서비스를 자주 제공할수록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대폭 상승하게 된다. 자문을 5회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이 1억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고정비용인 5회를 초과하는 서비스가 발생했을 때 드는 비용은 투자자문가가 느끼는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기존 1회당 2천만원보다 더욱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한계비용은 재화나 서비스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했을 때 필요한 총 비용의 증가분이기 때문이다. 또 고객 입장에서의 한계효용체감(diminishing marginal benefit)도 무시할 수 없다. 값비싼 자문료를 계속 지불하면서 고객이 얻는 효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최초 고객이 생각한 자문비용 이상으로 비용이 발생한다면 차라리 그 비용으로 투자를 하는 편이 낫다고 여길 것이다. 낮은 자문보수가 기존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양측의 한계비용 및 효용을 보다 낮춰 자문보수의 ‘탈 카르텔’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한 번 패배했듯이 로보어드바이저 또한 결점이 없는 시스템은 아니다. 앞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한다는 특징이 있음을 밝혔다. 정량적인 데이터만을 고수한다는 것은 안정성을 가치의 최우선으로 둔다는 의미나 진배없다. 시장에 존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이 다양하더라도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결정은 결과적으로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자금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에서 데이터 분석에 따른 직관의 영역을 어느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증권사는 수익률 경쟁을 벌이며 시장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철저히 낮은 수수료와 안정적인 수익률만 고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전체 자본투자시장 수준이 하향 조정될 위험성도 도사린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더욱 발전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한 투자전문가의 개입이 앞으로도 필요하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는 사람이 개입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브렉시트와 같은 금융시장 급변사태에 대해서도 대처가 가능한지 지속적으로 역량검증제를 시행한다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 EIC의 선택, 초익스
글 = 김효신(숙명여대), 김병헌(명지대), 김태준(서강대), 김영진(인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