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의 늪에 빠진 하루[05/10/28](3)
BY 모가비 ON 10. 29, 2005
산아래로는의정부로가는도로와사패산을통하는도로가멀리보인다.
그너머로도봉산이마주하는데오른쪽으로보아도왼으로보아도단풍이숲을이루는것같다.
이제야나는단풍의숲속이라는가을의속으로들어가고자하는것이다
내려가는길의초입에서큰바위한덩어리를보았다.
지난번에는무심코지나첬던바위인데다카를들이대어그넘어로보이는하늘을찍으려는데지나가던나이든분이웃으며하는말이남성이남성바위를어디에쓸려고찍느냐한다.
그말을듯고보니언젠가언듯들었던수락산의남근바위인것이분명하여쓴웃음을지우며바라본다.
나에게는그런느낌은재생되지않고그저그너머로보이는파란하늘과건너다보이는도봉산자락의모습이싱그럽기만하다.그보다는오히려수락산을지키는장승처럼보이는데…
가파른바위를조금내려오니친구사이인듯한두여성등반객이넋을놓은듯눈안에가득한단풍을감상하기에여념이없었다.
그렇게긴바위들의숲을때로는와이어를잡고때로는사지를붙이고그렇게내려와한숨을돌리며돌아서서
정상부근을처다보니방금내려왔던산마루에흰구름이피어나유유히떠다니면서늣은오후의햇살아래
온산이싱그럽다.
내가어떻게내려왓을까하고생각하는사이에까다롭고위험한바위를모두통과한것이다.
이제얼마있지않으면깔딱고개라고생각하는데젊은사람두엇이정상이멀었느냐고물어오길래가르처주면서
보아하니막걸리한대접하신것같은데오르지말고굳이오르려한다면깔딱고개에서우회하라고일러주었더니고맙다고인사한다.
나는그들의귀에다시"요즈음날씨는어둠이일찍찾아오니무리하게정상까지가지않는게좋겟다"고충고하고는나의길을재촉하였다
잠시후깔딱고개에다달아하산을서둔다.
해떨어지는시간이빠르니시간을최대한아껴서내려가야단풍의파도를탈수있기때문이었다.
내가서두르는사이뒤에서따라오던부부등산객이저만치가는데내려가는분들이나올라오는분들의어깨에가을의밝은햇살이반짝거린다.
한곳에이르러나는단풍속을항해하는듯단풍속에서명상에잠기는듯하더니턱을괴고생각에골몰한청년을본다.그는지금어떤느낌으로생각하는것일까?고민을이야기하는것일까?아니면단풍에취한것일까하면서지나친다.
그젊은이를지나치다예상대로오색찬연한단풍의숲이때마침불어오는바람에이파리를떨쿠며나에게안겨온다.
숲은조용하고어디선가이름모를산새들의지저귐이있어나를더욱흥분하게한다.
조금더내려오니역시오늘의등산객들은호젓함을즐기는가보다.
젊은여인한분이등산가방을가볍게메고날렵하게산길을올라가고있었는데부근의단풍과함께한장의그림이다.
어디를둘러보아도단풍의거대한물결이다.
금강산이뭬그리대단하더냐.주변에는우리가찾으면찾으리만치좋은풍광이얼마던지있는데.
나의고향부근에있는설악산.오대산소금강도
사실그산의크기에따라단풍의파도를타느라정신없는것이지
이렇게아기자기한단풍은이서울의한켠에서도얼마든지즐길수있는것이아니더냐…..
누가나풍나무잎새떨어진것을보고오색단풍이라했던가?
색색이쏟아저내린단풍은잎사귀마다같은색깔이없이옅고,깊고,진하고연하고천차만별이다,
가만히보고있노라니단풍의내음이코끝에전하여오고,오색의물결에빠진듯하다.
한곳에있는바위에는떨어진잎새하나가애처롭다.
떨어지기싫어하는표정이어서그런지,동료들과떨어저외로운것인지..
그냥두어라이제곧바람불어비행하면또친구들곁에갈것을..
중간쯤의휴계소에다다른다…
요즈음엔산을가꾸는일도지역을다스리는관청에서꽤나힘을쏟는가보다.
야생조들의보금자리며사람들을위한휴식자리도깔끔하게되어가는것을보면서
나라도이렇게알뜰하면얼마나좋을까도생각하면서잠시시국의현상도떠올려본다.
휴계소옆에는모든나무나야생화들을이해시키려는노력도예사롭지않다.
설명문에"연분홍치마가봄바람에…"라는흘러간옛노래까지배려하는마음이자상하다.
조금더아래에오니비로소사람들이조금씩많아진다.
장승이버티고선휴식터에는동네노인들의방담이교차하고가족단위의소풍객들이눈에띈다
혹는아빠.엄마와혹은할아버지,할머니놔손잡은모습을바라보는나의눈에아득히지난일들을투영해보기도하였다.
해는많이서쪽으로기울고있는사이에2/3를넘게하산하는데다시보게된휴식장소엔아름다운싯귀를적은계시판을보았다.
거기에는박목월.김남조등좋은서정시가많이있는데그중에한편이박목월시인의"청노루"란시였다
"먼산청운사/낡은기와집/산은자하산/봄눈녹으면/느릅나무/속잎피어나는열두구비를/청노루/맑은눈에/도는구름.."
이외에도이육사의청포도를비롯하여7~8개를소개하고있었다.
계곡을내려오는오늘의산행도막바지인가보다.
계곡위에는흐르지않던물이고인모습을볼수있었다.
하늘과구름이고여있는조그만웅덩이구름이멈추었다가얼굴을씻고가는듯지나가고있었는데
떨어진낙엽이물끼를닦아주고있다.
문득오누이를데리고올라온여인을만낮다.
재잘대며내려오는모습이행복해보여서닦아가서참견을하였다.
내가"단풍이곱지?"하고물으니엄마는웃기만하고
누나되는아이가"녜참으로이뻐요.."라고대답한다
이어서내가다시이야기하였는데갑자기생각나는싯귀를소개하였다
"이런풍경을어떤시인이뭐러고하여는지아니?"하고는
"오매~~옷에단풍물이들겟네.."라고하고는같이웃었다.
그들과작별하고조금내려오니어디서기타소리가귀에닿는다.
소리를쫓아닥아가니중년이됨직한사람이낙엽이쌓인조금웅덩이곁에서기타를뜯고있었다
악보를보면서연습을하는모양인데까짓것조금틀리면어떠랴자연속에서조용히뜯는그의모습이아름답다.
한쪽곁에있는또다른웅덩이에는송사리떼가놀고있는모습이뵌다.
가을의소리는그물속에도있었구나하는생각을해본다.
연이어서나는물가를이용해서내려오기로하고널려있는바윗돌을섬뀌기하듯하몀내려왔다
내려오면서만난웅덩이며샘가에는마침햇빛비처이를물속에부어놓고있넜는데물인지단풍인지구분이없다.
그래어디단풍이물속에있다고색이바래지는것도아닌데오히려물속에비친단풍의색깔이더욱곱다고느껴짐은아마도그깨끗함때문이리라…
오늘의산행을마칠때가되었는가보다
내려오는마지막쯤에염불사라는절이자리하고있었는데그곳으로가는돌담
거기에있는담쟁이에도가을은물들고있었다.
산사의지붕너머엔그대로구름은흘러가고..
멀리보이는수락산의이름모를산봉우리가나를배웅하고있었다.
오늘의수락산은나를단풍의늪에빠뜨려서헤엄치게하였다.
그리고는마음을벗어놓게하는데충분하였다.
이제여기서벗어나다시일상으로가면쉽게잊어버릴망정
가을비속에서시작한오늘의산행은
이렇게화창한가운데마칠수있었던것만으로도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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