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고궁 산책-경복궁-

눈이오면어딘가떠나고싶었다.이런생각은올해의겨울을맞으면서줄곧생각했던바다.

마침내그날이찾아왔다.오전에는맑던하늘이오후들어수상하게흐리더니14:00시경부터

눈이내리기시작하였다.그것도쇼파에비스듬히앉아오수를즐기는데아내가눈이온다기에

화들짝놀라일어나바깥을보고나서야나갈채비를서둘렀다

맑은날이싫은것은아닐지라도비나눈이오는날보다는조금더진지하지못한느낌이있

기때문에라도이런날은나돌아다니기에는십상이다.오늘도서둘러카메라챙기고언제나

그러하듯이허리춤에디카도챙기고서둘러지하철을탓다.

그제서야어디로갈것인가를을생각하지않고무작정나선나를발견하고는지하철실내의

노선을보면서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을생각하면서경복궁을선택하였다.그것은

오후3시기가까워오니다른곳은지하철을내려서다시움직이는시간이소요되고

경복궁은바로입장할수있기때문이었다

눈오는날에는고궁을가는게운치가있다.그것도이나이쯤에명동이니종로니하는사람

들많은곳은피하는편이다.그런곳이싫어서가아니라젊은이들의눈총을받는것같아

서어디쉴곳을찾을수쉽지않은것도그이유의하나다.

3호선경복궁역에서내려항상산책하는코스즉근정문을기점으로교태전경회루향원정을

돌아보며이런곳을중심으로계절에맞추어탐방하는길로들어선다.

눈오는날에고궁에가면특이한점하나는외국인이더욱많다는것이다.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요즈음들어서는미국중국일본백인흑인을가림이없다.관광안내원을대동하는

경우가대부분이지만.동양인보다서양인들은스스로찾아다니는것을많이본다.그들은거개

가지하철노선도와입구에서나누어주는안내팜프렛을들고일일히첵크하면서관광하는것

을볼수있는데그런모습은가히우리도배울만한것이다.

오늘도나는거기에서나와나이가비슷한미국인부부를만났다.

근정전을돌아경회루앞에서이다.사진을찍고있는나의앞에오더니조금망서리는듯하다

가"안녕하세요"하면서닥아오더니카메라를만지작이며셭터를눌러달라는것이다.나는

흔쾌히찍어주면서서투른영어로어디에서오신분이냐고물어보았더니그남자가조금은어

눌하지만분명한한국말로"아,우리는미국의필라델피아에서왔어요~~"라고말하는것이었다

그러자당황한것은나일수밖에없었는데알고보니젊었을때주한미군으로3년을복무한바

있어의사소통은조금된다는것이다.그러면서자기는그당시에미혼이었고장교로복무하였으

며그후세계각지로다니다가5년전에제대를하였다는것과결혼후부인과와보지못한한국

특히서울의궁궐과경주를여행하고싶어왔다는것이었다.

간단한이야기를나눈후헤어지면서내자신조금은부끄러움을느꼇다.사실요즈음엔시내어

디를가더라도외국인들을흔히만나는기회가많은데언제부터인지는몰라도조금은그들앞에

서건방을떨어온게사실이디.아마이런현상은우리나라의발전과정과도무관하지는않지만

지난잃어버린10년을겪으면서음양으로나도모르게물든탓도있으리라.

고궁에가면생각하며걸어야한다.돌쩌귀하나에도닳아진섬돌에도곰삭은기왓장하나에라도

오랜세월의흔적을유추하면서거닐어야한다.그러자면고궁에오기전에반드시관련사전지식

을가지고오라고권하고싶다.정그러하지못하다면입구의안내서라도꼭챙겨서그것을읽으며

이곳저곳을살펴볼것을권한다.그것은한떼의중학교쯤의학생들이왁자지걸하며내곁을지나가

고인솔하는교사가열심히인원파악에몰두하는것을본후의소감이다.

고궁거기에가면옛것새것을함께볼수있다.이것은그렇게볼준비를한사람만이그숨결을들

을수있고그냄새를맡을수있다.

한바퀴를돌고광화문광장을거처인사동까지걸어오니벌써날이어두워젓다.

골목길의어느음식점에들렀더니사람들로붐빈다.바깥에서몇사람은자리나기를기다린다.나도

기다리는사람틈에끼어보았더니모두가젊은남녀들이다.조금민망하기도하지만얼마후자리를

잡았더니음식값이장난이아니다.차림표를훓고훓어보았더니순두부백반이있다.주머니사정도

있어시켰드니얼큰한맛이먹을만하다,마침바깥에서얼었던몸이라이얼큰한국에막걸리한사

발이절로생각나지만혼자라눈치만살피다용기를내어막걸리있느냐니까주인이아래위를흘깃

보더니한병을가저다준다.막걸리잔에가득부어목구멍을축이거난후에야주위를두리번대었더

니늙은이는나혼자다그제야"아차~~"하였지만이미시작한것을한병을거뜬히해치우고카운터에

가서계산을하는데.현금처리할생각을하지않는다아요녀석들이늙었다고얕보는거아냐?하는생각

에현금처리하도록다그치곤문을나서면서혼자중얼거렸다.

"자식들까불고있어~~~"

ㅋㅋㅋ

(2009/12/27경복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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