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山所)를 다녀오다
산소(山所)를다녀오다

매년명절때가되면몸보다도마음이더욱바쁘다.그것도젊어서는내몸이더욱바쁘다는핑게로이일저일이

생겨도그때그때눈을감아버렸던일들이나이가들면서는그것도아니어서인지소소하게해야될일이더욱

많아지고그럴수록어떤때는아이들에게이래서는않된다는둥저것은꼭해야된다는둥잔소리같은일들도

많아지는것을어찌할수가없는가보다.

작년에이어올해에도추석을앞두고이런저런망서림끝에마침결혼을앞둔큰녀석에게결혼하기전에벌초

라도하는법을경험해야된다는이유를달고모처럼추석을사나흘앞두고조르다싶이닦달을해서온가족이

벌초를다녀오게되었다.

서울에서강릉으로향하는길은멀기도하려니와아이들이모두직장에다닌후에는온가족이나들이하는기회

그리많지않은터이기도하지만작심한터라아침에출발하여당일돌아오기도힘들어전날차를몰아큰녀석

과아내와함께둘째녀석회사퇴근시간에맞추어납치하듯이서둘러차에태우고는강릉으로향했다.

내가이렇게떠나보기는아마10년이훨씬지난후처음인것같다.

그때에는아이들이아직은학생의몸이라가면서도할이야기들이많았다.영동고속도로를지나면서는내가군

생활을하면서숱한훈련을하던장소를일일히설명하였고아이들이자란곳부근에서는그녀석들의이야기도

꽃피울수있었고강릉시내를돌면서내가걸으며생각하던모습을떠올려추억을이야기할수도있었는데이

번의여행길에는번복해서듣는것을싫어하는아이들의비위에눌려그냥큰녀석과결혼후의일들을이야기하

면서조용하기로작정하였지만그게그리되지않아잔소리를하다가는아내에게핀잔만맞기일쑤여서유쾌.

불쾌를반복하면서다녀온긴여행길이었다.

허지만이번의여행에서큰수확이있었다면그것은우리가족모두는우리가모르는사이에도같은생각으로

살아왔고살아가고있다는것을확인할수있었다는것이었다.

큰녀석에게서는이제새로운세상살이를열려하는터라그가그리는세상을듣고조언힐수있었는데특히그

가결혼이끝이아니라새로운시작임을알고있다는믿음직함을느끼고는뿌듯한마음도갖게되었고,둘째녀석

에게서는한층밝은미래를향한계획을짐작케하는몇마디에고마운생각도갖게되었는데그녀석은둘째답게

자기가처한회사의미래이든가훗날자기가가야할길을준비하고있다는인상을받았기때문이었다.

우리는그날밤11:00시가지나서야아이들의외가(나의처가)에도착하였는데90이가까운장인장모님의따뜻

한영접이더욱고마웠다.장인장모님도사위와손자그리고딸의절을받으시면흡족해하는것같아더욱마음

의평온함을가지기도하였지만늦은밤에도오징어회를준비하였다가소주와함께내어놓으시며손주들이따

루는술잔을기분좋게드시는모습이더욱고마웠지만안주를집어주시는장모님의쪼글쪼글한손등의주름살과

웃으시는장인님의목줄기를타고흐르는깊게파인주름을보면서숙연해지기도한게사실이다.

이튿날아침우리는장인님이챙겨주시는낫과괭이삽,그리고예초기를차에싣고벌초에나섰다.

아버님의산소는강릉시내에서4Km정도거리에있는노암리의안댈이라불리는곳의나즈마한산이다.그곳은

산소300m아래까지는차가들어갈수는있고그후는걸어올라간다.우리는차에서내려장비를제각각챙겨서

산소입구에섰는데지난봄에도다녀왔던길이앞이보이지않게잡풀로무성하다.그것은겨울까지산소를돌

보아주던이웃아저씨가갑작스레돌아가시어서인탓도있지만봄에내가들러서아무손질도못한주제때문이

기도하여아이들에게까지미안하기이를데없었다.

큰녀석에게는낫을들게하고작은녀석에게는예초기를들게하고아내에게는간단한음식을들게하고나는낫

과괭이를들고가는길을개척하면서오른다.매년이런저런핑게를대고수고비만보냇던길을가시에찔리며

오르면서이때까지돌보아주던아저씨의노고를새삼모른척하였던스스로를탓하지않을수없었다.

하던일같으면혼자서20분이면해결할3~40여메터를1시간여만에오른산소는잡풀로덥비고그속에누워

계신아버님의노하시는모습이보이는듯하다.더욱이나아내가아이들에게하는말이할아버지머리가너무

길으셧구나.하는말에녀석들은웃는모습이나덩달아따라서미소짓던나의마음이아려옴은내죄를내가알

기때문이리라.

가저온제수라야초라하기그지없지만우리는이렇게2시간이상벌초를하고머리를조아렸다.나는나대로

아이들은아이들대로아내는아내대로죄스러움을감추면서제사를올린후음복을하면서내가말을꺼내고있

었다.

나의말이라야아버님의몇가지않되는추억의단면들이기마련이다.(어려서돌아가신아버님이어서기억나

는게단면들뿐이지만..)그중에대부분을차지하는것이6.25와그전후의일들이전부라새로운것도없었지만

장소가다른산소가에서들려주는이야기를끝까지고개를끄덕이며들어주는아이들이고맙기도하였다.

돌아오는길옆에샘터,지금은푸라스틱그릇에받처놓은물줄기가가늘지만그때에는미꾸라지도살았던그

샘터에서샘물한바가지씩을들이키고돌아서는우리의뒷모습..때마침늦은오후의태양이길게비추어주며

다시올때마중하겠노라말을건네어주고.길가의코스모스가손을흔들고있었다.

[참조:산소(山所)란무덤이있는곳,무덤을높이어부르는말로고향에서는묘소를이렇게부르고있습니다.

성묘하러간다고하는말을산소에간다라고하기도하여.성묘(성묘:조상의산소에가서인사를드리고

산소를살피는일..)하러간다는말과같은의미함.고향에서는성묘라기보다산소엘간다는말로

통하고있슴]

[영동선어느휴계소에서]

[산소로가는길]

[산소를돌보던이가살던집.올겨울에작고하였슴]

[사진오른편여기서올라간다]

[무성한잡초큰녀석이길을낸다]

[그대로손질이덜끝난산소에서아이들이벌초하는모습]

[어느덧늦은오후겨우모양새를갖추었다]

[조그만젯상을차려절을한다]

[돌아오는길옆의샘물]

[햇빛은등뒤에서비추이고코스모스도손을흔든다]


SteveBarakatt-Born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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