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를하고와서..>
조금이른감이있지만주말에가는길도복잡할것잩아서일찍다녀왔다.
벌초라고해도아버님이차남이시고어머님은미국에계신지라한기뿐이지만근래에는때를맞추어
가기에도게으름을부려봄에는남의손에맡기고올해는처음찾아가는길이었다.
아버님산소는고향인강릉에있지만친족들도드물고형들도외국에계셔서내가아니면돌볼이도
없건만서울에서강릉이무에그리멀다고올봄에도미국의큰녀석에게다녀오느라미적이다시기를
놓친탓이기도하여일찍다녀왔다.
사실나는아버님에대한기억이그리많지않다.6.25전부터아버지는서울에서사업을하시느라
우리와는떨어저있었고어쩌다오시면그리대화한적도드물고내나이6~7세이니기억에남을리도없다.
그래서인지나는돌아가신후에야야버지의존재를더욱의식하게되었고자라면서아버지리는역활의
필요성을더욱느기게되었는데.그계기는내가중학교를졸업하고부터이다.
당시우리네가족은홀어머니의손에3남1녀가매어달려있었으니형편이좋지않은터여서
마침고등학교로진학할나이에큰형은대학교.작은형이고등학교.여동생이초등학교이니
나는중간에끼어어머님의수입으로는어림없어포기하지않으면않되었다.
지금은많이달라서중학교를졸업했다해도어디점원이나,알바하는곳도있겠지만.
모든게부족한때라겨우얻은신문배달(이때부터조선일보와의인연이시작되었지만)이유일한직업이었다.
당시의신문은새벽에출판이되면뻐스에실려저녁늣게도착하기때문에매일배달이끝나고이슥한
밤이되어집에가면그대로잠들곤하였다.때문에아침부터저녁까지는빈둥빈둥놀수밖에었었다.
어쩌다시내에라도나가면단정한교복차림의동창생들에주눅이들어그것도피하였고.
책상에앉아언제갈지도모르는고등학교입시준비라도하고싶었지만그럴때면몇집건너에사는
큰아버지가용케찾아와논밭에나가일을하지않고틀어박혀있다고호통이니그것도부화가치밀어,
거의매일영어단어집이나이웃집친구에게서빌린동화책,위인전기따위를들고가출할수밖에없었는데,
그때나의비밀장소가집에서한시간족히걸리는아버님산소였다.
아버님산소주변에는잔디가파랗게살아있고나무도엄지손가락만한소나무들이라햇살이따뜻하게
내리쬐어혼자책보다가낮잠자기도십상이고여기저기돌아보면서조금큰잔디풀도매만지는일상이
그리지루하지도않아눌러있다가서산에해가걸리기시작하면신문사로출근하곤하였다.
그런생활이계속되면서나는자연히아버지의존재의의미를깊게생각하게된계기이다
올해의벌초는마침친구의주선으로전기톱과예초기를가지신분을찾을수있어직장생활에바쁜둘째도
제처놓고뻐스를타고혼자배낭에등산복차림으로조그만톱과접기식낫을사서넣고떠났다.
아침에일하시는분과전화를통하고만나서산소에도착하자조금황당한기분이었다
왜냐하면올봄에부탁한사람들이일한흔적은간곳없고
산입구도산소로올라가는길도잡풀과잡목에뒤덮혀있다.
봄에일을한분에게어디를어떻게해달라고하지못한내가불찰이지하면서도야속한기분이었다.
그러면서같이간분에게얼굴처다보기에도그렇고미안하기도하였지만
우선예초기에발동을걸어애벌로대강치우면서올라가는길을트는일로부터벌초를시작하였다.
벌초를농협이나어느곳에라도부탁할때에는번지수는물론이지만반드시묘지를중심으로반경몇메타,
통로는얼마라는것도같이계약할일임을새삼느낀다..
산소에오르자본격적벌초를하기전에주위를정찰해보는것이필수였다
혹시라도요즈음많이발생하는벌이나독사도예방하고
일하시는분에게해야할범위도상의해야한다.
그런후일할범위와제거해야할잡목이나,수풀을지적해주는등관심을두도록하여야한다.
시작한지한시간이채되지않아그래도묘지의형태가잡혀온다.
이럴때는일하는분에게미안하지않으려면예초기나전기톱이지나고난뒤의자리에남은
나뭇가지나나무뿌리굵은풀들은가지고온작은톱이나낫으로처주어정리하는일이라도도와야한다.
한시간여를작업하니산소의윗부근까지모두정리가되었다.
우리는잠시앉아가지고온제수를안주삼아음복을하면서이이야기저이야기나누었다.
고향이란한길을건느면모두아는사람이된다.
애기를나누고보니이아저씨의형이나의고등학교후배인것이들어났다.
그것도나와1~3햑년차이이고학창시절에밴드부에있었다하니알아보면모두알것같아더욱반가운마음이었
다.
시작한지두시간여우리는초벌하였던내려가는길을제외하고는거의손질을다하였다.
조금전에쉬면서대화를나눈탓인지아저씨는,스스로가지고온깍정이(쇠갈퀴)로알뜰히마루리까지해주었다.
이제야아버님께죄송한마음을조금이라도지울수있었고,봄에일을한분에대한야속함도조금은누그려뜨릴
수있었다.
일을시키는사람이나하는사람이나대화를하고소통을하면일도신바람나게할수있다는것을다시확인해
본다.
벌초도거의마무리될때나는돌아서서
그제야산소앞에펼처지는논이며밭과가까운산을구경할수있어
어릴때하던버릇대로소리를질러보니메아리도들린다
게다가올라올때는수풀과잡목이가려바람한점없드니소나무사이로부는바람이
한결시원하고솔향기까지풍겨와기분을상쾌하게하고있었다
벌초를시작한지네시간남짓,일을모두마치고산아래로내려와산소를처다보았다.
없던길을새로내어놓은듯제법깔끔하고아침에보지못했던아버님산소도눈애담긴다.
그제야마음을조금놓으면서같이일을한분에게고맙다고말할수있었다.
우리가귀가를준비하여떠나려는데밭에서일하던아줌마가오시더니너무깔끔하게하지말랜다.
왜냐고하였더니요즈음등산하는분들이많아서(산소에서멀지않은곳에"모산봉"이있다)
너무깨끗하면길인즐알고그리로다니기때문에묘지를훼손한다는것이다.
우리는기겁을하고베어놓았던잡목을끌어다입구를다시막아놓은촌극을벌릴수밖에없었다.
다시내려와200메터정도내려오면있는조그마한샘가에서물한모금마시면서다시돌아보았다.
조그만산이지만유난히예쁘고아담하고깨끗해보인다.
여기서일하는분에게말을건네었다.
내년에는미리내려와간벌신고도해서허가를받으면저기보이는꾸부러진나무를포함해서
잡목을조금더베어주자는약속을받아두었다.
오늘일정을마치고돌아오는길에처다본앞산마루에흰구룸몇점떠있다.
아버님산소의손질도내가있을때의일일텐데…
장조카를포함해서모두미국에있고나의아이둘중의하나도미국으로가버렸으니나의둘째몫일텐데…
이녀석들의기억속에업어키워준할머니는존재할지는모르겟지만할아버지는존재할까?
형제들도나이가들어서인지고국에왔다간지몇해가되었는데…
온갖상념이머리에떠오른다.
그러면서혼자중얼거려보았다
"그래저산마루에걸려있는구름도어디뒤에오는구름을생각하고흐르는가
흐르고나면전혀다른구름흐르는데….모든게흐르면그만인것을…
구름도,물도,자연도,사람도언젠가는모두떠나는것을~~"
길옆의이름모를꽃들이바람에한들대며조그만손을흔들어배웅하는속에발걸음을옮긴다.
한켠으로는짐을벗어놓은듯가벼우면서도,한켠으로는발걸음이무거워저자꾸뒤돌아보게되는것이
벌초를마치면서남아있던제주를몽땅마셔서인가보다.(2008.08.22일벌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