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동시 – 제 9 편] 섬집 아기 /한 인 현

[애송동시-제9편] 섬집아기
한인현
엄마가섬그늘에굴따러가면

아기가혼자남아집을보다가

바다가불러주는자장노래에

팔베고스르르잠이듭니다.

아기는잠을곤히자고있지만

갈매기울음소리맘이설레어

다못찬굴바구니머리에이고

엄마는모랫길을달려옵니다.

<1950년>

▲일러스트양혜원

〈섬집아기〉는1950년4월《소학생》지에처음실렸다.7·5조의음수율을고지식하게따르는

이정형시의배경은섬마을이다.엄마는굴따러가고아기는칭얼대다가스르륵잠든다.아기를

재운것은파도소리다.파도소리가천상의화음을가진것은하느님이작곡한자장가이기때문이다.

그러나굴따던엄마는갑자기아기걱정에마음이급해진다.그래서"다못찬굴바구니머리에

이고"모랫길을달려집으로간다.

산모가일을하지않으면안될만큼궁핍하다.아빠는어디에갔을까.돈벌러섬밖으로나갔을까.

이시에는아빠의행방에대한어떤단서도찾을수가없다.그러나낮은파도소리가아기의곤한

잠을부르는곳에서는,그토록은일함속에녹은평화가곧일상인곳에서는,불행의단초가될수

있는"다못찬굴바구니"나가장의부재따위가감히엄마와아기의행복을어쩌지는못한다.아기

건어른이건세계에대한근본적인신뢰가없다면깊은잠은없다.잠은수난들과위험들속에서도

안전할것이란믿음의수락이다.아기의잠은곧이세계의안전과평화의지표다.

〈섬집아기〉는반세기넘게이땅의아기들이듣고자란’국민자장가’다.얼마나많은엄마와

아빠들이아기를재우려고이노래를불렀을까.이시가제시하는바닷가서경(敍景)은세계한편에

깃든깊은평화와안전을배경으로삼는다.그것은자연과사람사이의조화에서나온다.파도소리

나갈매기울음소리는슬픔과고통은눅이고행복지수는키우는자연의요소들이다.이때섬마을은

하나의이상향이다.

한인현(1921~1969)은함경남도원산에서태어나함흥사범학교를나오고서울은석초등학교에서

제자들을가르치며동시를썼다."민,민들레는/꽃중에서도장사꽃./큰바위에눌려서도/봄

바람만불어오면/그밑에서피고피는/꽃중에도장사꽃."(〈민들레2〉의일부)도널리알려진

작품이다.큰바위가큰나라,힘센존재라면,민들레는큰바위에눌려사는작은나라,여린생명

들이다.누르고밟아도민들레는씩씩하게뿌리를내려꽃을피운다.시인은어린아이들의힘을,

그리고광복뒤탄생한대한민국의힘을믿었다.지금도어디에선가눌리고밟히면서도피어나는

민들레꽃이있고,엄마가부르는〈섬집아기〉를들으며민들레꽃처럼잠든아기가있으리라.

[장석주·시인]

[출처: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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