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위축되는 이코노미클래스

항공기 객실에서 나타난  ‘빈익빈 부익부’ 현상

항공기 객실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점차 넓고 호화로운 좌석이 채택되고 있지만 일반석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항공사들이 새로운 객실 디자인을 소개하면서 그럴듯한 얘기만 늘어놓지만 본질은 좁아진 좌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중간에 ‘프리미움 이코노미’ 클래스가 새로 등장하면서 일반석의 공간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많은 항공사들이 늘어난 프리미움 이코노미 클래스의 공간을 기존의 일반석에서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좁아지는 좌석 앞 뒤 공간 (pitch) 

항공사들이 일반석의 좌석밀도를 높이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우선 가장 흔한 방식은 좌석의 앞 뒤 공간(피치)을 줄여 좌석 밀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대부분 저비용항공사들은 이런 방법을 선택하여 단일통로기종(single-aisle)인 A320/321, B737의 경우 일반 항공사들이 좌석피치가 30~32인치인데 28~29인치로 줄여 좌석을 늘리고 있다.

요즘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기내잡지와 안전수칙을 보관하는 장소를 좌석의 뒷 주머니에서 좌석 등받이 윗쪽으로 옮긴 것도 줄어든 무릎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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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내잡지를 보관하는 곳을 좌석 등받이 위로 올린 슬림형좌석. – (좌) 일본 피치항공 (우) 진에어 신형기종

 

좌석 폭이 좁아지는 경우 (width)  

두 번째 방식은 좌석배열을 늘리는 것이다. 단일통로기에서는 객실 폭이 좁아 좌석배열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이중통로기(double-aisle, wide-body)에서는 한 열에 좌석을 하나 늘리는 방법이다. 보잉사의 B777기의 경우 기본좌석 배열은 2-5-2, 3-3-3로 한 열에 좌석 아홉이 기본이다. 그러나 최근에 좌석이 하나 늘어난 3-4-3로 배치하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에어프랑스의 경우 B777기의 일반석 좌석배열은 3-3-3 이었지만 이코노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사이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또는 이코노미 플러스)가 생기면서 이코노미클래스 좌석배열이 3-4-3으로 변경되었다. 이렇게 한 열에 좌석이 늘어나게 되면 표준배열의 경우 좌석 폭이 17~18인치 정도 되지만 좌석 하나가 늘어나면 16.5인치로 좁아지고 통로 폭도 좁아지게 된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상위클래스가 늘어나면 전체 좌석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을 늘려 보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피해는 이코노미승객한테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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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777 기종의 좌석배열 – (좌) AF 에어프랑스 3-3-3,  2007년 탑승 (우) CI  중화항공 3-4-3, 2016년 탑승 >

 

에어프랑스 뿐만 아니라 타이완의 중화항공 등도 B777 좌석배열을 3-3-3에서 하나 늘린 3-4-3 배열을 선택하여 좌석 수를 11% 늘리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은 새로운 디자인의 객실이 탄생했다는 것만 강조할 뿐 일반석 공간이 좁아졌다는 것은 애써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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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30 기종의 일반석 좌석배열 – (좌) 대한항공 2-4-2 (우) 에어아시아X – 3-3-3 >

 

B777 기종에 비해 폭이 다소 좁은 A330기종에도 좌석배열의 변화가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 AirAsia의 중장거리용 노선을 전담하는 AirAsia X가 보유한 기종 A330은 좌석피치를 줄이는 대신 한 열에 좌석 하나를 늘려 2-4-2 기본배열을 3-3-3으로 변경하여 역시 11% 정도의 좌석을 늘렸다. 이런 구조는 좌석 피치는 32인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좌석 폭이 16.5인치로 좁아 체격이 큰 승객들이 가운데 좌석이나 창가에 껴 앉는다면 크게 불편하니 여유 공간을 얻을 수 있는 복도 쪽 좌석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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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30 기종 일반석 좌석폭 – (좌) 저비용항공사 AirAsia X 16.5인치 (우) 중화항공 18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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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일반석 좌석 – (좌) A330 구형 (우) A380 슬림형좌석 >

 

 

항공사들은 좌석을 늘리기 위한 세 번째 방법으로 슬림형 좌석을 채택하고 있다. 빽빽이 들어선 좌석의 모자란 공간을 좌석의 등받이를 줄이는 방법으로 공간을 만들고 있지만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보통 일반석 좌석등받이의 두께는 5~6cm, 슬림형 좌석은 3~4cm로 약 1인치 조금 못 되는 공간이 생긴다. 그러나 좌석등받이의 쿠션이 딱딱해지는 불편은 피할 수 없다. 항공사들이 제한된 일반석좌석의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애쓰는 방법도 눈물겹다. 등받이가 슬림형으로 바뀌면서 기내잡지와 안전수칙안내판을 보관하는 좌석 뒤에 있는 주머니를 좌석 등받이의 윗 부분에 재배치하여 무릎 공간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등받이가 슬림형으로 바뀐데다 아래에 위치하였던 기내잡지 보관함이 없어 완충지대가 없어진 탓에 뒷 좌석의 승객이 무릎을 앞 좌석에 대고 밀면 앞 좌석 승객이 뒷 좌석 승객 무릎의 꿈틀거림을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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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A321 기종 일반석 좌석 – (좌) 개조 되기 전 좌석 (우) 새로 바뀐 슬림형 좌석

 

지난 번 동남아시아여행 때 이용한 베트남항공의 A321 기종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베트남항공 A321 기종은 일반석좌석이 10열부터 39열 까지였는데 10열부터 44열로 5열이 늘어났다. 베트남항공은 수요가 많지 않은 A321기의 비즈니스좌석을 4열16석에서 2열8석으로 줄이고 일반석 좌석을 늘린 것이다. 비즈니스석 2열을 일반석으로 재배치하면 3열을 배열할 수 있으니 실제 2열 6석이 늘러난 셈이다. 베트남항공은 새로운 객실에 슬림형 좌석을 선택하여 그래도 저비용항공사 보다는 넓다는 것을 느끼지만 동남아지역 노선이라면 몰라도 비행시간이 4시간이 넘는 한국 노선에서는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한국승객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다른 경쟁항공사들이 점차 프리미움 이코노미 클래스를 채택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반석의 좌석 공간이 다른 경쟁항공사에 비해 가장 넓은 33~35인치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 이다. 참고로 유럽이나 미국의 대형항공사들의 일반석 피치는 31인치, 아시아권도 세계최고항공사로 꼽히는 싱가폴항공이나 캐세이퍼시픽항공도 32인치 수준으로 국적항공사 수준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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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 항공사 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대한항공 일반석 좌석, 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도 여유가 있다. >

부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어쩔 수 없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신설하더라도 일반석 좌석공간은 지금 수준을 유지해주었으면 좋겠다.

6 Comments

  1. journeyman

    2016년 11월 3일 at 2:12 오후

    원장님의 말씀대로 항공사들의 노력(?)이 눈물겹네요.
    그 좁은 공간을 더 좁히면 그야말로 닭장이 따로 없겠어요.

    • drkimdj

      2016년 11월 3일 at 9:32 오후

      그렇죠. 문제는 그 눈물을 승객이 흘려야한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

  2. drkimdj

    2016년 11월 3일 at 9:30 오후

    왜 국적항공사들이 외항사와 좌석공간비교를 하는 광고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더군요. 일반석에 관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따라갈 항공사는 없던데 …..

    아마 두 항공사는 내국인승객 비중이 높아서 외국인들의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국인승객을 상대로 하면 두 항공사가 비슷한 수준이니까요.

  3. haby

    2016년 11월 8일 at 9:02 오전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정말 오랫만에 일본/오사카에 여행갔다오면서 저렴한 가격에 국내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했었는데요.. 말씀하신 신형(?) 좌석이 적용이 되어 있었습니다. 2~3시간 정도의 단거리 여행에는 좋은 것 같은데… 10시간이 넘는 거리는 많이 힘들 것 같네요. 결국 소비자 스스로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하는 책임이 커지는 상황이네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4. 비풍초

    2016년 11월 11일 at 8:14 오전

    옛날엔 해외여행가면서 비즈니스 클래스라는 게 있었는지도 몰랐고, 이코노미와 퍼스트 클래스만 있는줄 알았더랬습니다. 무역전사라는 말이 있던 시대에 북반구 서구와 아시아 웬만한 나라는 다 가봤던 저로서는, 장시간 여행에 이코노미에 타고 있어도 좀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남들도 다 나같이 불편할 것이니 내가 이 불편 불만을 항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지요. 제 키가 장신인지라 불편한 이유가 제 몸때문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특히 국내선 서울 부산간 좌석이 엄청 제게는 좁아지더니, 아시아 출장가려고 하면 탑승전부터 갑갑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지위가 올라가면서 5시간 넘는 여행길에는 비즈니스클래스를 탈 수 있게되어 그 후로는 이코노미 좌석이 어찌되었는지 나랑 별로 상관없는 얘기가 되었습니다만, 퇴사하고 내 사업을 시작하면서 돈 아낀다고 다시 이코노미 타고 다니다 보니, 도저히 탈 수 가 없어서, 그간 쌓아두었던 항공마일리지를 태평양 건널때만 사용해서 좌석승급을 하곤 했지요.
    비즈니스 클래스도 옛날엔 호화판이었는데, 그것도 언제부턴가 너도 나도 다 타고 다니는 클래스가 되면서 시끌법석한 좌석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지금도 아시아 여행 중에는 국적비행기들 이코노미 좌석보다 더 편한 다른 비행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drkimdj

      2016년 11월 11일 at 11:34 오전

      저는 쌓아 놓은 마일리지는 체격이 저보다 큰 첫째 애가 미국 출장갈때 마다 뺏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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