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 겨울 –
펼처놓은캔버스
짙은하얀색
눈덮인산골
숨어버린새소리
코골이소리
눈안에드는하얀달빛
겨울은피부에서부터찾아와,눈에머무는것인가봅니다.
붉게물들어만산이홍엽이라감탄하던가을의정취를밀어내고
찾아오는겨울은뺨에싸늘한느낌을주면서시작하더니이윽고
겨울의산하에하이얀눈발이날리고,잎새마저떨쿠어낸나뭇
가지에솜털같은눈이쌓여,추운바람부는한겨울에도보는이
에게따스하고포근한느낌마저갖게하는겨울의산하…
겨울을캔버스에올리면하얀색이아니라,새하얀색이라고하여야
좋을까?짙은하얀색이라고해야좋을까?생각해봅니다.
깊은산골의겨울색은하얀색이짙게펼처지고,비추이는태양아래
더욱짙은광채를빛내는것외에는그릴수가없어더욱순수한가
봅니다.산골의겨울은그렇게하얀색이뒤덮인풍광이있어그속
에서오가는대화들은때가끼이지않는지도모르겠습니다.
눈덮인들판의한켠에조그마한초가집을머리속에그려봅니다.
장작으로덥힌방의아랫목을상상해봅니다,질그릇화로에감자
몇덩이를숨겨놓고아이들이조잘대는모습을그려봄니다.이윽고
새까맣게탄군감자껍질을벗겨내어익은감자를입으로호호불
어가며먹고있는아이들을그려봅니다.
눈덮인산비탈을머리속에그려봅니다.눈길위에찍힌산토끼의
발자욱을그려봅니다.발자욱따라뛰어가는아이들의몸놀림들을
그리고그아이들이다시새겨놓는발자욱을그려봅니다.이윽고는
저아래에놓여있는초가집들을보면서까르르웃어제끼는모습을
그려봅니다.
모두가하얗게그려저야겨울이됩니다.회색이어도아니되고,약간
이라도푸른색깔이섞이면겨울그림이아니될것같습니다.(2002-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