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있는 초가 지붕
박이있는초가지붕

나이가들면서그리워지는것이한둘이아니지만
언제나그첫머리에는박과박꽃이있었다.

초가집지붕을장식하며피는여름날의박꽃과
지금쯤에익어가고있는박은늘우리의마음을
풍족하고너그럽게만들어주는듯했는데
지금은그자리를풀라스틱바가지가메워버려안타깝다.

박곷은,하이얀박곷은
낮에는잠자고밤에피어
달과입맞추며세월을노래하다
달을닮은둥그런박을잉태하여
세상밖으로고개를내어밀어이슬먹고자라다가
이윽고초가지붕에서내려와아낙네의손에머문다
그래서박꽃과박을보면항상어머니생각이난다

어머니같이함초롬히살다
어머니같이둥근얼굴로닥아와
이윽고내손에모든것을담을수있는
박으로변신하여내손에쥐어주고는
아무말없이커다란미소를남기시고
먼길을가신어머님

박꽃과박그리고초가지붕
서로떼어놓을수없는끈질긴인연
그곳에우리의아련한모태가있는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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